파울루 벤투 감독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이 최근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0-3으로 대패하며 위기를 맞고 있다.

▲ 파울루 벤투 감독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이 최근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0-3으로 대패하며 위기를 맞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한일전 패배의 후폭풍이 거세다. 10년 전 삿포로 참사에 이은 요코하마 참사. 라이벌 일본을 맞아 무기력한 졸전 끝에 0-3으로 패한 한국축구가 또 다시 망망대해에서 표류하고 있다. 벤투호에 대한 비관론이 점점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벤투의 확고한 철학

2018년 8월 파울루 벤투 감독이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16승 8무 4패를 기록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결코 나쁘다고 보기 어려운 성적표다. 관건은 과연 2년 7개월 동안 벤투호가 얼마나 성장했느냐다.

벤투 감독의 축구 철학은 매우 확고하다. 골키퍼부터 수비, 미드필드를 거쳐 전방까지 세밀한 패스를 통한 빌드업에 중점을 둔다. 수동적으로 상대에게 끌려다니기 보단 볼 점유율을 최대한 높이면서 능동적인 축구를 구사한다.

홈에서 열린 평가전에서는 이러한 전술적 움직임이 비교적 잘 구현됐다. 그러나 실전 무대인 2019 AFC 아시안컵과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에서는 기대치를 한참 밑돌았다.

아시안컵에서는 상대의 밀집 수비 파훼법을 터특하지 못한 채 8강에서 탈락했다. 월드컵예선에서도 투르크메니스탄, 스리랑카, 북한, 레바논 등 약체를 상대로 2승 2무에 그쳤다. 중요한 실전 무대에서는 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지 못하며 우려를 낳고 있다.

벤투 감독은 지난 2019년 말 인터뷰에서 "우리의 자취를 남기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 것이다. 부임 후 확실하게 우리만의 색깔과 스타일을 확립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벤투호는 지난해 11월 오스트리아에서 멕시코, 카타르와 두 차례 평가전과 지난 25일에는 일본 원정 평가전에서 1승 2패에 그쳤다. 결과보다 실망스러웠던 것은 내용이다.

상대의 강한 전방 압박에 고전하며 원활한 후방 빌드업을 보여주지 못했다. 자신들의 진영에서 잦은 패스 미스를 범하면서 곧바로 역습 기회를 내주는 경우가 잦았다.

이미 벤투호는 반환점을 넘었다. 월드컵 본선까지는 겨우 1년 8개월. 당장 오는 6월 열리는 월드컵 2차예선을 통과하더라도 최종예선에서 본선행 티켓을 획득할지는 미지수다.

과연 한국 축구에 맞는 전술일까

최근 졸전이 이어지자 과연 벤투식 스타일이 한국 축구와 부합하냐는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지난 2019년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전 부회장은 "세계적인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 언제까지 '수동적인 축구'만 구사할 수는 없다. 경기를 지배하면서 슈팅 찬스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빌드업 축구를 하려면 선수들의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야 한다. 여전히 선수들은 세밀한 플레이에 익숙하지 않다. 클럽팀이라면 오랜 시간 동안 손발을 맞추며 전술 능력을 높일 수 있지만 대표팀은 상황이 다르다. 짧은 시간 동안 훈련한 뒤 경기를 치러야 한다. 

또, 선수 구성에서도 과연 적합한지는 의문이다. 벤투 감독은 좌우 풀백들을 높은 지점까지 위치하도록 하고, 3선에서는 좌우 전환 패스를 뿌려줄 수 있는 미드필더를 중용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현 대표팀의 가장 약한 포지션이 하필 좌우 풀백과 중앙 미드필더다. 김진수, 홍철, 박주호, 김태환, 이용, 김문환 등이 번갈아가며 나섰지만 확고한 믿음을 주지 못했다.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기성용 대체자로 시험대에 오른 주세종, 정우영, 원두재도 합격점을 받았다고 보긴 어렵다.

상대팀들이 예측가능한 전술만을 고집하는 것도 문제다. 플랜A가 통하지 않을 때 다른 전술로 타개해야 한다. 그렇다면 플랜 B 마련이 필수인데, 아직까지 다양성 측면에서 뚜렷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 벤투 감독이다.

이번 한일전 패배는 많은 교훈을 시사한다. 일본은 유소년부터 뿌리 내린 특유의 패스 플레이에 더해 피지컬에서도 오히려 한국을 압도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투지와 매너에서도 일본에 패했다. 90분 동안 슈팅수 6-20으로 제대로 된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속절없이 무너졌다.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직접 나서 공식 사과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벤투호 출범 후 최대 위기임에 틀림없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을 좁힐 수 있을까. 남은 1년 8개월 동안 벤투 감독이 풀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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