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제이 공식입단을 밝힌 구단 홈페이지 블루제이 홈페이지에 소개된 류현진.

블루제이 공식입단한 류현진 ⓒ 블루제이 공식홈페이지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각)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제시한 4년8000만 달러에 입단을 결정했던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은 28일 토론토의 홈구장 로저스 센터에서 입단식을 가지며 공식적으로 '파랑새 군단'의 일원이 됐다. 토론토 구단은 입단식에서 류현진의 등번호 99번이 새겨진 유니폼은 물론 임신 중인 아내 배지현 전 아나운서를 위한 2세 유니폼을 별도로 준비하며 새로운 에이스를 세심하게 배려했다.

사실 토론토라는 도시에서 등번호 99번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 숫자다. 99번은 현역 시절 2857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캐나다 출신 북미 아이스하키(NHL)의 전설 웨인 그레츠키의 등번호이기 때문이다. 현재 99번은 NHL 전 구단에서 영구결번으로 지정돼 있다. 비록 종목은 다르지만 캐나다의 유일한 메이저리그 구단 토론토 역시 지금까지 99번을 달았던 선수가 없었다. 류현진은 토론토 구단 역사상 최초로 99번을 달고 뛰는 선수가 됐다.

토론토 구단은 FA 시장이 열렸을 때부터 류현진을 '영입 1순위'로 점 찍었을 만큼 류현진 영입에 큰 공을 들였다. 토론토가 류현진에게 많은 관심과 높은 몸값, 그리고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당연히 류현진이 보여준 2019년의 눈부신 활약 때문이다. 과연 올 한 해 류현진은 얼마나 대단한 활약을 펼쳤길래 토론토 구단은 이처럼 류현진에게 반했던 것일까. 류현진의 2019년 활약 중 가장 눈부셨던 3가지 장면을 꼽아보자.

24년 만에 올스타전 선발 마운드에 오른 동양인 투수

메이저리그에서 올스타전은 매년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선택된 선수들만 출전할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이다. 물론 데릭 지터(14회)나 마리아노 리베라(13회)처럼 올스타 출전이 '연례행사'인 선수도 있지만 빅리그 커리어 내내 한 번도 올스타 무대를 밟아보지 못한 선수들도 수두룩하다.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전설'로 꼽히는 박찬호나 김병현,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등도 올스타 출전 경험은 각 1회에 불과하다.

전반기 17경기에 등판해 10승2패 평균자책점1.73을 기록한 류현진이 한국인으로 역대 4번째 올스타에 선정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류현진이 올스타에 선발된 내셔널리그의 쟁쟁한 투수들 중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내셔널리그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을 선발 투수로 선택했고 류현진은 1995년의 노모 히데오 이후 24년 만에 올스타전 선발 마운드에 오른 2번째 동양인 투수가 됐다.

올스타전 선발투수는 각 리그의 감독이 결정하지만 올스타전이 후반기 시작을 앞두고 열리기 때문에 최근에는 각 구단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최고의 투수가 올스타전에서 선발 등판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올스타전 선발 투수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자리는 결코 아니다. 올스타전 선발 투수는 통산 올스타 8회 출전 경력의 2010년대 메이저리그 최고의 좌완 투수 클레이튼 커쇼도 하지 못한 경험이다.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프로그레시브 필드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빅리그 데뷔 후 가장 떨릴 법한 순간에도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류현진은 선두 타자 조지 스프링어(휴스턴 애스트로스)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DJ 르메휴(뉴욕 양키스)와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 카를로스 산타나(클리블랜드)를 차례로 땅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공교롭게도 류현진은 내년부터 질리도록 만나게 될 아메리칸리그의 강타자들을 상대로 '예행연습'을 한 셈이다. 

'동산고 4번타자'의 위엄을 아로새긴 빅리그 데뷔 첫 홈런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 코리안 몬스터. 2013년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을 때 현지언론으로부터 들었던 표현들이다. 하지만 류현진은 빅리그 데뷔 후 3번째 경기였던 4월14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6이닝3실점 승리)에서 2루타 하나를 포함해 3안타를 몰아치며 또 하나의 별명을 추가했다.타자로 714홈런, 투수로 94승을 기록했던 '전설 중의 전설' 베이브 루스의 이름을 딴 '베이브 류스'였다.

류현진은 2013년 한 해 동안 2루타 3개와 3루타 1개를 포함해 타율 .207 5타점으로 만만치 않은 타격솜씨를 뽐냈다. 당시만 해도 빅리그에서 홈런을 치는 류현진을 보는 것은 시간문제럼 느껴졌다. 하지만 류현진은 2014년 타율 .149로 부진했고 2015-2016년에는 부상으로 마운드에 오를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타석에 설 일도 없었다. 그렇게 '동산고 4번타자의 재림'은 1년의 추억으로 끝나는 듯 했다.

작년 상대적으로 적은 출전 기회에서도 타율 .269를 기록하며 타격감(?)을 회복한 류현진은 다저스에서의 마지막 시즌이 된 올해 드디어 빅리그 데뷔 첫 홈런의 기쁨을 누렸다. 5월26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원정경기에서 펜스 상단을 때리는 대형 2루타를 때린 류현진은 4개월이 지난 9월23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에서 드디어 빅리그 데뷔 7년 만에 첫 아치를 그려냈다.

류현진은 팀이 0-1로 뒤지고 있던 5회말 공격에서 4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콜로라도 선발 안토니오 센자텔라의 3구째를 강하게 받아 쳐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다저스는 류현진의 홈런을 시작으로 5회에만 5점을 뽑았고 동점 홈런의 주인공 류현진은 이날 시즌 13번째 승리를 챙겼다. 하지만 아메리칸 리그로 이적한 류현진은 내년부터 인터리그 원정경기가 아니면 타석에 설 일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2019년 다저스의 마지막 승리투수, 류현진은 끝까지 믿음직스러웠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투수 류현진이 11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CMS와 함께하는 동아스포츠대상'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수상하고 있다.

류현진 ⓒ 연합뉴스

 
올해까지 류현진의 소속팀이었던 다저스는 류현진이 활약했던 7년 동안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 자리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물론 류현진은 부상 때문에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포스트시즌 등판을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4번의 가을야구에서 8번이라는 적지않은 선발 등판 기회를 얻었다. 류현진이 큰 경기에도 믿고 내보낼 수 있는 투수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포스트시즌 통산 4승2패4.05).

2017년과 2018년 월드시리즈에서 휴스턴과 보스턴 레드삭스에게 무릎을 꿇었던 다저스는 정규리그에서 106승을 따낸 올해야말로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할 적기라고 판단했다. 가을야구의 첫 관문이었던 디비전시리즈에서 만난 워싱턴 내셔널스도 맥스 슈어저,스티븐 스트라스버그, 패트릭 코빈으로 이어지는 선발 3인방을 제외하면 다저스보다 한 수 아래의 전력으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다저스는 3차전까지 2승을 먼저 따내고도 4,5차전을 연속으로 내주면서 2015년 이후 4년 만에 디비전 시리즈에서 시즌을 마감했다. 특히 5차전에서 3-1로 앞서던 8회 불펜 투수로 등판한 에이스 커쇼가 앤서니 랜던(LA에인절스)과 후안 소토에게 백투백 홈런을 맞고 동점을 허용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결국 다저스는 연장 10회 워싱턴에게 4점을 내주며 통한의 패배를 당했다.

시리즈 전체로 보면 다저스에게 매우 안타까운 결과였지만 류현진은 10월7일에 열린 3차전에서 5이닝2실점 호투로 쉽지 않은 가을야구 원정경기에서 승리를 챙겼다. 결과적으로 류현진은 올해 다저스의 마지막 승리투수가 됐다. 비록 투구 수는 74개로 많지 않았지만 류현진은 다저스 소속으로 등판한 마지막 경기에서도 선발 투수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렇게 류현진은 LA에서의 정든 7년과 눈부셨던 2019 시즌을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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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연말결산 토론토 블루제이스 LA 다저스 류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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