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사태로 프로 스포츠 리그가 올스톱된 가운데,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기약없는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 국적의 선수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갔지만 다른 국적의 선수들은 미국에 있는 거처에서 대기하거나, 아예 고향으로 돌아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지만(탬파베이 레이스)은 소속 팀이 홈 경기장인 트로피카나 필드와 스프링 캠프장을 모두 사용 중지한 바람에 형이 운영하는 사설 훈려시설을 이용하고자 고향 인천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다른 한국인 선수들은 아직 미국에 체류하고 있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플로리다주 캠프장 근처에 빌렸던 집의 계약기간이 끝나면서 일단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로 이동, 경기장에서 일부 팀 동료들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은 캐나다가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적 인의 입국을 막는 바람에 토론토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연고지로 가긴 했는데... 김광현의 향후 선택은?
 
 김광현

김광현 ⓒ 연합뉴스


아직 메이저리그 정규 시즌 경기에서 한 번도 던져본 적이 없는 김광현은 자신의 메이저리그 데뷔 무대를 기약없이 기다리고 있다. 주피터에서 세인트루이스로 넘어와 부시 스타디움 시설을 이용해 훈련하고 있지만 미주리 주의 상황도 썩 좋지만은 않다.

대한민국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심각했던 3월 중순까지만 해도 차라리 미국에 남는 것이 더 안전한 선택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어느덧 일평균 신규 확진자 증가 속도가 크게 줄어들었고, 미국은 이미 4월 6일(이하 한국 시각) 기준으로 누적 확진자 수가 30만 명을 넘어섰다(대한민국 약 1만 명).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시카고 컵스)와 마에다 겐타(미네소타 트윈스)는 아직 미국에 체류하고 있지만,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는 최근 일본으로 향했다. 양키스의 캠프장이 있던 플로리다 주에서 신변에 위협을 느낀 일이 있었기 때문. 

김광현은 다나카와는 다른 이유로 미국 체류 지속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김광현은 배우자와 두 자녀들을 모두 인천에 두고 미국으로 향했기 때문에 통역사와 단둘이 생활하고 있다. 부시 스타디움에서 훈련한다는 점에서 훈련 여건은 나쁘진 않지만, 그 이외의 다른 생활들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카디널스의 야구부문 사장(CBO) 존 모젤리악은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광현의 일시 귀국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까지는 안전 문제가 아니라 가족과 떨어져 있는 김광현에 대한 배려 차원이다. 일단 카디널스 측에서는 김광현이 시즌을 준비할 수 있게 최대한 돕고 있다.

하지만 귀국을 추진하는 것도 어렵다. 일단 귀국하면 최지만처럼 2주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하며, 투수로서의 기본 피칭 훈련이 중단되기 때문에 몸을 다시 만드는 시간이 또 필요하다. 우여곡절 끝에 메이저리그 개막 일정이 확정되더라도 미국에 다시 입국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사실 2주 격리만 제외하면 최지만처럼 인천으로 가는 편이 훨씬 안전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상황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안정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라 KBO리그의 각 구단들은 자체 청백전 연습경기로 실전 감각을 최대한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적어도 방역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야구 시설을 이용할 수는 있다는 뜻이다.

김광현은 카디널스의 스프링 캠프에 합류하기 전까지 플로리다 주 베로비치에서 고향 팀 SK 와이번스 선수단과 함께 훈련했다. SK 측에서 비슷한 형식으로 훈련 지원이 가능하다면, 현재 1군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긴 힘들더라도 강화도에 있는 SK 퓨처스파크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김광현이 귀국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스프링 캠프 때만 해도 선발투수 마일스 마이콜라스(우)의 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두 자리가 비면서 김광현(좌)과 카를로스 마르티네스(우) 두 선수가 모두 선발 로테이션에서 시즌을 개막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 상황이 바뀐 것이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마이콜라스는 개막 시점에 로테이션에 합류하지 못하고 1달 정도 늦게 합류할 예정이었다. 그때까지 김광현은 다른 선발투수들과의 경쟁을 통해 로테이션에서 살아남을 기회가 있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마이콜라스는 개막 시점부터 로테이션에 합류할 시간을 벌게 됐다.

마이콜라스는 주사 요법 치료를 통해 휴식을 취하고 있으며 곧 피칭 훈련을 재개할 예정이다. 이렇게 된다면 김광현은 다시 마르티네스와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하는데, 아무래도 메이저리그 선발 등판 경력에 있어서 마르티네스에게 객관적인 기존 기록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김광현에게 있어서는 자가격리로 인한 2주의 시간도 아까울 수밖에 없다. 

옛 동료 마틴의 도움 받는 류현진, 플로리다에서 잔류

류현진은 스프링 캠프가 중단될 당시 플로리다 주 캠프장에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 사이 캐나다가 미국인을 제외한 다른 외국인들의 입국을 막았고, 류현진은 캐나다의 취업 비자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토론토로 들어가지 못하게 됐다.

김광현은 가족들을 인천에 두고 미국에 갔지만, 류현진은 배우자 배지현 씨와 함께 체류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류현진 부부는 5월 중 출산이 예정되어 있어서 고등학교 후배인 최지만처럼 쉽게 귀국 결정을 내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렇듯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다른 곳으로 움직일 수 없었던 류현진에게 도움을 준 이는 다른 메이저리그 선수들이었다. 지난 시즌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서 류현진의 공을 받았던 베테랑 포수 러셀 마틴이 류현진 부부에게 도움을 준 것이다.

마틴은 다저스 이외에도 뉴욕 양키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등 다른 팀에서도 활약했고, 고향 팀인 블루제이스에서도 4시즌 활약하는 등 여러 팀을 오갔다. 때문에 고향 토론토와 캠프장이 있는 플로리다주에 각각 머무를 집을 마련했고, 이 중 플로리다주 더니든 인근의 집을 류현진 부부에게 제공하게 됐다.

류현진은 지난 시즌 29경기에 선발로 등판하여 182.2이닝 14승 5패 평균 자책점 2.32로 메이저리그 선발투수 평균 자책점 1위에 올랐다. 이 중 마틴이 포수 마스크를 썼던 경기 성적으로 한정하면 20경기 130.2이닝 평균 자책점 1.52로 최고의 호흡을 자랑했다.

류현진과 마틴이 같은 집에서 생활하게 되면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직전 시즌까지 함께 호흡을 맞췄기 때문에 투수와 포수가 둘이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훈련들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아직 현역 연장을 원하는 마틴이 꾸준히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고 있음을 다른 팀에 어필할 수도 있으니 가족의 출산을 준비하는 류현진과 마틴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레인저스 최고참 추신수, 후배 돕기 나섰다

류현진처럼 다른 선수들의 도움을 받는 한국인 선수들도 있는가 하면, 다른 선수들을 도와주는 한국인 선수도 있다. 어느덧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등록된 지 15년이 넘어가는 베테랑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는 레인저스의 다른 후배 선수들을 돕는 활동에 나서고 있다.

4월 2일 미국 AP 통신에 의하면 추신수는 소속 팀 레인저스의 산하 마이너리그 선수들에게 각각 1천 달러의 생계 자금을 지원한다. 마이너리그 선수 191명에게 모두 지원하여 총액이 19만 1천 달러에 달한다. 추신수는 국내에 대한 기부도 빼놓지 않았으며, 류현진 역시 국내에 대한 기부를 잊지 않았다.

KBO리그에서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광현이나 류현진 등과 달리 추신수는 고등학교 졸업 후 마이너리그부터 시작하여 메이저리그에서 기회를 잡았다. 마이너리그 시절 금전적으로 힘들었던 그이기에 그 누구보다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배우자 하원미 씨와 결혼 생활을 시작했던 추신수는 벌써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물론 가족과 상의한 끝에 이번 지원을 결정했다고 한다. 

추신수는 올 시즌 210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고참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레인저스와의 7년 1억 3000만 달러 계약이 만료된다. 팀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고참이지만, 경기 이외에도 팀 내에서 후배들에게 선배로서의 모범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4월 11일 무관중 개막이 확정된 대만을 제외하고는 프로야구의 개막 시점을 알 수 없다. 그나마 KBO리그가 자체 연습경기를 통해 개막을 준비하고 있는 정도이며, 메이저리그 등 다른 리그들은 기약이 없다.

비록 프로야구가 언제 다시 개막할지 장담할 수 없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 돕는 선수들의 모습은 귀감이 되고 있다. 힘든 시기를 견뎌내는 프로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멋진 경기를 다시 보여줄 그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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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메이저리그야구 한국인메이저리그선수 코로나19 러셀마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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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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