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한국 U-23 축구대표팀 감독이 8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송클라 틴술라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C조 기자회견에서 상대팀 감독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김학범 한국 U-23 축구대표팀 감독이 8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송클라 틴술라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C조 기자회견에서 상대팀 감독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공한증'(恐韓症)이 중국 U-23 축구 대표팀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까. 2020 도쿄올림픽에서 9회 연속 본선행을 노리는 김학범호가 한국시간으로 9일 오후 10시 15분 태국 송클라의 틴술라논 스타디움에서 중국과 AFC U-23 챔피언십 조별리그 C조 1차전을 치른다.

AFC U-23 챔피언십은 도쿄 올림픽 남자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겸하고 있다. 아시아에 걸린 올림픽 티켓은 총 4장으로 개최국 일본이 이미 1장을 확보한 가운데, 이번 대회를 통해 나머지 3장의 주인공이 결정된다.

4회째 맞는 AFC U-23 챔피언십에서 한국은 아직까지 이 대회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최고 성적은 신태용 감독이 이끌었던 2016년 카타르대회에서 기록한 준우승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끌었던 김학범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과 첫 우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 사냥을 노리고 있다.

한국은 C조에서 우즈베키스탄·이란·중국과 함께 이번 대회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죽음의 조에 배정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과 명성에서는 역시 한국이 가장 앞서고 있지만 연령대별 대회와 토너먼트의 특성상 변수가 많은데다 김학범호가 이강인-이승우-백승호 등 유럽파들의 합류가 불발되며 최정예 전력이 아니라는 것도 다소 불안한 대목이다.

최대한 여유있는 승리를 노려야한다

일단 조 1위를 목표로 하는 한국은 중국과의 첫 경기를 잘 풀어내야 앞으로 수월해진다. 전력상 중국은 C조 4개팀 중에서는 상대적인 최약체로 거론된다. 이란이 최근 미국과의 불안한 국제정세로 오히려 선수단의 동기부여는 더 확고해졌고, 우즈베키스탄은 전대회 챔피언이자 이번 대회에서도 강력한 우승후보다. 만에 하나 한국이 중국을 이기더라도, 나머지 팀들이 중국에 대승하면 골득실까지 고려해야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만큼 한국은 중국전에서 최대한 여유있는 승리를 노려야한다. 

또한 한국은 8강에 진출한 경우,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과 만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박 감독은 지난 2018 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을 사상 첫 준우승으로 이끌며 '쌀딩크' 신화의 시작을 알린 바 있다. 김학범 감독은 지난해 아시안게임 4강전에서 박 감독의 베트남을 만나 3-1로 제압한 바 있다. 만약 8강에서 만나게 된다면, 그것은 말 그대로 데스매치가 된다(지는 팀은 본선행 좌절). 박 감독의 지휘아래 동남아 최강으로 성장한 베트남은 전력상으로도 과거와 달리 부담스러운 팀이 됐다. 가급적 베트남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은 조 1위를 노려야 한다.

국내 축구 팬들에게서 중국은 '당연히 이겨야할' 상대 정도로 여겨진다. 실제로 한국은 A대표팀(20승 13무 2패)에 이어 23세 이하 대표팀간 상대 전적에서도 10승 3무 1패의 우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 대결이 2015년으로 무려 5년 전이라 상대 전적만으로 단순한 비교는 힘들다.

중국은 지난해까지 2002 월드컵 한국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지냈던 거스 히딩크 감독이 팀을 이끌며 국내 팬들에게도 뜨거운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만일 히딩크 감독이 경질되지 않았더라면 김학범호와 이번 U23 챔피언십에서 부담스러운 맞대결이 성사될뻔했다. 물론 아무리 히딩크 감독이라도 중국축구의 전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는 불가능했겠지만, 한국축구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아는 히딩크 감독은 그 자체만으로도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하지만 중국은 지난해 9월 히딩크 감독을 경질하고 국내파인 하오웨이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히딩크의 경질이 '성급했다' 혹은 '정당했다'는 중국 축구팬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평가가 엇갈리는 대목이다. 중국 축구인들은 히딩크가 돈만 많이 받고 하는 일이 없다고 비난했지만, 히딩크에 대한 우호적인 기억이 많은 한국축구팬들은 성급한 자충수라며 비웃는 분위기였다. 일각에는 히딩크가 있었더라도 중국의 전력상 큰 변수는 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히딩크를 내친 중국의 결정이 옳았는지 아닌지는 이번 한국전을 통하여 어느 정도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중국 선수단 대부분은 자국리그 출신이지만 에이스로 꼽히는 공격수 장위닝(베이징 궈안)만큼은 유소년 시절 네덜란드와 독일 등 유럽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어서 경계대상으로 꼽힌다.

예측불가능한 돌발변수
 
 김학범 한국 U-23 축구대표팀 감독이 8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송클라 라자밧 대학교 운동장에서 진행된 훈련에서 선수들에게 밝은 모습으로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김학범 한국 U-23 축구대표팀 감독이 8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송클라 라자밧 대학교 운동장에서 진행된 훈련에서 선수들에게 밝은 모습으로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실 중국이 부담스러운 것은 상대 전력보다도 예측불가능한 '돌발 변수' 때문이다. 중국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상대에게 거친 플레이를 남발하는 '소림축구'로 악명이 높다. A팀이 맞붙었던 지난해 동아시안컵에서도 이영재-문선민 등이 중국 선수들의 거친 태클과 가격에 골탕을 먹은 사례가 있다. 이번엔 더 젊은 선수들인만큼 상대의 도발에 흔들릴 위험도 높은데다 부상자라도 발생하면 앞으로의 일정에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한국은 축구에서 중국을 딱히 라이벌이라고 느끼지는 않지만, 정작 중국축구계는 공한증에 대한 열등감이 상당하다. 지난해 5월 중국에서 열린 판다컵에서 한국 U-18팀에 우승을 내준 중국은 이후 한국 선수들이 우승컵에 발을 올리는 세리머니를 하자, 그것을 트집잡아 과잉 반응을 보였다. 

이후로도 중국 언론은 기회마다 '판다컵의 복수'를 거론하며 자국내 여론을 자극하고 있지만 중국 대표팀은 지난해 U-19 챔피언십과 동아시안컵에서도 잇달아 패배하는 등 좀처럼 공한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축구협회는 도쿄올림픽 본선행을 위하여 연령대별 대표팀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단행하고도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하여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중국 U23팀은 이번 대회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한 가운데 첫 경기부터 부담스러운 한국을 만나게 되어 조급한 마음에 더 거칠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

김학범 감독 역시 상대의 전력을 과소 평가하지 않고 신중하게 중국전을 준비하겠다는 각오다. U23 대표팀이 만리장성을 제물삼아 새해 초부터 기분좋은 승전보로 축구팬들에게 희망을 선물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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