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군단' 네덜란드가 5경기 무승의 굴욕을 당했다.
 
한국시간 12일 오전 4시 45분, 네덜란드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에서 네덜란드와 스페인의 A매치 친선경기가 벌어졌다. 네덜란드는 무색무취의 경기력을 보여주며 1-1 무승부를 거뒀다.
 
로널드 쿠만 감독이 바르셀로나로 떠난 뒤 급격히 흔들리고 있는 네덜란드다. '피파 랭킹 15위' 네덜란드는 2020 UEFA 네이션스리그(이하 네이션스리그) A리그 1조에서 3위(1승 2무 1패)까지 추락한 상태다. 새로운 감독으로 '레전드' 프랑크 더 부르가 부임했지만 이후 3경기에서 2무 1패를 기록하며 슬럼프에 빠져있었다.
 
다가오는 네이션스리그를 대비하는 친선경기. 네덜란드의 상대는 '강팀' 스페인이었다. '피파랭킹 6위' 스페인 역시 지난달 네이션스리그에서 우크라이나에 1-0 패배를 당하는 등 분위기가 꺾인 상태였다. 스페인은 네이션스리그 A리그 4조 1위(2승 1무 1패)를 달리고 있지만 같은 조에 속한 스위스, 독일을 상대하기 위해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다.
 
한편 네이션스리그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두 팀 모두 100% 전력을 가동하긴  어려운 상황이었다. 더 부르 감독 아래 첫 승리가 간절한 네덜란드와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스페인 모두 이번 친선경기의 결과보다는 다가오는 네이션스리그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자 했다.
 
네덜란드는 기존 선발 명단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최전방에 '에이스' 멤피스 데파이를 비롯해 루크 더용, 베하이스, 2선에 프렝키 더용, 판더베이크, 베이날둠을 투입한 4-3-3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섰다. 비조트 골키퍼가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것이 유일했다.
 
반면 스페인은 데뷔전을 치르는 골키퍼 우나이 시몬을 비롯해 오랜만에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아센시오, 새롭게 주목받는 에릭 가르시아와 카날레스 등이 투입됐다. 스페인은 최전방에 모라타, 제라르 모레노, 아센시오로 구성된 4-3-3 포메이션으로 네덜란드를 상대했다.
 
한편 두 팀의 최근 5경기 상대 전적은 4승 1패로 네덜란드의 우세였다. 다만 네덜란드가 기록한 1패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결승전에서의 패배로 악연이 깊은 두 팀 간의 맞대결이었다.
 
'무색무취' 네덜란드, 가까스로 스페인에 1-1 무
 
첫 승을 노리는 네덜란드는 경기 시작부터 흔들렸다. 전반 7분, 중앙 수비수 나단 아케가 패스를 건네는 과정에서 부상을 당하며 이른 시간 뜻밖의 교체가 진행됐다. 이후 네덜란드는 최근 좋지 않은 경기력을 그대로 보여주며 주도권을 스페인에 내줬다.
 
흐름을 잡은 스페인이 선제 득점에 성공했다. 전반 17분, 중원과 수비진 사이 공간에서 볼을 잡은 모라타가 직접 돌파를 시도했다. 이후 측면을 파고든 카날레스가 모라타의 패스를 받은 뒤 파포스트를 노린 슈팅을 정확하게 성공시켰다. 카날레스는 선제골과 동시에 자신의 A매치 데뷔골을 성공시켰다.
 
네덜란드는 실점 이후에도 이렇다 할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네덜란드는 전반전 동안 단 1개의 슈팅만을 기록하며 공격 전개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점유율과 슈팅, 유효슈팅, 패스 숫자 등 주요 지표에서 스페인에 밀리며 네덜란드는 힘겹게 전반전을 치렀다.
 
한편 스페인은 선제골을 기록한 카날레스와 모라타가 좋은 호흡을 보여주는 가운데 공격 전개 부분에서 네덜란드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추가 득점을 터뜨리진 못했다. 오랜만에 대표팀에 승선한 아센시오는 100% 컨디션을 보여주지 못하며 아쉬운 경기력을 보여줬다.
 
더 부르 네덜란드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4명의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다가오는 네이션스리그를 대비한 체력 안배 목적과 함께 포메이션 변화 실험 등의 목적이었다. 프렝키 더용, 베이날둠, 하테부르 등 핵심 멤버와 베하이스를 빼고 더브라이, 둠프리스, 클라센, 스텡스를 투입했다.
 
더 부르 감독의 교체 수는 성공적이었다. 후반전 돌입과 함께 네덜란드는 빠르게 공격을 전개했다. 좌측 빈 공간에서 패스를 받은 바인달이 박스 안으로 크로스를 시도했다. 바인달의 크로스는 스텡스, 뤽 더용을 지나쳤지만 이후 노마크의 판더베이크의 슈팅으로 연결되며 스페인의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이후 경기 흐름은 전반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네덜란드는 여전히 투박한 공격 전개를 보여줬으며, 스페인은 마지막 결정력에서 계속해서 아쉬움을 자아냈다. 스페인 중원의 코케는 전방으로의 침투, 연계 면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쳤으나 슈팅까지 성공하진 못했다.
 
스페인 또한 후반 15분 3명의 최전방 공격수를 모두 바꾸는 실험적인 교체를 시도했다. 아다마 트라오레, 페란 토레스, 다니 올모를 투입하며 아쉬웠던 골 결정력을 메워보려 했다. 이후 26분에는 선제골을 기록한 카날레스를 대신해 마르코스 요렌테를 투입했다. 하지만 엔리케 감독의 교체 카드들은 이렇다 할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5경기 무승' 슬럼프에 빠진 네덜란드
 
결국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이 났다. 더 부르 감독의 네덜란드는 이번에도 첫 승리를 신고하지 못하며 5경기 무승이라는 슬럼프에 빠졌다. 더 부르 감독은 이날 많은 수의 교체 카드, 다양한 포메이션 변화 등을 시도했지만 스페인의 주도권을 빼앗진 못했다. 여러 면에서 아쉬움이 남은 네덜란드다.
 
먼저 네덜란드는 중원 프렝키 더용, 베이날둠, 판더베이크 등 세계적인 구단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100%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프렝키 더용의 번뜩이는 패스와 베이날둠의 활동량, 판더베이크의 전방 침투 등의 움직임은 네덜란드의 좋은 찬스로 연결될 수 있었으나 충분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진 못했다.
 
골 결정력에도 아쉬움을 보였다. 네덜란드는 이날 경기에서 힘겹게 파이널 서드까지 진출하더라도 날카로운 슈팅 마무리까지 연결하지 못했다. 최전방의 뤽 더용은 제대로 된 슈팅을 기록하지 못했으며, 측면의 데파이, 베하이스 또한 날카로운 돌파 장면 등을 찾아볼 순 없었다.
 
수비진 또한 고민이 깊다. '월드 클래스' 반 다이크가 소속팀에서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이번 경기에서 나단 아케까지 부상을 당하며 많은 공백이 발생한 네덜란드다. 아케를 대신해 투입된 블린트가 오늘 경기에서 커버를 잘 해줬지만, 다가오는 네이션스리그의 살인적인 스케줄까지 소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네덜란드는 보스니아(16일), 폴란드(19일)와의 네이션스리그 매치를 앞두고 있다. 지난 2018 네이션스리그 준우승에 빛나는 네덜란드가 토너먼트 진출 실패의 위기에 놓인 가운데, 어쩌면 지금 네덜란드에게 더 중요한 것은 더 부르 감독 체제의 정립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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