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개막 후 한 번도 바뀌지 않았던 V리그 여자부 선두 자리가 바뀌었다.

차상현 감독이 이끄는 GS칼텍스 KIXX는 2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19,25-19,22-25,25-17)로 승리했다. 흥국생명과 승점(53점)과 승수(18승)가 모두 같아진 GS칼텍스는 세트득실률(1.558)에서 흥국생명(1.452)에 앞서며 시즌 개막 후 넉 달 만에 처음으로 단독 1위로 올라섰다.

GS칼텍스는 메레타 러츠가 65%의 공격성공률로 30득점을 기록하며 공격을 이끌었고 강소휘와 이소영으로 구성된 토종 쌍포도 35득점을 합작했다. 이날 GS칼텍스는 센터 김유리가 손가락 부상으로 경기에 거의 뛰지 못했지만 GS칼텍스는 김유리의 공백을 느낄 새가 없었다. GS칼텍스 센터진의 '마지막 잇몸' 문지윤이 블로킹 2개를 포함해 8득점을 기록하며 제 몫을 톡톡히 해냈기 때문이다.

부상 선수 공백 적절히 메웠다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김유리는 코트 안팎에서 동료들의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김유리는 코트 안팎에서 동료들의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종목을 막론하고 장기레이스를 치르는 프로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선수들의 부상 관리다. 매 시즌 부상 선수가 적은 팀이 좋은 성적을 올리고 부상 선수가 많은 팀의 성적이 부진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이 매 순간마다 플레이에 집중하기 때문에 크고 작은 부상은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GS칼텍스는 이번 시즌 선수들의 부상관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주전으로 활약하던 핵심자원들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코트를 비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8일 정규리그 3경기를 남겨둔 현재 GS칼텍스는 여자부 6개 구단 중에서 당당히 1위를 달리고 있다.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두꺼운 선수층을 바탕으로 백업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잇몸배구'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소영,러츠와 함께 GS칼텍스의 삼각편대를 구성한 강소휘는 시즌 초반에는 복근과 허벅지, 후반기에는 발목 부상으로 4라운드까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차상현 감독은 강소휘가 아프거나 부진할 때마다 작년 트레이드로 영입한 유서연을 적극 활용해 쏠쏠한 재미를 봤다. 과감한 공격에 비해 수비에서 약점이 있었던 유서연은 이번 시즌 수비에서도 큰 발전을 보이며 GS칼텍스의 핵심 벤치자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 4라운드에는 팀의 맏언니이자 주전 센터 한수지가 발목 수술로 인한 시즌아웃, 2년차 권민지가 새끼손가락 골절로 인해 결장하면서 센터진에 큰 위기를 맞았다. 자칫 중앙과 날개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팀이 크게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GS칼텍스는 주전들이 대거 빠진 4라운드 이후 12경기에서 9승을 따냈다. 한수지, 권민지에 가려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김유리와 문명화가 맹활약했기 때문이다.

특히 김유리는 지난 5일 흥국생명전에서 9득점을 기록하며 프로 데뷔 후 첫 수훈 선수에 선정돼 인터뷰 도중 눈물을 흘리며 배구팬들을 감동시켰다. 당시 GS칼텍스의 경기를 중계했던 KBS N 스포츠의 한유미 해설위원과 센터콤비로 활약하고 있는 문명화도 현장에서 함께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GS칼텍스는 부상 선수의 공백을 백업 선수들이 잘 메우며 '잇몸배구'로 시즌 막판까지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센터로 선발 출전한 경기에서 8득점 '깜짝활약'
 
 문지윤은 선두등극여부가 걸린 중요한 경기에서 8득점을 올리며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문지윤은 선두등극여부가 걸린 중요한 경기에서 8득점을 올리며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 한국배구연맹

 
이주아(흥국생명)의 원곡고 동기인 문지윤은 GS칼텍스가 아닌 IBK기업은행 알토스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어도라 어나이, 김희진 등에 가려 기업은행에서 이렇다 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동기생인 이주아와 박은진(KGC인삼공사), 정지윤(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이 '신인 빅3'로 불리며 신인왕을 다툴 때 문지윤은 루키 시즌 정규리그 13경기에서 단 13득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문지윤은 작년 1월 기업은행과 GS칼텍스의 2:2 트레이드를 통해 김해빈과 함께 GS칼텍스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당시 GS칼텍스는 러츠라는 확실한 공격수를 보유하고 있었고 센터로 변신하기엔 권민지와 자리가 겹치는 문제가 있었다. 따라서 GS칼텍스 내에서 활용도가 높지 않은 문지윤을 데려 온 GS칼텍스의 선택에 의문을 보내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문지윤은 GS칼텍스 이적 후 선배들에 가려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다.

GS칼텍스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오른쪽을 소화할 수 있는 유서연까지 팀에 합류하면서 문지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는 듯 했다. 차상현 감독은 한수지와 권민지의 부상 후에도 문지윤 대신 김유리와 문명화를 중용했고 문지윤은 백업 선수로 간간이 코트에 들어와 흐름을 바꿔주는 역할을 했다. 그러던 28일, 흥국생명전에서 김유리가 가벼운 손가락 부상으로 출전이 힘들어지면서 드디어 문지윤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차상현 감독은 승점 3점을 따내면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중요한 경기에서 문지윤을 문명화와 함께 주전 센터로 투입했다. 그리고 문지윤은 이날 삼각편대 다음으로 팀에서 4번째로 많은 8득점을 기록하는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특히 정통 센터 출신이 아님에도 75%의 높은 성공률로 3개의 속공을 성공시키며 흥국생명의 수비진을 흔들었고 2개의 블로킹과 5개의 유효블로킹으로 높은 팀 공헌도를 기록했다.

GS칼텍스는 흥국생명과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따내면서 선두 등극과 함께 흥국생명과의 상대전적도 3승3패로 균형을 맞췄다. 27일 기업은행전 승리로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을 높인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를 상대로는 이미 정규리그 전승을 만든 상태다. 봄 배구에 돌입해도 충분히 상대에게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이다. 선두에 오른 GS칼텍스가 현 시점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여자배구 도드람 2020-2021 V리그 GS칼텍스 KIXX 문지윤 잇몸배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