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후 모리뉴 감독과 손잡는 손흥민

경기 후 모리뉴 감독과 손잡는 손흥민 ⓒ EPA/연합뉴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팀은 결코 정상에 오르기 어렵다.

토트넘이 선두권 탈환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또 한 번 놓쳤다. 토트넘은 28일(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튼의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202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5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울버햄튼과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당초 토트넘은 전반 1분 만에 터진 탕귀 은돔벨레의 선제골로 경기를 쉽게 풀어가는 듯했으나 추가골을 넣는데 실패했다. 결국 토트넘은 후반 41분 울버햄튼 로메인 사이스에게 뼈아픈 동점골 허용하며 승점 1점을 얻는 데 그쳤다. 승점 26점을 확보한 토트넘은 맨체스터 시티와 동률을 이뤘으나 득실차에서 앞서며 5위에 올랐다. 경기 전 8위에서 세 계단 상승하며 선두권과의 격차를 좁혔지만 최근 리그 4경기 연속 무승(2무2패)의 부진에선 벗어나지는 못했다.

모리뉴 감독의 소극적인 축구-득점루트의 다양성 부족-고질적인 후반 막판 집중력 저하로 이어지는 토트넘 '졸전 공식'의 삼박자가 또다시 맞아떨어진 경기였다.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넣은 게 토트넘에 오히려 독이 됐다. 토트넘은 적극적으로 공격을 시도하기보다는 수비에 집중하며 선제골을 지키는데 우선 순위를 두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는 울버햄튼의 반격에 경기 주도권을 내주는 빌미가 됐다.

토트넘은 이날도 상대팀과의 중원싸움에서 밀려 볼소유에 어려움을 겪었다. 스리백을 주전 전술로 구사하던 울버햄튼에 맞춰 해리 케인과 손흥민의 투톱 카드를 꺼내들었던 모리뉴 감독은, 이날 울버햄튼이 예상과 달리 포백을 들고 나오자 케인을 원톱으로 세우고 손흥민을 측면으로 돌리며 다시 변화를 줬으나 선수들이 이에 적응하지 못하여 헤메는 모습을 보였다.

역습의 시발점이 되어야할 손흥민이 오히려 2선에서 수비가담이나 볼배급에 집중하는 모습이 많았고, 공격은 케인과 은돔벨레, 좌우 풀백인 레길론과 도허티 등이 주축이 됐다. 중원에서 상대 압박에 밀려 잦은 패스미스가 발생하며 손흥민에게 연결되는 득점찬스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이는 토트넘이 의도했던 최상의 경기운영이 아니었고 우려한 대로 울버햄튼의 파상공세에 밀려 후반으로 갈수록 제대로 된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모리뉴 감독은 후반들어 스티븐 베르흐베인과 무사 시소코 등을 투입하며 변화를 줬으나 이미 경기흐름이 울버햄튼 쪽으로 넘어간 상황인 데다 주포인 손흥민과 케인의 체력도 크게 떨어진 뒤였다.

여기서 모리뉴 감독은 후반 38분 또 한 번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손흥민을 빼고 에릭 라멜라를 투입한 것이다. 사실상 추가골을 포기하고 한골을 지키겠다는 수비에 무게를 둔 선택이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손흥민이 빠진 이후 불과 3분 만에 토트넘은 또다시 세트피스에서 뼈아픈 실점을 허용했다. 실점후 토트넘은 뒤늦게 공세로 전환했지만 손흥민이 없는 토트넘의 공격은 예리함을 발휘하지 못했다.

토트넘은 올시즌 들어 손흥민이 빠지면 실점하는 패턴을 유독 자주 반복하고 있다. 이는 바꿔말하면 경기 종반 리드 상황에서 공격수를 빼면서 수비를 강화하여 승리를 지키려던 모리뉴 감독의 전술변화와 교체카드가 번번이 실패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토트넘이 올시즌 막판 실점으로 승리를 날린 경기들을 살펴보면, 일단 지난 10월 19일 웨스트햄과의 5라운드에서는 3-0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손흥민이 교체된 이후 후반 37분부터 내리 3골을 내주며 충격적인 무승부를 기록했다. 지난 4일 LASK 린츠와의 유로파리그 조별리그에서는 후반 추가시간에 뼈아픈 동점골을 내주며 3-3으로 비겼다.

리그 무승행진이 시작된 지난 13일 크리스털 팰리스와 리그 12라운드에서 후반 36분 동점골을 허용하며 1-1로 비겼으며, 17일 리버풀전에서는 1-1로 맞선 추가시간에 피르미누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뼈아픈 패배를 당하기도 했다. 경기 결과만이 아니라 내용상으로도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밀리던 흐름에서 허용한 실점이라 단지 운이 없었다고 탓하기도 어렵다. 이정도면 '뒷심부족'이 토트넘의 고질병이 되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올 만하다.

모리뉴 감독은 그동안 안정된 수비와 역습을 바탕으로 한 '실리축구'를 내세워 초반 상승세를 탔다. 사우샘프턴-맨시티-맨유-아스널 등을 상대로 점유율에서 뒤지고도 효율적인 역습에 이은 골결정력으로 승리를 챙겼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대팀도 모리뉴의 전술에 적응하기 시작하며 내용은 내용대로 밀리고 결과도 못 챙기는 최악의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모리뉴 감독이 상대 감독들과의 수싸움에서 번번이 밀리며 허를 찔리고 있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도 우려를 자아낸다.

시즌 초반 득점왕 페이스로 무섭게 골을 적립하던 손흥민은 최근 3경기 연속 골맛을 보지 못하며 기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토트넘이 강팀과 약팀을 가리지 않고 중원싸움에서 밀리는 모습이 반복되는 가운데, 아무리 손흥민이라도 자신에게 경기 내내 볼이 좀처럼 오지 않는 상황에서 골을 만들어내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토트넘은 올시즌 팀이 기록한 26골중 20골이 손흥민과 케인의 합작일만큼 두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여러 대회를 병행하는 빡빡한 일정속에 손흥민과 케인에게는 로테이션을 적용하지 않는 모리뉴 감독의 과도한 주전 의존도도 체력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세가 한풀 꺾인 토트넘은 숨돌릴 틈도 없이 오는 31일 풀럼, 내달 2일에는 리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있다. 하위권에 머물고있는 두 팀과의 대결은 토트넘으로서는 분위기 반전을 위하여 반드시 잡아야할 경기다. 모리뉴 감독의 실리축구와 토트넘의 우승 도전이 또 한 번 중대한 고비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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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울버햄튼 교체후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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