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1일 포항과의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승점 79-76으로 전북 현대 모터스에 3점 앞서 있던 울산 현대는 마지막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전북의 K리그1 3연패를 저지하고 통산 3번째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비록 주전 선수 믹스와 김태환이 경고누적으로 결장했지만 경기 장소가 울산의 홈 구장인 울산 종합운동장이었고 포항은 승점 53점으로 79점의 울산에 크게 미치지 못해 울산은 14년 만의 K리그1 우승이 눈 앞에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울산의 정상 등극을 위한 날처럼 보였던 2019년 12월 1일은 울산에게 떠올리기 싫은 악몽과도 같은 하루가 되고 말았다. 울산은 포항과의 최종 라운드에서 무려 4골을 헌납하며 1-4의 허무한 패배로 우승 장면을 보기 위해 모인 1만5000명의 홈 관중들을 실망시켰다. 울산은 같은 날, 같은 시각 강원을 1-0으로 꺾은 전북과 같은 승점을 기록했지만 다득점(71-72)에서 한 골이 뒤져 아쉽게 우승을 놓치고 말았다.

하지만 울산은 좌절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로 우승을 놓친 울산은 겨우내 발 빠른 움직임과 과감한 투자로 부족한 포지션에 전력을 강화했다. 여전히 많은 축구팬들이 전북의 긴 독주 시대를 끝낼 팀으로 울산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상탈환을 노리는 울산의 계획에 큰 변수가 생겼다. 전국을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지난 1일로 예정됐던 K리그 개막이 무기한 연기됐기 때문이다.

11년 만의 K리그 복귀, '친정' 서울이 아닌 우승후보 울산 택한 이청용
 
 10년 넘게 유럽에서 활약했던 '블루 드래곤' 이청용은 K리그에 복귀하면서 '친정' 서울 대신 우승에 더 가까운 울산을 선택했다.

10년 넘게 유럽에서 활약했던 '블루 드래곤' 이청용은 K리그에 복귀하면서 '친정' 서울 대신 우승에 더 가까운 울산을 선택했다. ⓒ 울산 현대


지난 겨울 이적 시장에서 축구 팬들의 가장 뜨거운 관심사 중 하나는 '기라드' 기성용(RCD 마르요카)의 K리그 복귀 여부였다. 지난 1월 상호 합의 하에 뉴캐슬 유나이티드FC와 계약을 해지한 기성용은 친정팀 FC서울과 디펜딩 챔피언 전북으로부터 많은 구애를 받았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K리그 구단과 합의에 이르지 못한 기성용은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의 마요르카와 시즌이 끝날 때까지 단기 계약을 체결했다.

기성용이 유럽 잔류를 선택하자 축구 팬들의 시선은 '블루 드래곤' 이청용에게 향했다. 2009년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볼턴 원더러스FC에 진출해 크리스탈 팰리스 FC를 거쳐 독일의 VfL보훔에서 활약한 이청용은 박지성과 손흥민(토트넘 핫스퍼FC)을 제외하면 기성용과 함께 유럽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 한국인 선수다. 실제로 이청용은 프미어리그에서 105경기, 챔피언십 109경기, 독일에서 35경기에 출전했을 만큼 유럽 무대 경력이 화려하다.

대표팀에서도 이청용의 존재감은 남달랐다. 2007년 U-20 월드컵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할 정도로 연령별 대표팀을 거치며 꾸준히 성장한 이청용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두 골을 넣으며 한국의 원정 16강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특히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는 후반 23분 동점골을 터트리며 우루과이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이청용은 대표팀에서 두 번의 월드컵과 세 번의 아시안컵에 출전하며 A매치 89경기에서 9골을 기록했다.

공격형 미드필더와 측면 공격수를 두루 소화할 수 있는 이청용은 작년 시즌 13골9도움으로 K리그1 MVP로 선정된 김보경(전북)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다. 무엇보다 이청용의 풍부한 경험은 울산의 전력 상승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청용은 울산 이적이 확정된 후 "우승이라는 확실한 목표를 갖고 있는 울산에 와서 기쁘다. 이젠 울산의 선수로서 항상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보답하겠다"는 말로 새로운 출발에 대한 각오를 남겼다.

울산의 적극적인 중원 보강은 이청용 한 명으로 그치지 않았다. 울산은 작년까지 크로아티아 리그에서 활약했던 국가대표 출신 중앙 미드필더 고명진을 영입했다. 넓은 시야와 창의적인 플레이가 돋보이는 제주 유나이티의 스타 윤빛가람도 울산 유니폼을 입히는데 성공했다. 작년까지 J리그의 아비스파 후쿠오카에서 활약했던 U-23 대표팀 출신의 유망주 원두재 역시 울산의 중원을 더욱 탄탄하게 해줄 선수다.

조현우 골키퍼 비롯해 수비진도 탄탄하게 구축했는데... 시즌 개막 연기
 
 대구의 수호신이었던 조현우 골키퍼는 프로 입단 8년 만에 대구를 떠나 울산에서 활약하게 된다.

대구의 수호신이었던 조현우 골키퍼는 프로 입단 8년 만에 대구를 떠나 울산에서 활약하게 된다. ⓒ 울산 현대

 
울산은 작년 12월 1일 포항과의 최종전에서 골키퍼 김승규가 치명적인 스로인 실책을 저지르며 포항에게 쐐기골을 헌납했다. 하지만 최종전 실수와는 별개로 김승규는 대표팀에서 주전 경쟁을 하는 K리그 정상급 골키퍼였다. 작년 시즌 울산의 확실한 주전 골키퍼였던 김승규는 지난 1월 J리그 승격팀 가시와 레이솔로 이적하며 1년 만에 다시 울산을 떠났다. 하지만 울산 구단과 팬들은 올 시즌 골키퍼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울산이 김승규의 대안으로 영입한 선수는 2018년 독일 월드컵을 통해 축구팬들로부터 '빛현우'라는 별명을 얻은 또 한 명의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다. 작년부터 꾸준히 유럽 진출을 타진하던 조현우는 유럽 구단들과의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자 차선책으로 울산행을 선택했다. 국내 최정상급 골키퍼로 인정 받으면서도 아직 K리그1 우승 경력이 없는 조현우가 올해 울산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울산은 조현우 골키퍼를 중심으로 수비라인 보강에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울산은 2016년 리우 올림픽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선발됐던 수비수 정승현을 J리그의 가시마 앤틀러스로부터 영입했다.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3, 4위전 경기 종료 1분을 남기고 투입돼 5분여를 뛰고 전역증을 선물(?) 받은 걸로 유명한 수비수 김기희도 2년 간의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울산 수비진에 합류했다.

루키 중에서는 연세대에서 2학년을 마치고 울산에 입단하는 최준을 주목할 만 하다. 작년 U-20 월드컵 에콰도르와의 4강 결승골을 포함해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한국의 준우승에 기여한 최준은 오른발을 주로 사용하면서도 왼쪽에서 활약하는 '반대발 윙어'다. 물론 울산에는 호주 국가대표 출신의 레프트윙 제이슨 데이비슨과 경쟁해야 하지만 최준은 향후 K리그와 울산, 그리고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측면 수비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재목이다.

이처럼 울산은 K리그1 정상을 탈환할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2월 24일 긴급 이사회를 개최해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진정될 때까지 K리그 개막을 잠정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3일까지 전국 코로나19의 확진자가 5000명을 넘었을 만큼 사태가 매우 심각해지고 있지만 시즌 개막을 기다려 온 울산 입장에서는 뜻하지 않은 변수로 인한 개막 연기가 매우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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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울산 현대 개막 연기 이청용 조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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