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비전시리즈에서 맞붙는 휴스턴와 오클랜드

디비전시리즈에서 맞붙는 휴스턴와 오클랜드 ⓒ 정강민


2000년대 초반부터 각광받은 오클랜드의 머니볼 신화는 그 정점이던 2002년을 지나 2006년을 끝으로 저무는 듯했다. 하지만 지금도 빌리 빈은 오클랜드 프런트 수장이고, 여전히 재정비와 전성기를 반복하며 가을야구에도 심심찮게 나타나는 다크호스 이미지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오클랜드를 2년 연속 지구 2위로 누른 팀이 있었으니 바로 '공공의 적'이 된 휴스턴이었다. 야구 역사상 가장 강도 높은 리빌딩을 거쳐 2015시즌부터 두각을 나타낸 휴스턴의 성과는 대단했다. 월드시리즈 우승 포함 최근 4년 연속 가을야구 기간 동안 최소한 1라운드를 통과해온 가을 DNA를 자랑했다. 반면 2위로 와일드카드에 진출한 오클랜드는 단판전의 부담감에 계속 무너지며 조기탈락의 쓴잔만 들이켰다.

하지만 작년 월드시리즈 종료 후, 휴스턴의 성공에는 전자기기를 통한 사인 훔치기의 힘이 들어있다는 의혹들이 터지면서, 이 성과와 휴스턴이 말해온 노하우는 하루아침에 가치를 잃고 거짓말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 이제 그들은 동경의 대상이 아닌, 빌런이자 타도의 대상이 됐다. 공교롭게도 시즌 내내 부침을 겪으며 5할 승률조차 달성하지 못해 더욱 의혹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억울했던 2인자' 오클랜드는 올해 정규시즌의 절대우세에 이번 시리즈까지 잡고 완전한 우위를 점하려 한다. 반면 성적 저하로 의혹을 더욱 키운 휴스턴은 와일드카드 경기 2연승에 힘입어 정면돌파하려 한다. 어떤 팀이 목적을 달성할지, 진정한 서부지구의 왕좌를 건 피할 수 없는 승부가 시작된다. 

휴스턴 vs 오클랜드, 진정한 AL서부 타이틀매치  
 
 휴스턴과 오클랜드의 주요 성적 비교

휴스턴과 오클랜드의 주요 성적 비교 ⓒ 정강민


휴스턴이 스캔들에 휘말리긴 했지만, 그 전력만큼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이 됐었던 것은 사실이고, 단기간에 무너트리긴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스스로 무너졌다. 게릿 콜이 떠나간 선발진에 저스틴 벌랜더마저 쓰러지면서 (벌랜더 22년 복귀) 그레인키 혼자 선발진을 지휘해야 했고, 주전 야수 대부분이 성적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그 결과, 3년 연속 우승이 좌절된데 더해 마치 포스트시즌 진출을 당한 느낌이 되버리고 말았다(AL 서부 오클랜드 제외 전원 5할 미만).

휴스턴을 포함해 같은 지구의 팀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유일하게 오클랜드는 AL 최고승률을 놓고 다른 지구 선두팀들과 경합하고 있었다. 지금도 그들에게 슈퍼스타는 없지만, 팀은 승리를 얻어냈다. 그 어느 부문에서도 뒤처짐 없이 안정적인 전력을 유지하고 있는 오클랜드는 지구 내 다른 팀과 노는 물이 달랐고, 이번 시즌 왕좌를 쉽게 차지했다.

오클랜드는 이번 시즌 휴스턴을 상대로 7승 3패의 우위를 보였다. 휴스턴 타선이 오클랜드 불펜진을 공략하지 못한 것이 컸다. 올해 치른 두 팀의 정규시즌 경기에서 큰 격차가 나는 경기가 흔치 않았는데, 결국 최후반부 집중력의 차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경기 후반부 득점을 뽑아낸 오클랜드가 여러 경기를 승리로 챙기면서 우위가 완성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LO 레이팅 결과가 흥미로운데, 휴스턴은 4위에 오른 반면 오클랜드는 7위에 그쳤다. 여전히 슈퍼스타로 군림했던 휴스턴의 타자들에 대한 반등 기대가 존재하는 반면, 오클랜드는 그런 입지의 선수가 없다시피 한 데다 맷 채프먼의 경우 아예 활용도 못한다는 점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성적 격차가 꽤 큰 상황에서 레이팅은 반대의 결과를 가리키고 있어, 반전에 대한 기대치는 꽤 오를 것으로 보인다.

# 선발 분석
 휴스턴과 오클랜드의 선발진 비교

휴스턴과 오클랜드의 선발진 비교 ⓒ 정강민


사실 휴스턴 선발진의 무게감 약화는 생각했던 것보다 컸다. 게릿 콜의 이탈은 생각해둔 것이지만, 작년 사이영상 수상자 벌랜더까지 빠진 건 대형 악재였다. 그레인키가 에이스 자리를 이어받았지만 기량을 이어가진 못했다(첫 5경기 29⅓이닝 1.84 / 이후 7경기 37⅔이닝 5.73).

누가 봐도 심각한 전력누수가 있었음에도 선발진은 무너지지 않았다. 발데즈가 팀내 최다승 투수가 됐고, 긴 재활을 거친 매컬러스 주니어도 복귀 시즌을 만족스럽게 보냈다. PS 선발이었던 우르퀴디도 합류가 늦었지만 9월 좋은 피칭을 선보였다. 트리플A 경력도 일천했던 크리스티안 하비에르의 예상치 못한 활약도 있었다. 사실상 선발진의 새 얼굴들이 휴스턴의 더 큰 붕괴를 막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팀이 된 오클랜드 입장에서 아쉬운 점 중 하나는 에이스 투수가 마땅치 않았다는 것이었다. 작년 몬타스의 호성적은 약물의 힘을 빌린 것으로 들통났고, 2018시즌도 믿을만한 투수가 없어 와일드카드전에 오프너를 활용하는 도박을 걸어야 했다. (당시 마네아 어깨부상 이탈) 오클랜드의 PS 조기탈락에 선발싸움 패배가 큰 요소로 자리했었다.

그러나 올해는, 이런 이미지가 불식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가을의 첫 경기를 패하긴 했지만, 2차전을 잡아내고 기사회생하며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정규시즌 2.29의 ERA를 올린 우완 크리스 배싯이 선봉에 섰다. 올해 아메리칸리그 최고 타선을 맞아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7이닝 1실점 위력투로 기세를 이어갔다. 작년 커리어 첫 10승을 달성한 배싯은 올해 스텝업하면서 쾌조의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에이스를 가지게 된 오클랜드는 트레이드로 합류한 마이너와 영건 루자르도, 터줏대감 마네아까지 뒤를 이을 선발투수 선택지도 많이 넓어진 상태다. 이번 가을엔 선발투수들이 팀의 아킬레스건 신세를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 불펜 분석 
 휴스턴과 오클랜드의 불펜진 비교

휴스턴과 오클랜드의 불펜진 비교 ⓒ 정강민

 
휴스턴의 불펜진도 양키스 못지않게 많이 약화된 상황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 포스트시즌에서 핵심 노릇을 하던 선수 중 올해도 남아있는 이는 프레슬리 뿐이다. 마무리투수 쪽은 그가 활약을 해주고 있지만, 연결고리는 느슨해진 상태였다. 작년 약점으로 지적됐던 좌완불펜투수 부재는 블레이크 테일러와 브룩스 레일리로 채워졌는데, 다른 부분은 다 나빠지고 말았다. 

성적을 뜯어보면 삼진을 잡아내는 능력 자체는 괜찮지만 볼넷도 너무 많이 내주고, 스스로 위기를 만드는 일들이 잦았다. 주력불펜투수 중 9이닝당 볼넷이 4개 미만인 선수는 레일리와 프레슬리 정도 뿐이다. 여기에 평균자책점이 낮은 투수들 중 FIP(수비 무관 평균자책점)까지 나쁜 선수들이 많다보니 이들에게 마냥 믿고 맡길 수도 없었다.

이는 첫 월드시리즈 당시의 불펜진과 비교해봐도 상태가 더 나쁘다. 그 당시 휴스턴 불펜은 가을야구에서 어려움을 겪었으나 정규시즌 때는 상당한 믿음을 줬었다. 지금은 그렇지도 못한 상황이다. 프레슬리와 레일리가 던진 1⅔이닝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선발로 던져온 투수들이 막은 상황은 휴스턴 불펜의 현주소를 대변하는 듯했다.

오클랜드는 선발진에는 자신이 없었지만, 불펜에는 최근 3년간 자신감을 보여왔다. 절대 메울 수 없어보였던 트라이넨의 자리를 리암 헨드릭스가 완벽히 대체하고 트라이넨과는 결별했음에도, 어느 투수를 승전조로 써도 이상할 것이 없는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 (팀내 불펜투수 중 가장 성적이 나쁜 TJ 맥파랜드 ERA 4.35)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불펜 전력에 들어온 웬델켄은 어느덧 완전히 주력투수로 자리잡았고, 베테랑 디크먼, 페팃, 소리아는 안정적으로 승리를 지켰다. 신예 조던 윔스마저도 3점대 초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트리비노, 웬델켄 등과 함께 상대의 도망을 저지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추격조마저 탄탄했던 오클랜드다보니 정규시즌에서 대패한 경기는 고작 대여섯 경기 정도에 불과했다. 상대에게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는 불펜의 힘은, 휴스턴을 더욱 괴롭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 타선 분석
 휴스턴과 오클랜드의 타선 비교

휴스턴과 오클랜드의 타선 비교 ⓒ 정강민


휴스턴이 사인훔치기로 이득을 얻었던 파트는 타자 쪽이었다. 영상으로 분석해낸 사인을 휴지통을 두들겨 전달하면 타석의 타자가 어떤 구종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노림수로 잡는다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휴스턴은 지난 3년 간 가장 높은 wRC+(조정창조득점력)를 기록했다. (1위 휴스턴 119, 2위 양키스 113, 4위 오클랜드 107)

이랬던 팀이 이번 시즌 99의 성적을 기록했다. 브랜틀리와 터커, 말도나도 정도만이 작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성적을 냈을뿐, 나머지 주전 타자들은 하나같이 예년만 못한 공격력이었다. 특히 9월엔 스프링어와 브랜틀리를 제외하면 모두 집단부진하면서 팀 wRC+가 86(전체 25위)에 그쳤다. (7-8월 110)

워낙 흐름이 나빴다보니 이젠 사이클상 올라가는 시점이 도래할 것을 기대할 수 있긴 하나, 답답한 공격력은 지난 와일드카드 경기서도 터지지 않았다(2경기 7득점 .194).가뜩이나 답답한 흐름에 오클랜드 투수들에게 시즌 제압을 당했던터라 암울한 전망 속에 시리즈를 준비하게 됐다.

오클랜드의 걱정거리도 공격이 될 것이다. 표 상으로 보이는 WAR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수치의 우위는 수비의 덕이었다. wRC+로 눈을 돌리면, 이들 또한 101에 그치며 예년의 파괴력보단 실망스러웠다. 팀 타선의 중심인 올슨은 부진하고, 채프먼은 부상이 발견되어 아예 시즌아웃됐다. 작년 MVP 3위인 시미언까지 타격에서 부진하며 전력의 축이 무너진 탓이 컸다.

하지만 작년 최고의 공력력을 자랑했던 마크 칸하가 버텨줬고, 신예 포수 션 머피의 공수에서의 좋은 활약과 채프먼 공백을 메우기 위해 데려온 램의 의외의 반등은 타선의 빛과 소금이었다. 베테랑 그로스먼과 트레이드로 합류한 라 스텔라도 타선의 힘을 배가시켰다. 

이렇게 분전해주는 선수들이 있긴 하지만, 간판선수들의 부진으로 인한 공백이 워낙 크다보니, 이들로도 메우기 어려워 보인다. 여전히 뛰어난 수비력을 가지고 있어 단기전에 생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긴 하지만, 공격에서 올슨과 시미언 같은 팀 간판 선수들의 부활이 절실하다.

# 관전포인트

휴스턴의 고민은 선발진의 분전만으로는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불펜진의 무게감이 확연히 떨어졌고, 타선도 몰라볼 정도로 추락해 있었다. 스캔들의 여파로만 단정짓기에는 격차가 컸다. 지난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도 공격에선 한두 명만 제대로 가동됐고, 나머진 무기력으로 일관했다. 앞으로의 포스트시즌 일정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공격 파트가 제 페이스를 찾아야 한다. 

오클랜드의 고민도 같다. 작년 MVP를 노릴만한 스타로 성장했던 타선의 중심축 셋(채프먼, 올슨, 시미언)이 모두 전력에서 제 역할을 못하면서 타선이 무너졌다. 물론 휴스턴과 달리 수비가 뛰어나기도 했고, 투수들도 정규시즌 휴스턴 타선을 확실히 봉쇄한 좋은 기억을 가졌다는 점에서 이번 시리즈는 오클랜드 쪽이 우세를 가져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점수를 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앞으로의 시리즈는 물론 지금의 우세도 무색해질 수 있다.

정규시즌도 내준 마당에 가을마저 내줄 수는 없다는 휴스턴, 그리고 정당하지 못한 행위로 이득을 본 휴스턴으로 인해 지난 두 시즌을 흘려보낸 오클랜드. 과연 오클랜드가 '악당' 휴스턴을 징벌할 수 있을지, 아니면 휴스턴이 사필귀정을 외칠 수 있을지. 두 팀의 제2라운드가 시작을 알리려 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MLB 포스트시즌 가을야구 디비전시리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MLB에서 일어난 팩트에 양념쳐서 가공하는 일반인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