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휴식기를 마치자마자 단독 선두로 뛰어 올랐다.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우리은행 위비는 17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하이원큐 2019-2020 여자프로농구 5라운드 신한은행 에스버드와의 홈경기에서 65-53으로 승리했다. 우리은행은 KB스타즈보다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황에서 KB에 반 경기 앞선 단독 선두로 올라선 반면에 패한 신한은행은 KEB하나은행에게 반 경기 뒤진 4위로 밀려났다.

우리은행은 외국인 선수 르샨다 그레이가 20득점16리바운드로 골밑을 장악했고 박혜진도 14득점 6리바운드 5어시스트 3스틸 2블록슛으로 맹활약했다. 이에 맞선 신한은행은 아이샤 서덜랜드가 16득점6리바운드,김이슬이 12득점 5어시스트로 분전했지만 에이스 김단비가 5득점 4리바운드로 부진하며 무기력하게 패했다. 사실 신한은행은 '전력의 반'을 차지하는 김단비가 부진하거나 결장하면 팀 전력이 뚝 떨어질 수밖에 없는 팀이다.

'레알 신한' 영광 끝난 후 빠르게 평범한 팀으로 전락한 신한은행
 
 김단비는 전주원이 은퇴한 2011-2012 시즌부터 신한은행의 에이스로 떠올랐다.

김단비는 전주원이 은퇴한 2011-2012 시즌부터 신한은행의 에이스로 떠올랐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지난 2010-2011 시즌 전주원과 정선민, 하은주, 최윤아, 강영숙 등이 이끌던 '레알신한'은 .829(29승6패)의 압도적인 승률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후 챔프전에서 KDB생명 위너스를 3승무패로 가볍게 제압했다. 전인미답의 통합 5연패를 달성한 신한은행은 2010-2011 시즌을 끝으로 팀의 두 기둥이었던 전주원(우리은행 코치)과 정선민이 각각 은퇴와 이적을 선택했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전주원도 없고 정선민도 없었던 2011-2012 시즌에도 통합 우승을 놓치지 않았다. 신한은행이 정신적 지주였던 두 베테랑이 없는 시즌에도 통합 우승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프로 5년 차를 맞아 16득점 5.74리바운드 3.59어시스트를 기록한 김단비의 대약진이 있었기 때문이다. 입단 초기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 가려 있던 대형 유망주의 잠재력이 드디어 폭발한 것이다.

신한은행은 2012-2013 시즌 우리은행과 승차 없이 정규리그 2위에 오르며 선전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생명 블루밍스에게 덜미를 잡히며 챔프전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2013-2014 시즌 곧바로 챔프전에 복귀하면서 강호의 자리를 유지했다. 비록 전주원과 정선민이 활약하던 시절처럼 리그를 지배하긴 힘들지만 리그 정상급 선수로 성장한 김단비를 중심으로 팀을 재정비한다면 충분히 강한 전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2013-2014 시즌을 끝으로 최근 5시즌 동안 우승은커녕 챔프전 무대도 한 번 밟아보지 못한 평범한 팀으로 전락했다. 우리은행이 신한은행의 통합 6연패 타이 기록을 세우고 KB가 지난 시즌 우리은행의 통합 7연패를 저지하는 동안 신한은행은 매 시즌 뒷걸음질을 치며 우리은행과 KB의 대항마가 되지 못했다. 실제로 현재 신한은행의 전력은 전주원과 정선민이 갓 은퇴했을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해졌다.

지난 시즌 6승 29패로 최하위까지 추락했던 신한은행은 이번 시즌 하나은행, 삼성생명과 함께 플레이오프 막차 티켓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물론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해도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은 주어지지만 현재 신한은행의 전력은 '양강' 우리은행,KB와는 적지 않은 차이가 난다. 우승보다는 플레이오프 복귀를 노리는 것이 이번 시즌 신한은행의 현실적인 목표가 되고 있다.

올림픽 예선 이후 더욱 몸이 무거워진 신한은행의 에이스
 
 올림픽 예선을 치르고 온 김단비는 복귀전에서 5득점4리바운드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올림픽 예선을 치르고 온 김단비는 복귀전에서 5득점4리바운드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신한은행이 마지막 우승을 차지했던 2011-2012 시즌과 8년이 지난 이번 시즌 변하지 않은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신한은행을 이끄는 에이스가 김단비라는 점이다. 20대 초반이던 8년 전 신한은행의 중심으로 떠오른 김단비는 만 30세를 눈 앞에 두고 있는 이번 시즌까지도 신한은행의 운명을 짊어진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제 아무리 리그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플레이어 김단비라 해도 이를 감당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김단비의 주변 동료들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3-2014 시즌 김단비와 함께 신한은행의 마지막 챔프전 진출을 이끌었던 최윤아(BNK 썸 코치)와 하은주는 잦은 부상을 이기지 못하고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은퇴를 했다. 통산 6번의 리바운드 1위를 차지한 신정자는 전성기가 훌쩍 지난 시점에 너무 늦게 신한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2018년에 FA로 영입한 포인트가드 이경은 역시 전성기가 지난 것은 마찬가지.

신한은행은 지난 시즌이 끝난 후 토종 빅맨 곽주영을 비롯해 김규희, 윤미지, 양지영,김형경까지 무려 5명의 선수가 현역 은퇴를 결정했다. 신한은행은 이적시장에서 포인트가드 김이슬과 베테랑 슈터 한채진, 빅맨 김수연 등을 영입했지만 빠져 나간 구멍을 메웠을 뿐 눈에 띄는 큰 전력보강은 없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간 신한은행의 가장 큰 투자는 지난 2017년 FA자격을 얻은 김단비를 잔류시킨 것 뿐이다.

김단비는 이번 시즌에도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활약은 지난 시즌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올림픽 예선을 끝낸 후 첫 경기였던 17일 우리은행전에서는 33분 동안 코트를 누비고도 5득점 4리바운드에 그치며 신한은행의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이번 시즌 4.43개의 어시스트(4위)를 기록 중인 김단비는 이날 단 하나의 어시스트도 배달하지 못했고 필드골 성공률은 18.2%(2/11)에 그쳤다.

사실 각 구단 에이스들의 혹사(?)는 비단 김단비 만의 문제가 아니다. 강이슬(하나은행)과 박혜진(우리은행), 김한별(삼성생명) 등 각 구단의 에이스들은 모두 35분 내외의 많은 출전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이문규 국가대표 감독의 말처럼 40분을 풀타임으로 뛰는 경우도 잦다. 이들은 모두 WKBL뿐만 아니라 여자농구 대표팀에서도 핵심 멤버로 활약하는 선수들이다. 이들의 피로가 누적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한국 여자농구가 입게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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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하이원큐 2019-2020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 에스버드 김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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