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이 2021년으로 연기된 도쿄 올림픽에 1997년생의 참가를 허가했다. FIFA는 4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올림픽을 비롯한 남녀 A매치와 연령별 대회 운영 계획 등의 현안에 대한 입장을 정리했다.

특히, 1997년생 선수들의 도쿄 올림픽 출전여부가 국내 축구팬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는데, 2020년의 자격 기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면서 한숨 돌리게 됐다.

올림픽 축구는 와일드카드 3장을 제외하고 만 23세까지 출전연령 제한 규정이 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로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기존의 출전연령제한을 넘어서게 되는 97년생들의 올림픽 출전가능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사상 최초로 9회 연속 올림픽 본선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한 김학범호이기에 더욱 그랬다. 

대한축구협회(KFA)는 FIFA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공식 서신을 보내 "올림픽 출전을 위해 예선을 치르고 준비해 온 선수들이 코로나19라는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대회가 연기되며 본선에 참가할 수 없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선수들의 올림픽 참가 권리 보호를 주장했다. 올림픽 본선티켓을 확보한 대부분의 국가도 97년생 선수들의 출전자격이 상실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97년생이 전력의 주축인 김학범호
 
김학범 감독 김학범 감독은 로테이션을 통해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높이고 경쟁을 유도했다.

▲ 김학범 감독 인터뷰 중인 김학범 감독 ⓒ 대한축구협회

 
결과적으로 FIFA와 IOC가 한국 측의 주장을 반영하면서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던 김학범호로서는 마음을 놓게 됐다. 김학범호는 97년생이 전력의 주축이다. 올해 초 AFC U-23 챔피언십 우승을 이끌었던 23인중 11명이 97년생이었다. 도쿄올림픽 본선 승선 가능성이 유력한 백승호(다름슈타트), 김대원(대구FC), 원두재, 이동경(이상 울산 현대), 이동준, 김진규(이상 부산아이파크) 등은 모두 내년에 만 24세가 되는 선수들이다.

만일 출전제한 연령이 적용됐다면 김학범호로서는 상당한 전력손실은 물론이고 대회를 1년 남겨두고 새판짜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국축구의 미래를 이끌어가야 할 핵심 세대의 중요한 통과의례였던 올림픽 출전이 무산될 경우 선수들이 느낄 박탈감과 후유증도 무시할 수 없었다. 더구나 올림픽 메달 획득 여부에 따라 병역혜택 문제까지 걸려있는 한국축구는 올림픽 출전 여부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중대한 변수였던 97년생의 출전문제가 원만하게 정리되면서 김학범호로서는 오히려 도쿄올림픽 연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 수 있을 전망이다. 다른 참가국에게도 이런 방침은 긍정적 효과를 불러오겠지만, 유럽과 남미 등 축구 강국들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일단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슈퍼스타들의 올림픽 참가 여부를 가늠할 수 없게 됐다. 당초 이번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브라질의 네이마르, 이집트의 모하메드 살라 등 세계 각국의 스타플레이어들이 적극적으로 올림픽 참가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전세계의 스포츠 일정이 중단되면서 스타들의 출전 여부에 대한 논쟁도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현재 올림픽뿐만 아니라 유럽과 남미의 축구 국가대항전인 유로2020과 코파 아메리카도 각각 1년 연기된 상황이다. 올림픽과 일정이 겹치지는 않지만 유럽과 남미서 활약하는 스타 선수들이 비시즌에 잇달아 열리는 두 대회를 모두 소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일부 구단들은 이미 소속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강력하게 반대하기도 했다.

더구나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프로축구 일정도 현재 일제히 중단된 상태다. 2019/20시즌 잔여 일정 소화 여부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음 시즌 일정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수익이 줄어든 프로구단들은 벌써부터 재정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으며 선수들의 연봉 삭감도 거론되고 있다. 

한국도 유럽파가 있지만 유럽이나 남미의 축구강국들에 비하면 국내파의 비중이 더 높다. 또 스타 선수들보다 조직력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스타일이다 보니 스타 선수들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다.

물론 대회 연기가 한국축구에게도 꼭 유리하게만 작용하라는 법은 없다. 대회를 준비할 시간이 늘어났지만 대표팀은 클럽팀과 사정이 좀 다르다. 선수들을 일일이 훈련시키고 관리할 수 없는 대표팀의 사정상, 내년 올림픽이 열릴 때까지 지금의 주축 선수들이 최선의 기량과 컨디션을 유지한다는 보장이 없다. 선수들이 소속팀에서의 주전경쟁에서 어려움을 겪는다거나 부상-슬럼프 같은 악재에 직면할 수도 있다.

김학범 감독도 올림픽 준비 계획을 새롭게 다시 짜야 하는 일이 녹록지만은 않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당장 평가전이나 훈련 일정을 계획하기도 어렵다. 이제 겨우 하나의 꼬인 실타래를 풀었을 뿐 도쿄올림픽으로 가는 김학범호의 여정 앞에는 많은 변수와 고비가 있다. 김학범호가 불확실한 변수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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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호 97년생축구선수 도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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