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케어> 영화의 포스터

▲ <퍼펙트 케어> 영화의 포스터 ⓒ 조이앤시네마


말라(로자먼드 파이크 분)는 은퇴자들의 건강을 보살피고 재산을 관리하는 케어 비즈니스 사업을 이끄는 CEO다. 하지만 진짜 정체는 동료 프랜(에이사 곤살레스 분)의 도움을 받아 목표물이 정해지면 법정 후견인으로 등록하여 사람은 요양원으로 보내고 집과 가구는 경매로 넘겨 이익을 챙기는 악당이다. 

새로운 먹잇감을 찾던 말라는 평범한 은퇴자 제니퍼(다이앤 위스트 분)를 사냥하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아무 가족이 없는 줄 알았던 제니퍼의 배후엔 러시아 마피아 조직의 보스 로만(피터 딘클리지 분)이 있었다. 러시아 마피아와 얽히며 말라의 완벽한 케어 서비스 사업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영화 <퍼펙트 케어>는 법정 후견인 제도를 악용한 합법적 케어 비즈니스란 기발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다. 이것은 허무맹랑한 상상력이 아니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J 블레이크슨 감독은 노인의 재산을 갈취하는 전문 후견인에 대한 뉴스 기사를 읽고 <퍼펙트 케어>를 구상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힘든 노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운영하는 법정 후견인 제도의 허점을 노린 악랄한 수법들은 각본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퍼펙트 케어> 영화의 한 장면

▲ <퍼펙트 케어> 영화의 한 장면 ⓒ 조이앤시네마


<퍼펙트 케어>엔 여타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착한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말라는 "좋은 사람 같은 건 세상에 없어"라고 말한다. 말라는 합법과 불법을 넘나들며 노인들을 등치는 새로운 시대가 잉태한 악당이다. 마약 거래와 살인을 일삼는 로만은 예전부터 이어진 전통적 형태의 범죄자다. 도덕의 회색 영역에 있는 두 악인이 맞서는 구도를 보며 관객은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모두가 망하길 원하게 된다.

오프닝 장면에서 말라는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거든. 사자와 양"이란 대사도 내뱉는다. 그녀의 말처럼 오늘날 '약육강식 자본주의'는 "빼앗는 사람이 될 것인가? 빼앗기는 사람이 될 것인가?" 중 하나를 선택하길 요구한다. 법률, 의료 등 사회의 시스템은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보살피기보단 부자 또는 권력층이 나머지를 뜯어먹기 안성맞춤인 구조로 짜였다. 미국의 구조를 냉소적으로 바라본 <퍼펙트 케어>에 해외의 한 매체는 "웃픈 자본주의 그 자체"란 평가를 주었다.

자본주의의 멈추지 않는 탐욕을 의인화한 듯한 말라는 장르의 색다른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녀는 자신의 성적 매력을 절대 이용하지 않는다. 기존의 악녀상인 '팜므파탈'과도 거리가 멀다. 오로지 뛰어난 두뇌 회전, 강한 생존 의지, 지치질 모르는 투쟁심, 두려움을 모르는 용기를 발휘하여 러시아의 마피아 조직과 맞선다. 처음엔 과소평가하던 로만도 나중엔 능력을 인정할 정도로 말라는 안티히어로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퍼펙트 케어> 영화의 한 장면

▲ <퍼펙트 케어> 영화의 한 장면 ⓒ 조이앤시네마


<퍼펙트 케어>는 배우진이 탄탄하다. <베이비 드라이버>(2017), <알리타: 배틀 엔젤>(2019), <분노의 질주: 홉스 & 쇼>(2019) 등 굵직한 할리우드 영화에 다수 출연하며 라이징 스타로 떠오른 에이사 곤살레스, 드라마 <왕좌의 게임>으로 골든 글로브 TV 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피터 딘클리지, <한나와 그 자매들>(1986)과 <브로드웨이를 쏴라>(1994)로 두 차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다이앤 위스트는 각자의 배역을 멋지게 소화한다.

가장 돋보이는 배우는 로자먼드 파이크다. <나를 찾아줘>(2014)에서 소름 돋는 열연을 보여준 바 있는 로자만드 파이크는 <퍼펙트 케어>의 말라 역을 맡아 다시금 멋진 악역 연기를 펼친다. <퍼펙트 케어>로 제78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의 뮤지컬, 코미디 여우주연상 부분에 노미네이트가 되며 <나를 찾아줘>, <프라이빗 워>(2018)에 이어 세 번째로 후보에 올랐는데 이번에는 수상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퍼펙트 케어>는 말라가 복지 시스템을 악용하는 1막, 말라와 로만이 맞서는 2막, 앞선 전개가 뒤집어지고 예상을 뛰어넘는 결말로 치닫는 3막 구조 안에서 케이퍼 무비, 블랙코미디, 스릴러의 장르적 재미를 골고루 보여준다. 무엇보다 좋은 건 미국 사회의 불편한 현실을 향한 영화의 목소리다. "정정당당은 가난한 사람들이 못 올라오게 부자들이 만든 장난질"이라고 외치는 말라를 통해 <퍼펙트 케어>는 묻는다. "지금 아메리칸드림은 존재하는가?"라고. 제45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상영작.
퍼펙트 케어 J 블레이크슨 로자먼드 파이크 다이앤 위스트 피터 딘클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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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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