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손흥민

토트넘 손흥민 ⓒ AFP/연합뉴스

 
'한국축구의 자존심' 손흥민에게 2019-2020시즌은 유난히 롤러코스터 같은 시간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 시즌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인한 병역혜택-소속팀에서는 생애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결승무대까지 밟으며 화려한 시간을 보냈던 손흥민은 올시즌 들어서는 소속팀과 개인 모두 냉온탕을 오가는 행보가 두드러진다.

토트넘은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 허덕이며 사령탑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경질되고 주제 무리뉴 감독이 새롭게 부임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손흥민에게 프리미어리그 적응을 이끌어준 은사이자 5년간이나 호흡을 맞춰온 포체티노 감독과의 결별은 큰 충격이었다. 지난해 11월 에버턴과의 리그 경기에서는 손흥민의 태클이 빌미가 되어 상대 선수 안드레 고메스가 발목골절을 당하는 끔찍한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손흥민은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그라운드에서만큼은 변함없는 기량을 과시하며 무리뉴 감독으로부터 신뢰를 얻었다. 지난달 8일 번리전에서는 70미터 드리블 단독돌파에 이은 그림같은 원더골을 성공시키며 축구팬들의 찬사를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박싱데이를 앞두고 첼시전에서 벌어진 퇴장 사건 이후 또 한번 분위기가 반전됐다. 손흥민은 상대 선수 뤼디거와 볼 경합 과정에서 보복성 발길질을 하여 다이렉트 퇴장을 당했다. 2019년 한해에만 무려 3번째 퇴장이었다. 손흥민을 향한 여론은 급격히 악화되었고 그동안 프리미어리그에서 쌓아왔던 '나이스 가이'의 이미지에 큰 흠집을 남겼다. 손흥민은 이 퇴장으로 3경기 출장징계를 당하며 박싱데이를 날렸다.

공교롭게도 손흥민의 퇴장 시기와 맞물려 토트넘의 기세도 주춤하다. 무리뉴 감독 부임 초기 상승세를 타는 듯 했던 토트넘은 손흥민이 결장한 박싱데이를 전후하여 부진에 빠지며 8위(승점 30)까지 내려앉았다. 다음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주어지는 4위 첼시(승점 39)와의 격차는 무려 9점까지 벌어졌다.

설상가상 토트넘은 거듭된 전력누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미 주전 골키퍼 휴고 요리스가 팔꿈치 부상으로 장기간 전열에서 이탈한 가운데, 최전방 공격수 해리 케인마저 햄스트링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계약만료가 임박한 크리스티안 에릭센은 겨울이적시장에서 인터밀란으로의 이적이 확실시되고 있다. 수비축구에 일가견이 있다는 무리뉴 감독이 부임했음에도 14경기에서 무실점은 단 1번뿐이고 최근 9경기 연속 클린시트에 실패할만큼 수비불안도 계속되고 있다.

손흥민도 징계 복귀 이후 좀처럼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미들즈브러와 두 차례의 FA컵 경기, 리버풀과의 리그 경기까지 출전했지만 손흥민은 특유의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징계 기간까지 포함하면 번리전 원더골 이후 벌써 한달 넘게 무득점이다. 케인이 사실상 올시즌 아웃까지 유력해진 만큼 그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서는 손흥민의 득점력 회복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손흥민은 예전에도 케인이 없는 상황에서 종종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맡은바 있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은 손흥민을 스트라이커로 생각하지는 않는듯한 모습이다. 무리뉴 감독이 원하는 공격수는 정통 타깃맨이다. 손흥민은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라인침투와 역습에 최적화 되어있지만 몸싸움이나 헤딩 경합같은 포스트플레이에는 능하지 않다.

무리뉴 감독이 케인이 없는 상황에서 손흥민보다 차라리 미드필더에 더 가까운 델레 알리나 루카스 모우라를 최전방에 세우는 이유다. 알리는 신제조건이 손흥민보다 낫고, 모우라는 체구는 작아도 몸싸움이나 공중볼 경합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두 선수 역시 익숙하지 않은 자리에서 뛰다보니 최상의 능력을 발휘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일각에서는 무리뉴 감독의 지나친 전술적 경직성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무리뉴 감독은 전임 포체티노 감독에 비하여 경기 운영능력이 유연한 지도자라기보다는, 자신의 스타일에 선수들을 맞추는 지도자에 가깝다. 문제는 현재 토트넘의 스쿼드가 무리뉴 감독의 입맛을 만족시킬수 있을 정도로 자원이 두텁지 못하다는 것. 자펫 탕강가 같은 젊은 선수를 발굴하기도 했지만 기존 주전급 선수들의 부진속에 당장 외부 영입도 어려운 팀사정상 어쩔수없이 기용한 것이 의외로 통한 사례에 가깝다.

손흥민은 무리뉴 감독 부임 초기만 해도 쾌조의 컨디션을 유지했지만 골결정력보다 수비가담과 활동량을 요구받는 무리뉴의 전술적 스타일에 적응하느라 장기인 득점력이 점점 감소하고 있다는 우려를 자아낸다. 손흥민은 올시즌 전체 10골, 프리미어리그만 놓고보면 5골 7도움(공동 13위)을 기록중이다.

나쁜 수치는 아니지만 리그에서만 3년연속 두 자릿수(14-12-12골)을 넣었던 것을 감안하면 예년보다 아쉬운 페이스다. 리그 득점 선두 제이미 바디(17골)을 비롯하여 벌써 프리미어리그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넘긴 선수가 10명이나 된다. 누가 뭐라해도 손흥민의 최대장점은 골을 넣는 능력에 있고, 케인의 부상에 이어 손흥민의 침묵이 토트넘의 득점력 저하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분명해보인다.

왓포드전은 토트넘이나 손흥민에게 있어서도 모두 분위기 반전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밖에 없다. 왓포드는 현재 강등권과 승점 1점차에 불과한 리그 17위(승점 22)에 그치고 있지만 감독교체 이후 최근 5경기에서 4승1무의 매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어서 침체에 빠진 토트넘이 선뜻 승리를 낙관하기 어렵다.

다행인 것이 손흥민이 왓포드를 상대로 강한 면모를 보인바 있다. 노란 유니폼을 사용하는 도르트문트(독일)에 유난히 강한 모습을 보여 '양봉업자'라는 별명을 얻었던 손흥민은 왓포드를 상대로도 무려 5골을 터뜨리며 프리미어리그 특정팀 상대 최다골을 기록중이다. 손흥민은 지난 2015~2016시즌 12월29일 왓포드를 상대로 후반 종료 직전 극적인 결승포로 2-1 신승을 이끈 것을 시작으로 매년 왓포드전마다 골을 추가하고 있다. 손흥민이 살아나야만 토트넘도 다가오는 챔피언스리그 16강전과 리그 4위 경쟁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어볼수 있다. 손흥민이 케인이 없는 토트넘에서 에이스로서 홀로서기에 성공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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