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비전시리즈에서 맞붙게 된 템파베이와 양키스

디비전시리즈에서 맞붙게 된 템파베이와 양키스 ⓒ 정강민

 
가을하면 떠오르는 최강자 이미지는 양키스가 가지고 있다. 통산 우승기록이 말해주듯 양키스는 가을의 단골손님이며, 일단 포스트시즌에 나서면 누구를 막론하고 그들을 우승후보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약 30년간 5할 승률 밑으로 떨어져 본 적도 없고 필요하면 현금으로도 시원시원한 '플렉스'를 할 수 있는 '악의 제국'이 올해도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양키스와 그들의 숙적 보스턴 등이 버티는 아메리칸리그의 동부지구는 현 6개 지구 체제 상 가장 어려운 난이도를 가진다고 손꼽히고 있다. 이 험난한 곳에 약 20년 전 갓 창단된 팀이 덜컥 참전했다. 경쟁 구도에 더해 마켓규모도 작고, 팬들의 접근성도 나쁘며 구장 시설까지 좋지 않은 최악의 척박한 환경이었다.

예상대로 이 팀은 가시밭길을 10년이나 걸었다. 드래프트 성과도 좋지 못했고 투자는 언감생심이었으며 경쟁자들은 무시무시했다. 하지만 그 10년이 지나고 팀이 정착하자, 그간 버텨온 내공이 그들을 강팀으로 이끌었다. 2008년 이후 이 팀은 13시즌 중 10번 5할 승률을 만들었고 6번 가을야구를 하는 저 악의 제국에 견줘 밀리지 않는 성적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바로 템파베이 레이스였다.

최고 수준의 인기와 자금력을 가진 팀, 그리고 저 둘을 가지지 못한 대신 최고 수준의 자생력을 갖춰 스스로 강하게 큰 팀. 걸어온 길은 달랐지만 이 둘이 이뤄온 최근의 성과는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금수저'의 자존심과 '자수성가'의 근성의 정면충돌이 그 시작을 알리려 한다.

양키스 vs. 템파베이, 양극단을 대표하는 이들의 만남
 
 양키스와 템파베이의 주요 성적 비교

양키스와 템파베이의 주요 성적 비교 ⓒ 정강민


사실 양키스에 대한 기대치는 코로나 19로 더욱 올라온 상태였다. 애런 힉스, 스탠튼, 저지 등 팀 핵심 타자들이 미뤄진 단축시즌의 첫 경기부터 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즌 시작 후에 또다시 부상자 속출에 어려움을 겪었고, 작년처럼 새바람을 일으킬 유입선수도 없다보니 부상자가 남긴 전력을 온전히 메우지도 못했다. 결국 제대로 된 전력을 며칠 가동하지 못하고 토론토의 위협 속에 간신히 2위를 지켜내는 아쉬운 시즌이 됐다.

템파베이가 오히려 작년 양키스와 흡사한 모습을 보여줬었다. 타자 쪽의 브로소, 아로자레나, 투수 쪽의 프레밍이나 커티스 같은 선수들이 훌륭한 전력으로 성장했다. 여러 재능있는 선수들을 데려와 어떤 상황에도 믿고 기용할 수 있는 전력으로 키워내온 템파베이는 올해도 전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어느 누가 이탈하더라도 그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화를 갖췄다.

전력측정 및 랭킹산정시스템인 ELO 레이팅 시스템에서도 이를 인정하듯 템파베이를 3위에 올려놨다. 놀라운 사실은 양키스가 이처럼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 템파베이보다 높은 팀으로 예측되고 있다는 것. 2위팀 세 팀 중에서도 1위가 아니었던 팀이었음에도 2위에 오른 양키스는 시즌 마지막에 대부분 부상에서 복귀해 완전체 전력을 가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가을야구 밝은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양키스에겐 저 순위에 드러나지 않은 큰 우려사항들이 있었다. 올해 템파베이에겐 전혀 힘을 쓰지 못했을뿐더러, 양키스타디움을 벗어날 경우는 이게 양키스인지 리빌딩 팀인지 의심스러울만큼 형편없는 경기력을 보였다.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두 경기 22득점을 퍼부었던 모습에서 보인 모습을 버블에서도 기대해봐야 할 것이다.

선발 분석
 
 양키스와 템파베이의 선발진 비교

양키스와 템파베이의 선발진 비교 ⓒ 정강민


양키스의 강인한 선발진은 게릿 콜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9년 3억 2400만 달러의 대형계약을 맺은 콜은 기대했던 그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전담포수까지 갖춘 콜의 공은 그 어떤 여지도 남기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양키스는 콜 외에는 선발투수의 강인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뼈아프다. 포스트시즌의 남자 다나카 마사히로마저 지난 가을야구 첫 등판 고전을 면치 못했고, 더구나 휴식일 없이 치뤄지는 시리즈라 5인 로테이션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나오다보니 상황은 더 좋지 않다.

템파베이는 2019년 오프너 활용을 벗어나게 해준 주력 투수들이 남아있었고, 앞서 언급한 플레밍과 더불어 작년에 데려온 트레버 리차즈까지 더해 선발투수 뎁스가 두터워진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작년 부상 후 이어진 글래스노의 이닝 제한이 풀리면서 포스트시즌 초반 경기에 힘을 더 실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요니 치리노스의 시즌아웃과 더불어 투수들이 돌아가며 부상을 당했었고, 야브로와 모튼 같은 핵심 투수들의 퍼포먼스가 작년보다는 떨어지다보니 오프너 전략도 써야했고 에이스 뒤를 잇는 선발의 무게감도 저하될 수밖에 없었다. 스넬이 투구 퍼포먼스는 괜찮지만 이닝은 길게 가져갈 수 없기 때문에 올해 떨어지는 선발진의 무게감에 비춰봤을 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불펜 분석
 
 양키스와 템파베이의 불펜진 비교

양키스와 템파베이의 불펜진 비교 ⓒ 정강민


양키스의 불펜이 자랑하던 선수들 중 브리튼 정도를 제외하면 올해 기대만큼 해준 투수는 없었다. 채프먼은 코로나 19 감염으로 겨우 10이닝을 넘겼고, 오타비노와 그린은 계속 퍼포먼스가 나빠지고 있다. 불펜의 핵들이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다른 투수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보니, 양키스 불펜이 승리기여도 13위라는 현 주소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템파베이와의 매치업에서 핵심 불펜진이 무너졌다는 점도 뼈아프다. 채프먼이 1경기에 나와 무실점을 기록하고 루이스 세사나 조나단 홀더 같은 추격조 투수들은 괜찮았는데, 정작 그린-브리튼-오타비노 트리오는 8 1/3이닝 7실점으로 전혀 템파베이 타선을 막아내지 못했다.

반면 템파베이는 그냥 아무나 나와서 맡겨도 된다고 할 정도로 불펜투수들 개개인의 힘이 좋다. 1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들 중 6명이 3.30 이하의 평균자책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다보니 불펜투수들이 세이브 기회마저 나눠갖는 등 정형화된 기용이 굳이 필요없는 불펜진을 구축할 수 있었다. 별다른 단점도 안 보일 정도로, 레이스의 불펜운용은 완벽한 모습을 보여왔다.

타선 분석
 
 양키스와 템파베이의 타선 비교

양키스와 템파베이의 타선 비교 ⓒ 정강민

 
양키스 타선이 무서운 것은 상당시간 핵심 타자 스탠튼과 저지를 포함해 여러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부상자 명단을 다녀왔음에도 저 정도의 뛰어난 공격력을 펼쳤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르메이휴-어셸라-보이트는 입단 당시의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는 성적이고, 외야공백을 메운 클린트 프레이저는 실력행사를 제대로 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이번 시즌의 스탠튼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는 점이었다. 시즌 말미에 가서는 약간 가라앉긴 했지만, 상당시간 OPS가 1을 넘어섰었다. 이 부분은 저지와도 비슷한 행보이긴 하지만, 어쨌든 둘이 쌍포로 활약한 시간을 볼 수 있었던 점은 양키스 타선에 있어 매우 고무적이었다. 이번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타격감을 끌어올렸는데, 버블에서 활약이 기대된다.

대포를 앞세우는 파괴력이 있는 타선이 양키스 타선이라면, 템파베이는 반대로 리그 내에서 손꼽히는 타자가 많지 않다. 대신 개개인의 해결능력보다는 유기적인 타선 짜임새가 두드러진다. 그러다보니 파괴력이나 득점력은 약간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대부분의 타자가 wRC+(조정창조득점력) 100을 넘기고 있다.

여기에 좌투수를 겨냥해 나오는 우타자 마이클 브로소가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고 유망주로 지난 겨울에 데려온 외야수 아로자레나가 시즌 중반부 합류해 무서운 타격감을 선보이는 등 새로운 활력소로 자리매김했다. 절대 우세였던 시즌 내내 양키스를 상대로 타선에서도 강점을 보여온 부분 또한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관전포인트

양키스는 현재 희망적인 지표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타선 전력이 우세이긴 하지만 템파베이의 투수진도 막강하고 그들을 상대로는 정작 좋은 기억도 없는 게 현실이었다. 투수파트에서는 아예 격차가 더 벌어졌다. 작년 최고였던 불펜진의 이미지가 소멸해버렸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를 잡기 위해서는 버블 입성 후에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 필요해보인다. 양키스만의 '가을 DNA'가 이 변화를 이끌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템파베이의 전력이 아메리칸리그에서 가장 앞서는 것으로 평가받는 상황. 정규시즌대로만 이어진다면 그들은 양키스를 전혀 겁낼 필요가 없다. 다만 득점력이 특출나지는 않은데다, 95마일 이상의 빠른 공 상대로는 여전히 답답한 모습(타율 .200)을 보인 타선(양키스 투수진 패스트볼계열 평균구속 93.5마일 AL 1위)은 신경써야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강팀에 반열에 올라선 2008년 이후로 좀처럼 '금수저' 양키스에게 승기를 잡지 못했던 템파베이. (해당기간 템파베이가 양키스보다 높은 승률을 기록한 시즌은 2시즌) 차분히 칼을 간 끝에 양키스를 확실히 앞서는 시즌을 장식할 기회를 얻었다. 확실한 우세를 점할지, 아니면 양키스가 '정규시즌은 정규시즌일 뿐'이라는 격언을 증명할 것인지, 그 결과를 향한 과정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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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포스트시즌 가을야구 디비전시리즈 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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