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비전시리즈에서 맞붙는 마이애미와 애틀랜타

디비전시리즈에서 맞붙는 마이애미와 애틀랜타 ⓒ 정강민


해마다 상당히 어려운 관문을 뚫고 월드시리즈 우승컵을 품에 안은 한 팀이 배출된다. 최소 3번 (올해는 모두 4번)의 단기전 시리즈에서 승리를 거둔 팀에게만 허락되는 이 업적은 자신들의 전력만으로 이뤄낼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운도 따라줘야 하고, 변수도 무마시켜야 하며, 승부처 선택의 기로에서 '믿음의 야구'와 '한 박자 빠른 교체'를 넘나들며 정답길만 골라내는 능력도 필요하다.

이러한 월드시리즈 우승의 어려움을 크게 체감해온 팀 가운데 하나가 바로 애틀랜타일 것이다. 1990년대 애틀랜타의 왕조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다저스 시대조차 아직 미치지 못한 대단한 것이었다. 11연속 지구우승을 포함해 91년부터 15시즌 중 14번 지구 1위를 차지했고 6번의 100승 시즌을 만난 당시의 애틀랜타지만, 천하의 그 강팀도 월드시리즈 우승은 단 한 번만 이뤄내는데 그쳤다(WS 5회 진출)

이렇게 어려운 월드시리즈 우승. 그러나 마이애미(전 플로리다) 말린스에게만큼은 이것이 통하지 않는 듯 하다. 말린스 프랜차이즈는 올해 이전까지 포스트시즌에 두 번 나갔을뿐, 정규시즌을 단 한 번도 1위로 마쳐본 적이 없다. 근처에 위치했고 역사도 비슷하게 짧은 템파베이가 가을야구는 밥먹듯이 하는 팀으로 올라선 반면, 말린스는 강한 전력보다는 주로 이상하거나 좋지 않은 행보로 가끔 주목을 받는 정도였다.

하지만 가을야구에 한 번 오르기만 하면, 정규시즌에선 자주 볼 수 없었던 승리 DNA가 갑자기 생겨나듯 어떤 팀을 상대로도 져본 적이 없다. 패배 일보 직전 상황에 난데없는 해프닝이 벌어지며 (바트만의 저주 사건) 시리즈를 뒤집고, 그 당시 최고의 전력이라 불리던 클리블랜드와 양키스가 '말린스 매직'에 홀려 우승을 헌납하는 등 그들의 포스트시즌 행보는 전설로 회자될만한 것들이 많았다.

단 두 번 올라왔지만 가을야구 전문가 이미지를 획득해낸 말린스. 그리고 왕조 시절이 무색했던 가을 성적과 9회 연속 1라운드 탈락 등 가을야구에서 탈락의 전문가라는 불명예를 안은 애틀랜타. 이 두 팀이 24년만의 재대결을 펼치려 한다.

# 마이애미 vs 애틀랜타, 탈락계 권위자들의 대결
 마이애미와 애틀랜타의 주요 성적 비교

마이애미와 애틀랜타의 주요 성적 비교 ⓒ 정강민

 
2010년대 후반을 바라보고 설계했던 팀을 호세 페르난데스의 보트사고로 인해 해체시켜버린 마이애미는, 사실 올해도 드래프트 1픽을 두고 경쟁할 주요한 팀으로 여겨졌다. 타티스 주니어나 이전에 페르난데스 같은 초대형 유망주가 자리잡지도 않았고, 투수 파트와 달리 야수 전력의 대부분은 팀의 청사진을 감안했을 때 다음 세대 다리 역할을 수행하는 '스탑갭' 선수가 대부분이다(주전 분류된 9명의 야수 중 6명이 30대).

전력이 완성된 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젊은 투수들과 메이저리그에서 잔뼈 굵은 베테랑 타자들이 승을 합작해내면서 어쨌든 이기는 맛을 들이는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동부지구 다른 팀들이 알아서 마이애미에게 길을 내줬고, 앞지르는데도 번번히 실패하면서 포스트시즌 가시권에 꾸준히 자리했다. 결국 시즌 최후반부까지 이 흐름은 바뀌지 않았고 생각지도 않던 가을야구에 발을 내딛게 됐다.

애틀랜타는 예상대로 타선의 위용을 뽐내며 지구 우승을 가져갔지만, 이면에는 투수진에 대한 고민이 자리하고 있다. 작년까지 불펜이 속을 너무 썩이는 탓에 불펜투수로만 서너명을 트레이드해 데려왔던 팀이, 올해는 선발의 습자지 뎁스 속에 허덕이는 것이었다. 자리가 없어서 그간 포스트시즌에는 불펜으로 뛴 맥스 프리드가 1선발이 될 정도였다. 

2선발 이후가 마땅치 않던 애틀랜타지만, 프리먼이 이끄는 타선이 여전히 건재한 가운데 지구내 경쟁을 이겨내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불펜들도 승리기회를 잘 지켜냈기 때문에 선발 공백은 잘 커버할 수 있었다. 마이애미가 시즌 초반 코로나 사태로 2승 1패로 오래 지내다보니 당시엔 순위가 2위로 내려가기도 했지만, 8월 중순 1위자리를 잡고는 어렵지 않게 3년 연속 우승을 이룩했다.

ELO 레이팅 시스템에서는 애틀랜타를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디비전시리즈 8개 팀 중 5위로, 동일 기준 최하위이자 30개 구단으로 넓히면 22위까지 떨어지는 마이애미가 있다보니 상당히 평가가 좋지 않은 것이다. 아무래도 선발진의 공백을 극복하지 못한 탓이 커보인다. 그래도 애틀랜타 정도의 전력이라면, 가을기세가 특출한 말린스라 해도 이번 시리즈에는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 선발 분석
 마이애미와 애틀랜타의 선발진 비교

마이애미와 애틀랜타의 선발진 비교 ⓒ 정강민


현재 마이애미 선발진을 지탱하는 선수들의 연차는 길어야 3년이었다. 선발 전환 후 풀타임 4년차인 호세 우레나도 있긴 하지만 그는 주축투수에선 멀어진 상태다 보니, 실질적으로는 어린 선수들의 힘만으로 로테이션을 끌고 가는 것이다. 실제로 킨츨러나 블레이어, 호이트, 빈센트 같은 베테랑이 중심인 불펜과 달리 선발에는 26살 이상의 선수들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로테이션을 끌어가는 어려운 역할을 잘 수행해냈다. 식스토 산체스는 데뷔 직후 페드로의 재림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화려하게 나왔고, 샌디 알칸타라는 팀의 2위 사수를 위해 중요했던 9월 선발 로테이션을 지휘했고, 팀의 가을야구 결정경기에서 7⅓이닝을 던지며 큰 활약을 했다. 파블로 로페즈는 아직 산체스도 없었고 알칸타라는 코로나19 감염증세로 이탈해 있었던 8월에 홀로 로테이션을 책임졌다.

세 투수가 아쉽게도 같은 시기에 상승세를 탄 적이 없다보니 더 많은 승수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진 못했다. 하지만, 이 25세 미만의 어린 투수들이 거둔 성과는 아주 귀중한 것이었다. 남은 가을야구에서도 이 투수들의 활약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마이애미의 어린 투수들이 잘 던졌다면, 반대로 애틀랜타는 야심차게 키워온 영건 투수들 중 불발탄이 아직도 많다. 테에란과 카이클이 FA로 떠난 가운데, 소로카의 부상과 폴티네비치의 부진(이후 DFA 처리), 해멀스(어깨부상)와 펠릭스 에르난데스(시즌불참)까지 전력과 예비전력 관계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다. 결국 선발자리는 유망주 테스트의 장이 될 수밖에 없었는데, 유망주들이 이 큰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브라이스 윌슨, 투키 투상, 카일 라이트 등이 실패할 동안, 앤더슨은 정규시즌에도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신시내티와 WC 2차전 때 첫 가을나들이에 나서 무실점 등판을 이뤘다. 이처럼 강렬한 데뷔를 이룬 앤더슨이 본격적인 가을야구 시리즈에서도 2선발 역할을 해내 프리드의 뒤를 계속 뒷받침 해줄 수 있을지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 불펜 분석
 마이애미와 애틀랜타의 불펜진 비교

마이애미와 애틀랜타의 불펜진 비교 ⓒ 정강민


우선, 마이애미 팀 불펜진은 내셔널리그 최악이었지만, 이것이 쓸만한 선수도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다. 승리조 면면을 살펴보면 브랜든 킨츨러가 ERA에 비해서는 안정감이 좀 떨어질뿐 (FIP 5.00) 홀드를 따내며 승리조로 분류된 선수들 호이트와 가르시아, 블레이어를 포함해 대여섯명 정도 있는데 이들은 안정적인 편이었다.

문제는 나머지 투수들로, 이 선수들은 한두경기 내보냈다가 모두 상대 타선에 공략당하면서 대부분이 ERA가 두 자릿 수로 나오고 있는 선수들이다. 저 위의 선수들이 아니라면 마이애미는 믿고 맡길만한 투수가 전무하다. 선택과 집중이 그 어느 팀보다 중요하고, 선발과 타선 쪽이 도움을 주지 못하고 끌려간다면 버틸 수 없는 수준이다. 

반면 애틀랜타의 불펜 기용은 아주 여유가 있다. 자료에 소개된 선수 이외에도, 타일러 마첵(팀 불펜투수 fWAR 1위), 조시 톰린(12G 2.95), 대런 오데이(19G 1.10) 같은 안정적인 투수들을 경기 중후반에 활용할 수 있다. 이 선수들은 중요했던 신시내티와의 와일드카드 1차전 모두 나와 팀의 13이닝 중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승리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다만, 올해 불펜투수 fWAR 부문 ML 전체 공동 10위의 마첵이 승리조에서 벗어나있다는 것(시즌 1홀드), 그리고 마무리 멜란슨이 외려 다른 승리조 투수보다 무게감이 떨어지는 모습이었다는 것은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WPA/LI(레버리지 제외 승리확률기여도)의 측면에서 마첵(0.52, 팀 2위)과 멜란슨(0.40, 팀 6위)의 기용방식은 의문이 든다. 마무리인 멜란슨은 그대로 놔두더라도 마첵에겐 좀 더 중책을 맡겨도 괜찮을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 실행에 옮길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 타선 분석
 마이애미와 애틀랜타의 타선 비교

마이애미와 애틀랜타의 타선 비교 ⓒ 정강민



마이애미는 타선도 딱히 장점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불펜만큼은 아니었지만 겨우 WAR에서 음수를 면하는 수준으로, 타선의 보강을 위해 데려온 스탈링 마르테도 별다른 모습을 만들어내진 못했다(이적 후 .245 .286 .415). 기동력이 그나마 눈에 띄긴 했지만 많은 득점력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다만 단기전이라면 스몰볼도 잘만 활용하면 빅볼보다 위용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을 2010년대 중반 캔자스시티 야구를 통해서 확인을 했다. 또 코로나19로 많은 시간 팀에서 이탈해있다가 돌아온 게릿 쿠퍼의 복귀는 반가웠다. 이전까지는 수비 전문 이미지가 강했던 로하스가 팀 공격을 주도할 정도로 성장한 것도 놀라웠다. 타선의 파괴력은 밀리지만, 이 둘과 앤더슨을 중심으로 유기적이고 강한 응집력을 기대해해볼 만하다.

애틀랜타 타선의 파괴력은 가공할 만했다. 오수나와의 1년 계약은 양측 모두에게 이해관계를 충족시켰다. 프리먼은 뛰어난 공격력을 바탕으로 타티스 주니어와 베츠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몰릴 동안 조용히 접근해 MVP를 노리고 있다. 아쿠냐도 지금까지 슬럼프 없이 커리어가 순항하고 있다.

상대에게 더 악몽인 것은, 타선에는 이 셋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포지션의 선수들도 대단했기 때문이다. 포수 포지션의 트레비스 다노는 .321의 고타율과 9개 홈런으로 쉬어가는 타순이 아니라 중심타선급 퍼포먼스를 보여줬고, 유격수의 댄스비 스완슨 또한 두 자릿 수 홈런으로 이를 거들었다.

와일드카드 시리즈 신시내티 투수진을 상대로 답답한 공격력을 펼친 것은 마음에 걸리지만, 최고의 수준을 다퉜던 신시내티보다는 아무래도 수월한 상대임은 틀림없다. 마이애미 투수진을 상대로는 원래의 그 모습을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관전포인트

마이애미 선발진은 다소 우세가 있긴 하나, 전체적인 전력 상으로는 애틀랜타에 못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선발투수진을 어떻게든 공략해내서 틀어막아야 한다. 마이애미의 앞길이 첩첩산중인 것이 사실이지만, 우선 앞길을 뚫지 못하면 그 다음은 없다. 컵스 투수를 뚫어낸 마이애미 타선이 애틀랜타 투수진에게서 승리를 위한 점수를 뺏어 승리를 쌓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애틀랜타의 가을야구 징크스는 10번의 도전 끝에 끊어냈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아직 그들에게 기대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투수진이 합심하여 6득점으로도 승리를 얻는데 부족함은 없었지만, 타율 .195에 35개의 삼진을 헌납한 타선의 퍼포먼스가 계속 되어서는 곤란하다. 이번 시리즈 애틀랜타에게는 타선이 회복이 최대명제가 될 것이다.

앞으로도 이번 가을에 말린스와 매치업이 될 팀들은, 전력 편차가 큰 상태로 맞대결을 펼칠 것이다. 그러나 말린스는 어려운 상황에도 가을마다 저력을 보여준 팀이다. 애틀랜타도 왕조 시절 말린스(당시 플로리다 말린스)와 맞붙어 패배를 맛본 적이 있어 그들의 저력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 가을엔 애틀랜타가 복수에 성공할 것인가, 아니면 말린스의 세 번째 스토리가 계속 집필될 것인가. 이번시즌 NL 동부지구의 왕중왕전이 막을 올릴 채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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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포스트시즌 가을야구 디비전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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