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남자프로농구(KBL)가 리그 잠정 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KBL은 지난달 29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규리그 일정을 오는 3월 1일부터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전주 KCC의 숙소인 전주 라마다 호텔에 투숙했던 사람 중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긴급 결정이 내려졌다. A매치 휴식기를 마치고 재개된 리그가 무관중 경기로 진행된 지 불과 나흘만이다. KBL은 오는 3월 2일에는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앞으로의 후속 대응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농구계나 팬들로서는 여러모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지난 수년간 지속적인 인기 하락으로 위기를 맞이하던 프로농구는 올 시즌 모처럼 평균 관중 3000명대를 회복하며 중흥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대형 재난이 프로농구는 물론 스포츠계 전반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이미 프로축구는 2020시즌 개막을 무기한 연기했고 프로야구도 시범경기 일정을 전면 취소한 상황이다.

KBL은 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든 지난달 25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무관중 경기로라도 잔여 시즌을 끝까지 소화하겠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이미 리그 파행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외국인 선수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졌다. 부산 KT 앨런 더햄과 바이런 멀린스, 고양 오리온의 보리스 사보비치까지 3명의 외국인 선수가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리그 재개 하루 만에 자진 퇴출을 결정했다. 졸지에 외국인 선수들을 잃은 팀의 전력은 하락할 수밖에 없었고 리그 분위기도 더욱 뒤숭숭해졌다.

관건은 앞으로의 후속조치

경기력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 관중이 없는 경기장,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감 등이 극대화된 상태는 아무래도 선수들이 농구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국내 선수만으로 경기를 치러야했던 KT는 서울 SK와 전주 KCC에 연달아 20-30점차이로 잇달아 대패를 당하며 졸지에 1승 제물로 전락했다. 정상적인 전력을 가동한 팀들도 보는 관중이 없다보니 플레이에 흥이 나지 않고 긴장감이 떨어진 모습이 역력했다.

애초에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국가위기단계 경보가 '심각'까지 격상된 상황에서 리그 재개를 강행한 것은 무리수였다. 무관중 경기라도 해도 전국을 돌면서 경기를 치러야하는 선수단과 경기장 관련 인력들의 안전까지 보장하기는 어렵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불안감은 외국인 선수만이 아니라 농구계 관계자들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결국 우려한 대로 리그 재개 4일 만에 다시 리그를 강제로 중단해야 하는 상황을 피해가지 못했다. 불행 중 다행은 그나마 선수단이나 경기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는 최악의 사태가 나오기 전에 리그 중단을 결정했다는 점이다.

이제 관건은 앞으로의 후속 조치다. 잠정적으로 리그가 중단되기는 했지만 아직 잔여 시즌 일정이나 리그 재개 여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각 구단마다 입장차이가 달라서 KBL도 독단적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KBL이 내릴 수 있는 선택지는 이대로 올시즌을 완전종료하는 것을 비롯하여 일시중단 후 리그 재개, 혹은 부분적인 일정단축 등이 있다. KBL 및 각 구단들의 스폰서와 기타 계약 문제 등이 걸려 있는 만큼 전례 없는 리그의 완전 중단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이대로 시즌을 취소할 경우 이제까지의 팀성적과 개인기록 등은 공식적으로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도 민감한 사안이다. 팀간 경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까지의 성적으로 순위를 가리게된다면 피해를 보는 구단들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우승팀이나 개인 수상자는 두고 두고 정통성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즌의 3/4 가까이를 소화한 상황에서 그동안의 성적을 모두 무효처리하기도 곤란하다.

또한 리그를 재개한다고 해도 정상적으로 남은 정규리그 경기와 플레이오프까지 소화하기에는 일정이 너무 빡빡해진다. 정규라운드를 축소하거나 혹은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만이라도 취소하는 식의 논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향후 1~2주 내에 확진자가 나오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이미 외국인 선수들의 이탈과 무관중 경기하에서 선수들의 집중력 하락으로 리그를 재개한다고 경기력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리그의 연속성과 각종 계약같은 이해관계도 중요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결국 선수들과 구단 관계자들의 안전이 가장 우선순위가 되어야한다. 코로나19는 이미 일시적인 질병 차원을 넘어서 천재지변이나 국가재난에 가까운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미 정상적으로 리그를 진행하기에는 너무 먼길을 와버렸다. 특수한 상황에서 특수한 결정이 내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조금 아쉽더라도 올시즌 프로농구는 여기서 막을 내리는 것이 그나마 모두를 위하여 최선의 선택으로 보인다. 팀간 성적이나 기록에 대한 논의는 부차적인 것이고, 구단들이 조금씩 양보하는 과정을 통하여 얼마든지 타협안을 찾을 수 있다. 지금은 인명의 안전이 먼저이지 농구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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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리그중단 전주KCC KBL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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