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투수 양현종은 다가오는 2021시즌 과연 어디에서 뛰고 있을까. 메이저리그 진출과 KBO리그 잔류 사이의 갈림길에 놓여 있는 양현종의 거취에 많은 야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현종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미국 메이저리그행 도전을 선언했다. FA(자유계약선수)인 양현종은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나성범(NC 다이노스)처럼 시간이 정해진 포스팅 시스템 선수들에 비하면 거취를 결정하는데 아직 시간적 여유가 남아있다. 하지만 다음 시즌 준비를 고려하면 양현종도 마냥 손놓고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현재 메이저리그 이적시장의 흐름은 더딘 편이다. 코로나19에 재정난을 겪고 있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외부 영입에 소극적인 탓에 리그내 대형 FA 선수들의 행선지조차 아직 정해지지 않은 시점이다.

지난 시즌 일본프로야구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모색했던 스가노의 철수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올겨울 아시아 시장에서 선발 자원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릴만한 선수로 꼽힌 것은 스가노와 양현종, 둘뿐이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4.5선발진은 보강하려는 구단들이 두 선수에게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스가노는 고심 끝에 소속팀 요미우리 잔류를 선택했다. 요미우리는 스가노에게 일본 역대 최고인 8억엔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가노는 지난해 14승을 거뒀고 통산 101승 49패 평균자책 2.32를 거둔 NPB 최고 투수로 꼽힌다. 양현종은 KBO리그에서 통산 147승95패 평균자책 3.83을 기록했다. 양현종이 경험에서 앞서지만, 통산성적-나이-한일프로야구의 리그 위상 등은 모두 스가노 쪽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비록 포스팅이라는 제약이 있었다고 하지만, 이런 스가노조차 메이저리그로부터 만족할만한 조건을 제시받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메이저리그의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다.

양현종은 메이저리그 보장과 선발 진입을 필수 계약조건으로 원하고 있지만, 이미 3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에 지난 시즌 KBO리그(31경기 11승10패 평균자책점 4.70)에서도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것을 감안하면 원하는 조건을 충족하는 메이저리그 구단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만일 양현종 측이 마이너리그 거부권이나 보직 문제 등을 양보한다면 좀 더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는 있다. 하지만 류현진-김광현-윤석민 등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KBO리그 출신 투수들의 선례를 고려할 때, 다소 늦은 시기에 도전장을 던진 양현종의 입장에서도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만큼은 쉽게 양보할 수 없는 조건이다. 양현종 측은 일단 20일까지는 거취에 대하여 어느 정도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양현종이 국내에 잔류한다면 역시 원소속팀인 KIA 타이거즈와의 재계약이 유력하다. KIA의 프랜차이즈스타이자 팀에 대한 자부심이 큰 양현종이 KBO리그 내에서 다른 팀으로 옮긴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이미 각 구단의 스토브리그가 마감 시기에 접어든 가운데 어차피 양현종이 별안간 시장에 나온다고 해도 그의 몸값을 감당할 수 있을만한 국내 구단은 많지 않다. FA규정상 양현종을 영입하려면 보상금만 지난해 연봉의 200%인 46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도 부담스럽다. 한동안 시장 상황을 조용히 관망하는 듯하던 KIA도 양현종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지지부진한 조짐을 보이자 본격적인 잔류 협상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진출 도전에 있어서 양현종은 참 운이 없다고 할만하다. 지난 2014년에는 포스팅으로, 2016년에는 FA로 각각 해외진출을 타진했지만 두 번 모두 만족할 만한 조건을 제시받지 못했다. 첫 번째는 포스팅 이적료가 기대보다 너무 낮아서 결정권을 쥐고있던 KIA 구단이 이적을 불허했고, 두 번째는 FA자격을 얻고도 너무 늦게 국내 잔류로 유턴하는 바람에 정상적인 FA계약을 맺지 못했다.

물론 KIA는 4년간 양현종에게 연봉만 91억을 지급하며 실질적인 FA 대형계약에 준하는 대우를 해줬다. 인센티브를 포함하면 100억이 넘었을 것이라는 평가다. 양현종도 2017년 팀의 통합우승을 이끄는등 4년간 60승, 평균 15승을 올리며 에이스로서 제몫을 다했다. 2014년부터 올해까지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수확하며 현역 선수 중 다승(147승) 이닝(1986이닝), 탈삼진(1673개) 1위로 이미 타이거즈와 KBO리그의 살아있는 레전드 반열에 올라서는 업적을 남겼다.

꿈을 좇는 것도 운과 시기가 맞아야한다. 만약 해외진출에 대한 양현종의 의지가 정말 강했다면 스플릿계약을 감수하는 한이 있더라도 최소한 4년 전에는 무조건 도전했어야했다. 양현종의 나이를 감안할 때 해외진출 도전은 이번이 정말로 마지막이라고 할수 있다.

용의 꼬리보다는 뱀의 머리가 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어설프게 해외 진출을 시도하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시간을 허비할 바에는 차라리 KBO리그에 남아 양현종만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게 훨씬 낫다.

양현종이 KIA에 잔류할 경우, 지난 4년 연속 최고 몸값 타이틀을 지켜온 이대호(롯데, 연봉 25억)를 제치고 새로운 연봉킹의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대호는 올겨울 다시 FA자격을 얻었지만 롯데와의 계약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아직 전성기인 양현종과 달리, 이미 불혹에 접어든 이대호의 나이를 감안할 때 4년전만큼의 대형 계약을 다시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제2의 송진우'로 꼽히는 양현종은 타이거즈 역사상 최다승을 비롯하여 KBO리그 투수부문 각종 기록을 경신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로 꼽힌다. 당장 다음 시즌 이강철 kt 위즈 감독이 보유한 150승 기록은 양현종이 넘어설 것이 유력하다. 또한 양현종이 앞으로 타이거즈에서 최소한 3~4년 이상 선수생활을 이어간다고 했을 때 이강철(1751개)이나 송진우(2048개)의 탈삼진 기록 경신도 노릴 수 있다. 나아가 선동열과 이종범에 이어 타이거즈 역사상 세 번째 영구결번(54번)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양현종 본인의 2021년을 위해서라도 선택은 빠를수록 좋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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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 KIA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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