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2번 타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전통적으로 2번타순에는 작전 수행 능력이 있는 선수를 배치함으로써, 출루한 1번 타자를 득점권으로 보내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렇기에 2번타자에게는 주로 타격능력보다 주루 플레이 혹은 번트를 대는 능력이 요구됐다.
 
그러나 이런 2번타자의 역할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지는 오래다. 2000년 이후로 세이버메트릭스 계열에서 타순별로 기대득점을 계산한 결과, 2번타자가 득점에 가장 많이 관여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를 근거로 팀 내에서 타격 생산성이 가장 높은 선수를 2번에 배치하는 것이 득점 생산력을 높인다는 이론이 제시된 것이다. 
 
도루나 번트 능력이 떨어지더라도 높은 타율이나 파워를 보장하고 주루 플레이도 준수한 타자를 배치하여 1번 타자를 불러들이는 것이다.
 
이에 따라 메이저 리그에서는 일찍부터 작전수행능력보다 타격생산성이 높은 선수를 2번에 배치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케빈 유킬리스, 마이크 트라웃 등이 실전에서 증명하면서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강타자로 이름을 알린 케빈 유킬리스는 도루와 작전 수행능력이 떨어지지만, 출루능력과 파워로 보강하면서 강력한 득점 생산력을 보여줬다.
 
LA 에인절스의 마이크 트라웃은 뛰어난 선구안과 주루 능력, 그리고 최상위권으로 평가받는 컨택과 장타력을 겸비해 전통적인 2번타자의 능력과 차별점을 가진다.
 
이러한 '강한 2번타자'는 최근 KBO에서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SK 와이번스 한동민

SK 와이번스 한동민 ⓒ SK 와이번스

 
2018시즌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한 SK와이번스는 2번 타순에 주로 한동민을 배치했다. 장타력과 컨택 모두 좋은 편에 속한 한동민은 41개의 홈런을 쳤는데, 이중 33개의 홈런을 2번 타순에서 때렸다. 이로써 강한 2번타자의 표본으로 활약했다.
  
 두산 베어스 최주환

두산 베어스 최주환 ⓒ 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는 2018년부터 강한 2번타자를 기용하기 시작했다. 2018년 두산의 2번을 맡은 최주환은 0.333의 타율과 26개의 홈런, 108개의 타점을 기록하며 강한 2번타자론에 딱 들어맞는 타자로 활약하며 골든글러브 유력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두산 베어스 페르난데스

두산 베어스 페르난데스 ⓒ 두산 베어스

 
2019년 호세 페르난데스는 공인구의 변경으로 전체적인 리그 장타율이 감소된 상황에서도 팀 내 홈런 2위를 달성했다. 또한 리그 안타 1위를 기록하며 팀 공격의 핵심이 됐다. 이러한 페르난데스는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강한 2번 타자'로 평가 받았다.
 
이처럼 KBO에도 '강한 2번타자'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작전을 수행하는 타자가 아닌, 팀의 공격을 이끌어 가는 타자인 것이다. 아직까지 이에 대해 많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KBO에도 '강한 2번타자'가 자리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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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10기 권혁중
KBO 강한2번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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