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5일(이하 한국시각)에 열렸던 UFC 257 대회의 메인이벤트는 더스틴 포이리에와 코너 맥그리거의 라이트급 경기였다. 물론 전 라이트급 잠정 챔피언 포이리에와 UFC 최초 두 체급 동시 챔피언이자 UFC 최고의 흥행보증수표 맥그리거의 경기는 넘버링 대회의 메인이벤트가 되기에 손색이 없는 빅경기였다. 하지만 명색이 유료 시청자들이 보는 넘버링 대회에 타이틀전이 없었다는 게 아쉽다는 격투팬들의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에 UFC에서는 오는 7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거스의 UFC APEX에서 열리는 UFC 259대회에서 무려 3체급의 타이틀전을 배치했다. 게다가 메인이벤트는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 얀 블라코비치와 미들급 챔피언 이스라엘 아데산야의 라이트 헤비급 타이틀전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무려 4명의 챔피언이 같은 날 옥타곤에 오르는 셈이다. 격투팬들에게는 결코 놓칠 수 없는 최고의 이벤트가 아닐 수 없다.
 
 UFC 259 대회에서는 무려 4명의 챔피언이 옥타곤에 오를 예정이다.

UFC 259 대회에서는 무려 4명의 챔피언이 옥타곤에 오를 예정이다. ⓒ UFC.com

 
얀-스털링, 경량급 최고의 스타를 가린다

플라이급과 밴텀급 타이틀을 차지하며 올림픽 금메달까지 3가지 타이틀을 차지한 '트리플 챔피언' 헨리 세후도는 작년 5월 도미닉 크루즈와의 밴텀급 1차 방어전에서 KO로 승리한 후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1987년생으로 아직 한창 현역으로 활동할 나이에 전격 은퇴를 결정한 세후도의 선택에 격투팬들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지만 세후도의 은퇴는 상위권의 나머지 선수들에겐 기회가 됐다.

그 중에서도 UFC 진출 후 파죽의 6연승 행진을 달리던 페트르 얀이 타이틀전의 기회를 잡았고 작년 7월 전 페더급 챔피언 조제 알도와 밴텀급 타이틀을 두고 격돌했다. 하지만 한 때 페더급의 '폭군'으로 군림하던 알도는 1993년생의 젊은 얀을 상대하기엔 전략이 너무 많이 노출돼 있었다. 결국 얀은 시종일관 우세한 경기를 펼치다가 알도를 5라운드 KO로 제압하며 밴텀급의 새로운 챔피언에 등극했다.

지명도에서 앞선 알도가 얀의 타이틀전 상대로 낙점됐지만 사실 세후도 은퇴 후 얀과 함께 밴텀급 전선을 양분했던 파이터는 따로 있었다. 바로 2018년 이후 최근 3년 동안 5연승을 기록하고 있던 알저메인 스털링이 그 주인공이다. 얀의 챔피언 등극 이후 밴텀급 랭킹 1위로 올라선 스털링은 자연스럽게 얀의 1차 방어전 상대로 떠올랐고 UFC 259에서 드디어 두 정상급 파이터의 타이틀전이 성사됐다.

챔피언 얀은 알도를 타격에서 압도했을 정도로 동체급 최고의 체력과 복싱스킬을 겸비한 인파이터다. 반면에 스털링은 타격과 그라운드를 겸비한 웰라운드형 파이터로 주짓수 블랙벨트 보유자답게 서브미션 결정력도 뛰어나다. 펀치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게 단점으로 꼽히지만 장기전으로 끌고 간다면 얀과 충분히 좋은 승부를 펼칠 수 있다. 과연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는 체급으로 꼽히는 밴텀급에서 격투팬들의 눈을 사로 잡을 선수는 누구일까.

브라질의 암사자, 호주의 자객도 막아낼까

브라질의 '암사자' 아만다 누네즈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여성파이터다. 밴텀급에서 주로 활약했던 누네즈는 자신보다 아래체급인 플라이급의 발렌티나 세브첸코를 두 번이나 꺾었고 윗체급인 페더급의 크리스 사이보그도 51초 만에 제압했다. 여성 파이터의 아이콘이었던 론다 로우지는 누네즈에게 48초 만에 KO로 무너진 후 옥타곤을 떠났다. 현재 여성 파운드 포 파운드 1위 자리 역시 누네즈가 장기집권하고 있다. 

워낙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이미지가 있다 보니 누네즈는 경기에서 상대를 KO로 쓰러트리지 못하면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누네즈는 최근 두 번의 방어전에서 저메인 데 란다메와 펠리시아 스펜서를 판정으로 꺾었는데 상대를 KO시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일부 격투팬들에게 혹평을 듣기도 했다. 그만큼 누네즈는 현재 격투계에서 적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가진 여성파이터다.

그런 누네즈에게 용기 있게 도전장을 던진 선수가 바로 여성 격투단체 인빅타FC 페더급 챔피언을 지낸 호주 출신의 파이터 메간 앤더슨이다. 인빅타FC에서 8승 2패의 전적을 기록하고 옥타곤에 진출한 앤더슨은 홀리 홈과 스펜서에게 패하는 등 현재까지 UFC에서 3승2패의 평범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3번의 승리가 모두 KO 또는 서브미션이었을 만큼 피니시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누네즈는 이미 밴텀급의 상위랭커 대부분을 꺾었다. 2018년 페더급 타이틀전에서 누네즈에게 패했던 사이보그는 현재 UFC를 떠나 벨라토르로 이적했다. 그만큼 현재의 누네즈는 상대를 구하기도 쉽지 않을 만큼 절대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챔피언이다. 앤더슨의 도전이 무모하다고 말하는 격투팬들도 많지만 홀리 홈이 론다 로우지를 꺾었던 것처럼 UFC에서는 의외의 곳에서 어떤 이변이 터질 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미들급 챔피언 아데산야의 두 체급 타이틀 도전 

밴텀급과 여성 페더급의 타이틀전이 있지만 UFC 259의 메인이벤트는 바로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 블라코비치와 미들급 챔피언 아데산야가 격돌하는 라이트 헤비급 타이틀전이다. 블라코비치가 승리하면 1차 방어에 성공함과 동시에 아래 체급과의 격차를 보여줄 수 있고 아데산야가 승리하면 단숨에 두 체급 챔피언에 등극하며 UFC 최고의 슈퍼스타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 양 선수 모두에게 양보 없는 혈투가 될 거라 예상되는 이유다.

UFC 진출 후 6경기에서 2승 4패에 그쳤을 정도로 평범한 선수에 불과했던 블라코비치는 이후 9경기에서 8승 1패를 기록하며 라이트 헤비급 타이틀까지 차지한 옥타곤의 대표적인 '대기만성 파이터'다. 묵직하고 테크니컬한 킥복싱 실력에 비해 피니시 능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최근 4경기에서 루크 락홀드와 코리 앤더슨,도미닉 레예스를 차례로 KO시켰을 정도로 타격 능력도 물이 올랐다.

이에 맞서는 아데산야는 20전 20승 15KO라는 전적이 말해주듯 아직까지 누구에게도 패하지 않은 완전무결한 파이터다. 2019년 10월 로버트 휘태커를 꺾고 미들급 챔피언에 오른 아데산야는 작년에도 두 번의 방어전에서 요엘 로메로와 파울로 코스타를 제압하며 20승 무패의 전적을 만들었다. 상당히 마른 몸을 가지고 있지만 203cm의 긴 리치를 활용한 타격은 대단히 위력적이다. 타격 기술로만 보면 UFC 전체에서도 손에 꼽히는 수준.

이번 라이트 헤비급 타이틀전에서도 현지 도박사와 전문가들은 아데산야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하지만 블라코비치는 언제나 약체라는 평가를 극복하며 챔피언까지 오른 인물로 이번에도 예상을 뒤집는 결과를 만들며 격투 팬들을 놀라게 할 거라 자신하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장기전보다는 상대를 끝내는데 익숙한 두 파이터가 맞붙는 만큼 격투팬들에게 확실한 즐거움을 선사할 경기가 될 거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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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UFC259 트리플 타이틀전 이스라엘 아데산야 아만다 누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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