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로 복귀한 손승락

손승락 선수 ⓒ 롯데 자이언츠

 
통산 271세이브에 빛나는 전설적인 마무리 손승락이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다.

롯데 자이언츠 구단은 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FA협상을 진행해 온 투수 손승락이 "후배들에 길을 열어주고 이제는 가족과 함께 지내고 싶다"며 은퇴 의사를 전했고 구단이 선수의 뜻을 존중해 이를 수용했다고 발표했다. 롯데 구단은 손승락이 팬들에게 박수를 받으며 떠날 수 있도록 오는 5월, 전 소속팀인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 맞춰 은퇴식을 열겠다고 제안했다.

지난 2005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한 손승락은 경찰야구단에서 군복무를 마친 후 2010년부터 마무리 투수로 변신했고 2012년부터 2018년까지 7년 연속 20개 이상의 세이브를 기록했다. 통산 271세이브는 삼성 라이온즈의 오승환(277개)에 이어 KBO리그 역대 2위에 해당하는 대기록이다. 손승락은 작년 시즌이 끝난 후 통산 2번째 FA자격을 얻었지만 롯데와 계약에 이르지 못하고 현역 은퇴를 선택했다.

군 전역 후 마무리 변신, 8년 동안 세이브왕 4번 차지한 최고의 마무리 

지금은 그의 이름에서 '마무리'가 아닌 다른 보직은 상상도 하기 힘들지만 사실 2005년 현대에 입단할 때만 해도 손승락은 선발 유망주였다. 실제로 손승락은 2005년 26경기에서 5승, 2006년24경기에서 6승을 기록하며 선발 투수로서 가능성을 보였다. 2006 시즌이 끝난 후 팔꿈치 수술을 받은 손승락은 경찰 야구단에서 군복무를 마쳤고 2010년 마무리 투수로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했다.

당시 히어로즈에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없긴 했지만 선발 유망주였던 손승락의 마무리 변신에 반신반의하는 야구팬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손승락은 2010년 26세이브를 기록하며 25세이브의 이용찬(두산 베어스)을 제치고 리그 세이브왕에 등극했다. 2013년에는 시즌 46세이브로 천하의 오승환(28세이브)을 제치고 두 번째 세이브왕을 차지했고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휩쓸며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등극했다.

오승환이 일본으로 떠난 2014년 32세이브로 2년 연속 세이브왕에 오른 손승락은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야구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손승락은 2015년 23세이브를 기록하며 FA자격을 얻었고 히어로즈 구단도 마무리 변신 후 6년 간 177세이브를 따낸 손승락이 반드시 필요했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FA가 된 선수를 붙잡을 수 있을 만큼 살림이 넉넉하지 못했다(2015년 최다안타왕 유한준 역시 같은 해 kt 위즈로 이적했다).

결국 손승락은 4년 60억이라는 거액을 받고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2015년 팀 내 최다 세이브 투수가 5세이브의 심수창이었을 정도로 심각한 마무리 부재에 시달렸던 롯데는 현역 최고 마무리 손승락의 가세로 가을야구 복귀를 꿈꿀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손승락은 롯데 이적 첫 해 20세이브에 그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롯데 팬들은 30대 중반을 넘긴 노장 마무리 투수 영입이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손승락이 꺾인 자존심을 회복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손승락은 2017 시즌 61경기에 등판해 1승3패37세이브 평균자책점 2.18을 기록하며 개인 통산 4번째 세이브왕에 등극했다. 규정타석을 채운 3할 타자가 33명일 정도로 타고투저가 기승을 부리던 2017년 60경기 이상 등판해 60이닝 이상 소화하며 2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는 리그 전체에서 손승락이 유일했다.

천하의 손승락도 막지 못한 에이징커브, 현역 마감 결정

2017년 롯데를 5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끌며 명예회복에 성공한 손승락은 2018년에도 3승 5패 28세이브 3.90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전성기에 버금가는 성적을 올렸던 2017년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한국나이로 37세 시즌이었음을 고려하면 손승락은 여전히 리그에서 경쟁력 있는 마무리 투수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2018년은 손승락이 마무리 투수로서 '마지막 불꽃'을 태운 시즌이 되고 말았다.

손승락은 작년 시즌 53경기에 등판해 4승 3패 9세이브 2홀드 3.93을 기록했다. 2개의 홀드 기록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풀타임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지 못하고 시즌 중반 박진형과 구승민에게 마무리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후반기 1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88을 기록하며 성적을 끌어 올리긴 했지만 한 자리 수 세이브는 손승락이 마무리 투수로 변신한 2010년 이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결과였다.

가뜩이나 FA시장의 거품이 빠진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급격한 '에이징커브(나이에 따른 기량저하)'를 겪은 30대 후반의 마무리 투수에게 관심을 가지는 구단은 나타나지 않았다. 롯데와 협상하던 손승락은 합의에 이르지 못하다가 은퇴를 결심했고 롯데도 이를 수용했다. 결국 올 시즌 많은 야구팬들이 기대했던 277세이브의 오승환과 271세이브의 손승락이 벌이는 역대 최고마무리 대결은 손승락의 은퇴로 인해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롯데는 작년 불펜으로 11경기에 등판헤 1승 1패 1홀드 3.07을 기록했던 김원중이 마무리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원중이 여의치 않을 경우 박진형이나 구승민이 뒷문을 맡을 수도 있다. 하지만 김원중, 박진형, 구승민의 통산 세이브를 모두 더해도 단 9개에 불과하다. 작년 하재훈(SK 와이번스), 고우석(LG트윈스), 문경찬(KIA타이거즈) 등 초보 마무리들의 활약이 좋았다고 해서 롯데도 초보 마무리가 무조건 통할 거라 믿는 건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동갑내기 오승환을 비롯해 정우람(한화 이글스,1985년생), 원종현(NC다이노스, 1987년생), 이대은(kt, 1989년생), 하재훈(1990년생) 등 KBO리그에는 30대 마무리 투수들이 즐비하다. 불과 1년 5개월 전까지만 해도 30개 가까운 세이브를 기록했던 손승락의 퇴장이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다. 이제 야구팬들은 경기를 끝내고 관중석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올리던, 손승락만이 하던 특유의 세이브 뒤풀이를 볼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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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손승락 은퇴 락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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