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비전시리즈에서 맞붙게 된 샌디에고와 다저스

디비전시리즈에서 맞붙게 된 샌디에고와 다저스 ⓒ 정강민


월드시리즈 우승 기록이 없다는 게 흠이긴 하지만, 현 다저스의 왕조는 미래에도 메이저리그 역사에 회자될 엄청난 업적을 만들어내고 있다. 프리드먼 사장도 점차 빅마켓 팀에 어울리는 결단력을 갖춘 수장으로 성장하는 모습이고, 무키 베츠는 빠르게 팀에 녹아들어 양대리그 MVP룰 노리고 있다. 이미 최고의 팀인데다 전력이 더 상승한 다저스를 보고 있자면, '과연 이들의 쇠퇴기가 올까'라는 의심까지 든다. 

하지만 지난 8년간 다저스의 왕좌가 위협 받은 적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샌프란시스코가 주로 괴롭혔고, 짝수해 신화가 끝난 뒤로도 애리조나와 콜로라도가 그들을 크게 위협했다. 만약 헤르만 마르케즈(콜로라도)가 다저스타디움 초강세의 모습(통산 6경기 ERA 2.09)을 2018시즌 163번째 경기에서도 보여줬다면, 역사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반면 샌디에고 파드리스의 경우 홀로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했다. 호스머-마차도에게 4억 5천만 달러를 쏴도 잠잠하기만 했다. (18-19시즌 도합 132승) 2008년 이후 단 한 시즌을 제외하면 80승 넘기기도 버거워하는 최약체 이미지는 샌디에고에게 참 질기게도 붙어있었다.

그랬던 샌디에고가, 2020년 들어 그야말로 완전히 달라져 다저스를 위협하고 있다. (올해 NL 전체 2위) 올해는 투자가 시작된 지 3년이 지난 시점으로, 약팀의 그림자를 벗어버리기까지 시간이 꽤 필요했었다. 마침내 도전장을 던질 자격을 갖춘 샌디에고. 왕조 타도를 외치는 그들의 진짜 도전기가 시작되려 한다. 

# 파드리스 vs 다저스, 첫 술에 배부를 팀은?
 샌디에고와 다저스의 주요 성적 비교

샌디에고와 다저스의 주요 성적 비교 ⓒ 정강민


샌디에고는 팜에 있는 선수를 전력의 축으로 삼고 여기에 슈퍼스타들을 얹어 시너지를 일으키는 팀을 디자인했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자체 생산 선수들의 활약을 가지고는 지구 내 경쟁조차 버거워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었다. 이에 시애틀 디포토 단장 못지않게 선수 거래를 지향하는 프렐러 단장이 칼을 빼들었다. 겨울을 거쳐 이번 여름까지도 작년의 주력 선수를 대거 교체하는 작업을 단행했다.

그 결과가 이번 시즌의 성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력이 강해지다보니 마차도-호스머-마이어스 같은 기존의 장기계약자이자 팀 간판 선수들도 더 신이 났고, 타티스 주니어는 아예 2년차 시즌에 MVP를 넘보고 있다. 클레빈저와 로젠탈은 투수진의 최전방과 최후방을 도맡아 기대한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다. 본인들의 육성전략이 실패한 것에 아쉬움은 남겠지만, 어쨌든 강해진 전력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다저스는 기존 선발진의 공백이 커보였다. 타선과 불펜 쪽은 이탈이 거의 없었지만, 그간 주력 선발 로테이션 멤버로 활약했던 선수들 세 명이 빠졌기 때문이다. (마에다-류현진-힐) 베츠 트레이드로 같이 합류한 프라이스도 시즌 불참을 선언해 유망주로 오래 남아있던 선발 예비요원들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그러나 뚜껑을 연 뒤 세 자리 공백은 말끔히 메워졌다. 비록 오프너 경기들이 몇 번 있었지만 우리아스-메이-곤솔린은 선발로 나와 도합 136⅔이닝 2.82의 훌륭한 성적으로 정규시즌을 마무리 했다. 베츠 트레이드에서 얻은 선수(베츠-그라테롤)들은 매우 성공적인 데뷔시즌을 치렀고 트라이넨도 가교 역할을 잘 수행했다. 잰슨과 뷸러, 피더슨을 제외하면 우려스러운 선수가 없을 정도로 올해도 다저스의 뎁스는 건재했다.

ELO 레이팅에서도 다저스의 뎁스는 1위로 평가를 받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현 시대 최고를 다투는 툴플레이어 무키 베츠까지 합류하다보니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반면 샌디에고는 성적에 비해 다소 실망스러운 6위에 올랐는데, 레이팅에서는 전력이 저평가됐지만, 대신 올해 선전을 이끌어온 폭발적인 기세에 기대를 걸어볼 필요가 있다.

# 선발 분석
 샌디에고와 다저스의 선발진 비교

샌디에고와 다저스의 선발진 비교 ⓒ 정강민

 
류현진이 무려 7년을 다저스 소속으로 있다보니, 샌디에고도 국내팬들의 눈에 익은 팀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의 시간들을 되짚어보면, 샌디에고 선발진은 정말 존재감이 미미했다. 13시즌부터 집계한 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를 살펴보면, 샌디에고 선발진(50.8)은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볼티모어(50.7) 다음으로 저조했고, 해당 기간 fWAR 누적수치가 두 자릿수인 선발도 없었다. (1위 타이슨 로스 9.5)

그렇게 선발 로테이션이 암울했던 시간을 올해 깨끗히 끝냈다. 올해 보여준 선발투수들의 퍼포먼스는 다저스를 앞섰다. 다저스 로테이션이 예년보다 약해진 덕을 보기도 했지만, 확실히 전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이적생 잭 데이비스와 개럿 리차즈의 활약도 괜찮았고, 마이크 클레빈저를 데려오는 승부수도 통했다. 올해 최고 페이스의 디넬슨 라멧이 이번 시리즈도 복귀하지 못하는 점은 아쉽지만, 샌디에고가 믿고 맡길 투수 3명을 확보한 것은 근래들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들을 앞세워 다저스에 선발대결 맞불을 놓을 것으로 보인다.

다저스의 선발 로테이션이 이만큼 부족해보인 적은 많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간 경력과 기량을 두루 갖춘 선발투수들을 항상 넘치게 가지고 있던 시간들이 많다보니 뉴페이스의 비중은 그만큼 떨어진 탓이 컸다. 지난 겨울 선발투수들이 FA로 풀리고 트레이드로 유출되는 끝에 올해 로테이션에는 이례적으로 투수 세 명이 풀타임으로 합류해줘야 할 상황이었다.

그리고 다저스의 영건들은 믿음에 보답하며 로테이션의 새로운 멤버로 연착륙해냈다. 이들의 존재로 다저스는 유일한 우려사항을 해결하며 아주 수월하게 정규시즌을 보낼 수 있었다. 이제 관건은 이 선수들이 가을야구의 무게감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될 것이다.

# 불펜 분석
 샌디에고와 다저스의 불펜진 비교

샌디에고와 다저스의 불펜진 비교 ⓒ 정강민


선발진이 샌디에고의 발목을 두고두고 잡았기 때문에, 어떻게보면 샌디에고 불펜은 지금까지 사치재의 성격처럼 되고 말았다. 좋은 승전조를 갖췄고 40세이브를 거두는 마무리투수도 있었지만 그들이 나올 경기가 아니라면 샌디에고는 패배를 쌓았다. 그리고 그 일원이었던 스템맨과 예이츠는 그 사이 소모되어갔고, 급기야 불펜 1-2번을 지키던 이 선수들은 자리를 내놓았다.

하지만 두 선수를 잃고도 여전히 샌디에고 불펜진은 이전의 위용을 이어가고 있다. 불펜투수로는 이례적으로 4년 계약을 제시해 데려온 포머란츠, 일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피어스 존슨이 합류했다. 예이츠가 부상당하고 고정되지 않았던 마무리 자리엔 캔자스시티서 부활을 알린 로젠탈을 데려와 맡겼다. 이외에도 서너명의 선수를 추가로 데려오며 뎁스 보강도 잊지 않았다.

국내 메이저리그 팬들에겐 그간 아쉬움이 많았던 다저스 불펜. 사실 샌디에고 불펜에 브레드 핸드(현 클리블랜드)가 등장하던 시점부터는 승전조 한정으로 비슷해진 무게감이 됐고, 예이츠와 스탬먼이 8-9회를 책임지기 시작한 17시즌부터는 두 팀의 불펜 평가가 역전이 됐다. (불펜 fWAR 13-19시즌 다저스 4위 샌디에고 12위 / 17시즌 이후 파드리스 7위 다저스 8위)

물론 당시에는 다저스에게 큰 위협이 된 건 아니었다. 그리고 올해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최고의 불펜을 가졌다. 콜로라도에서 무참히 무너진 제이크 맥기는 다저스 불펜 최고의 히트상품이 됐고, 트라이넨도 재기해 셋업맨 역할에 충실했다. 베츠 트레이드의 성공을 위해 끌어안았던 브루스더 그라테롤은 100마일의 싱커를 자랑하며 좋은 활약과 밝은 미래를 동시에 보여줬다.

새로 온 선수들의 맹활약과 플로로, 빅터 곤잘레스 등의 활약으로 작년까지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바에즈, 알렉산더, 켈리 등이 물러나 승전조 교체가 잘 이뤄졌던 다저스. 그러나 위상으로는 굳건했지만 피칭내용은 더는 그러지를 못한 잰슨의 존재는 여전히 큰 불안요소다. 감독의 발언을 통해 이젠 언제 잰슨이 투입될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인데 그의 역할과 향후 행보는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 타선 분석
 샌디에고와 다저스의 타선 비교

샌디에고와 다저스의 타선 비교 ⓒ 정강민


샌디에고는 그간 타선의 힘을 끌어올리면서 수비에도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는 최고로 평가받는 '포구의 달인' 호스머와 리그 최고 수비력도 겸비한 매니 마차도에게 투자를 했던 것이다. 올해를 앞두고도 최근 디펜시브 런세이브 +16을 기록 중이던 토미 팸과 유격수 출신 크로넨워스도 추가시켰다. 심지어 포수도 프레이밍이 좋은 편인 오스틴 놀라를 선택해 데려왔다. (놀라 RES +2)

샌디에고의 이런 노력은 내셔널리그 전체 fWAR 1위를 다저스로부터 뺏어내는 성과로 돌아왔고, 공수 밸런스가 아주 좋은 타선으로 탈바꿈했다. 팬그래프 기준 Off 스탯과 Def 스탯이 모두 양수인 선수가 5명이었다. 공격에서는 맹렬한 기세를, 수비에서는 안정에 충실했던 젊은 타선의 가을 활약에 기대치가 높아진 상황이다.

다저스의 타선은 기대했던 무키 베츠 효과를 등에 업었고 코리 시거가 올해는 2017년의 모습으로 돌아가면서 최고의 1-2번을 구축했다. 이들 외에도 공격에서 구멍이 거의 없었던 가운데 코디 벨린저도 시즌 중반부터는 작년 모습으로 돌아간 것도 고무적이었다. (첫 24경기 .175 .245 .620 4홈런 11타점 / 이후 32경기 .293 .401 .569 8홈런 19타점)

하지만 수비력이 작년에 비해 더 나빠졌으며 (19시즌 Def 6위 → 20시즌 12위) 주전 선수로는 무키 베츠만 Def가 양수일뿐 나머지는 모두 음수였다. (백업포수 반스 4.2) 디펜시브 런세이브가 2위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범위를 제외한 모든 면 즉, 외야송구능력과 실책억제, 더블플레이 처리 같은 부분들이 모두 마이너스 점수를 받았던 것으로 인한 것이었다.

유틸리티를 적극 활용하는 팀의 한계인 세밀함이 떨어지는 수비의 결과지만, 팀의 기조가 변하진 않으리라 예상되기에 선수들의 집중력이 더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 관전포인트

샌디에고의 의욕은 하늘을 찌를 것이다. 오랜만의 호성적, 그것도 내셔널리그 2위의 성적과 와일드카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기세, 그리고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상대가 다저스라는 사실까지. 하지만 다저스를 상대할 때 가장 강했던 라멧은 여전히 나오지 못하는데다, 상대전적에서 OPS 차이에 비해 득실차가 크게 벌어진 것도 마음에 걸린다. 다저스를 처음 상대할 클레빈저가 라멧의 역할을 대신할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다저스는 3년 전 자신들을 상대로 정규시즌 상대전적에서 우위를 갖고 기세등등하게 올라온 애리조나를 3-0으로 깨끗이 정리하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아직 너희들의 차례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처럼 철저히 제압했다. 샌디에고의 도전을 물리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러기 위해선 더 짜임새 있는 수비력이 필요하고, 9회 수비에 대한 투수 기용플랜에 대한 교통정리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저스의 왕좌에 도전장을 내던진 팀은 대부분 정규시즌보다는 가을야구에서 만난 타지구의 강팀들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같은 지구의 팀들은 말로는 타도를 외치지만 행동까지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이 어려운 것을 샌디에고가 이뤄내고 다저스의 앞길을 가로막기 위해 나섰다.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겁없는 젊은 혁명군과 노련한 독재자의 정면충돌이 그 서막을 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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