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선수... 2020-2021시즌 V리그

김연경 선수... 2020-2021시즌 V리그 ⓒ 한국배구연맹

 
하마터면 시즌 초반에 참패를 당할 뻔했다. 여자 프로배구 '절대 1강'으로 꼽히는 흥국생명 팀 이야기다. 

흥국생명은 지난달 31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시즌 V리그 한국도로공사와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2(19-25, 16-25, 25-20, 26-24, 15-13)로 대역전승을 거두었다. 2세트를 먼저 내주고, 내리 3세트를 따낸 '리버스 스윕' 승리였다.

그러나 흥국생명은 이날 3세트 초반까지 경기력이 최악이었다. 자신의 팀은 되는 게 없고, 상대 팀은 모든 게 잘되는 소위 '그날'이었다. 

2세트 19-8이라는 믿기지 않는 점수 차이로 끌려가자,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작전 타임을 불렀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너희들 자존심도 안 상해? 저 점수 좀 봐"라고 호통을 쳤다. 

경기를 생중계한 TV 중계진도 3세트 초반 "흥국생명은 김연경 선수만 해주고, 나머지 선수들은 컨디션이 너무 안 좋다"며 "답이 없다고 할 정도로 경기력이 안 나온다"고 당혹스러워했다.

그러나 그 순간. 흥국생명에는 경기 흐름을 뒤바꿀 능력을 보유한 강력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있었다. 바로 김연경(32세·192cm)이다.

패배 위기 순간, 공격성공률 71%... 수비 디그, 30개 '양팀 최고'
 
 흥국생명 경기 모습... 2020-2021시즌 V리그 흥국생명-한국도로공사 (2020.10.31)

흥국생명 경기 모습... 2020-2021시즌 V리그 흥국생명-한국도로공사 (2020.10.31) ⓒ 한국배구연맹

 
3세트마저 내줄 경우 셧아웃 패배를 당할 위기에 놓인 흥국생명은 19-18로 팽팽한 접전 상황에서 모든 공격 토스를 김연경에게 몰아줬다.

그리고 김연경은 25-20으로 세트 승리를 따낼 때까지 7번 공격을 시도해 5번을 성공시켰다. 대위기 상황에서 공격성공률이 71%나 됐다. 특히 21-20에서 공격하기 매우 어려운 볼을 득점으로 성공시키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김연경 원맨쇼로 3세트를 따내면서 흥국생명은 1~2세트 부진했던 이재영도 몸이 풀리기 시작했다. 결국 김연경-이재영 쌍포의 맹활약으로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이정철 SBS Sports 해설위원은 경기 종료 직후 "김연경 선수가 어려운 고비를 잘 버텨주지 않았다면, 흥국생명이 3-0, 3-1로 패할 경기 흐름이었다"고 촌평했다.

김연경은 이날 경기에서 26득점, 공격성공률 43.6%, 서브 에이스 2개 등으로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했다. 이재영도 28득점, 공격성공률 35.7%, 서브 에이스 1개를 기록하며 막판 뒷심을 불어넣었다.

김연경은 공격력도 대단했지만, 놀라운 부분은 또 있다. 바로 수비력이다. 수비에서 디그를 무려 30개나 기록했다. 이는 양 팀 통틀어 최고 수치다. 양 팀의 수비 전문 선수인 리베로보다 디그를 훨씬 많이 했다. 디그는 상대 팀이 공격한 공을 수비로 걷어올리는 걸 말한다. 김연경은 서브 리시브도 리시브 효율 43.8%로 팀 내에서 가장 높았다.

김연경이 공격과 수비력 모두 최정상급 실력을 갖춘 '세계 최고의 완성형 공격수'란 점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공격력이 뛰어난 선수는 많지만, 김연경만큼 공격과 수비력이 모두 뛰어난 선수는 세계 배구 역사에서도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김연경은 192cm의 장신 선수다. 국내보다 해외 언론과 명장들이 더 극찬을 하는 이유이다.  

완성형 공격수라는 측면에서 김연경은 세계 여자배구 역사를 통틀어서도 '살아 있는 레전드'라고 할 수 있다. 해외 리그에서 세계 최고 연봉 선수가 된 건, 너무도 당연했다.

서브, 김연경을 피해라... 리베로 능가 '수비력·2단연결'
 
 '대어 놓친' 한국도로공사 (2020.10.31)

'대어 놓친' 한국도로공사 (2020.10.31) ⓒ 한국배구연맹

 
김연경은 올 시즌 국내 V리그로 복귀한 이후에도 완성형 공격수의 진수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17일 개막한 2020-2021시즌 V리그는 2일 현재 1라운드 중반을 지나고 있다. 각 팀별로 개막 이후 3~4경기를 치른 상태다.

여자배구에서는 흥국생명이 3전 전승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어 2위 IBK기업은행(2승1패), 3위 현대건설(2승1패), 4위 한국도로공사(1승2패), 5위 GS칼텍스(1승3패), 6위 KGC인삼공사(1승3패) 순이다. 2~6위 팀은 서로 물고 물리는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치열한 순위 싸움이 예상된다.

그런 가운데 개인 기록 부문에서 김연경은 현재 공격성공률, 오픈공격, 서브 등 3개 부문에서 전체 선수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공격성공률 45.7%, 오픈공격 성공률 49.2%, 서브 에이스 세트당 0.62개를 기록 중이다. 

공격 부분만이 아니다. 수비력을 평가하는 3개 전 부문에서 상위 10위 안에 올라 있다. 서브 리시브 9위, 디그 6위, 수비 종합 6위를 기록 중이다. 외국인 포함 '공격수 전체'를 통틀어 현재 수비 3개 부문 모두 '톱 10'에 올라 있는 선수는 김연경이 유일하다.

김연경의 수비 안정감이 높다 보니, 상대 팀들은 철저하게 김연경을 피해서 서브 공략을 한다. 김연경에게 서브를 넣으면, 오히려 다른 공격수들에게 리듬감을 높여주고 공격 루트를 다양하게 만들어주는 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김연경이 아니다. 후위에서 순도 높은 디그와 2단 연결을 통해 다른 공격수들에게 기회를 넓혀주고 있다.

한편, 김연경의 시즌 4번째 상대는 절친이자 국내 최고 센터 양효진(31세·190cm)이 버티는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흥국생명 경기는 3일 오후 7시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다. 

평일 경기지만, 입장권(티켓)은 이미 판매 당일에 매진됐다. 이 경기는 스포츠 전문 채널인 SBS Sports와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동시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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