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을 단행하고 있는 롯데가 외국인 선수 3명을 모두 교체했다.

롯데 자이언츠 구단은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올 시즌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활약했던 우완투수 댄 스트레일리와 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50만 달러(옵션 별도)의 조건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1월22일 우완 투수 애드리안 샘슨과 내야수 딕슨 마차도를 영입했던 롯데는 나머지 한 자리를 스트레일리로 채워 넣으면서 외국인 선수 3명을 모두 교체했다.

2012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스트레일리는 8년 동안 6개 팀에서 활약하며 통산 44승40패 평균자책점4.56의 성적을 남겼다. 기록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KBO리그와 계약한 투수 중에서는 손꼽히는 경력을 자랑하는 투수다. 하지만 롯데는 빅리그 44승 투수 스트레일리를 데려 오기 위해 롯데를 위해 5년 동안 910.2이닝을 책임졌던 좌완 에이스 브룩스 레일리와 아쉬운 결별을 하게 됐다.

 
 유독 승운이 따르지 않았던 에이스 레일리

유독 승운이 따르지 않았던 에이스 레일리 ⓒ 롯데 자이언츠

 
든든했던 좌완 선발

2012년 시카고 컵스에서 데뷔한 레일리는 통산 14경기에서 1승2패7.04의 초라한 성적을 남긴 채 빅리그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메이저리그에서 통하기엔 구위도 조금 아쉬웠지만 2013년에 받은 팔꿈치 수술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하지만 레일리는 2014년 도미니칸 윈터리그에서 활약하던 중 이종운 전 감독의 눈에 들어 총액 50만 달러에 롯데와 계약했다.

사실 빅리그에서 100경기가 넘는 등판 경험이 있었던 조쉬 린드블럼(밀워키 브루어스)에 비하면 레일리의 경력은 상대적으로 초라했다. 당연히 시즌 전 롯데팬들에게 받은 기대도 린드블럼에 비해 한참 떨어졌다. 하지만 레일리는 2015년 179.1이닝을 던지며 11승9패3.91의 뛰어난 성적으로 린드블럼과 함께 롯데의 원투펀치로 맹활약했다. 2016년에는 8승10패로 불운했지만 린드블럼(13회)을 능가하는 16회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롯데는 2016 시즌이 끝난 후 에이스 린드블럼이 막내딸의 심장수술을 이유로 롯데와 결별했다. 85만 달러에 재계약한 레일리의 부담이 더욱 커진 것이다. 하지만 2017 시즌 '에이스 모드'를 가동한 레일리는 13승7패3.80의 뛰어난 성적으로 롯데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레일리가 올린 시즌 13승은 2013년의 쉐인 유먼과 크리스 옥스프링,2015년의 린드블럼과 함께 롯데 구단 한 시즌 역대 외국인 투수 최다승 타이기록이었다.

레일리는 2017 시즌이 끝난 후 117만 달러에 롯데와 재계약했다. 작년 시즌 30경기에서 11승13패4.74의 성적을 올린 레일리는 2년 연속 롯데의 최다승 투수로 활약했다. 롯데 구단 역사상 네 시즌 연속 풀타임으로 활약한 외국인 선수는 투타를 모두 합쳐 레일리가 유일하다. 펠릭스 호세의 경우 롯데에서 네 시즌 동안 활약했지만 두 번의 공백이 있었고 2007년엔 23경기 만에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퇴출된 바 있다. 

하지만 일부 야구팬들은 레일리의 많은 연봉과 롯데의 부진한 성적(7위)을 언급하며 레일리의 11승이 아쉬운 성적이라고 평가했다(작년 85만 달러의 연봉을 받은 두산 베어스의 세스 후랭코프는 시즌 18승을 기록했다). 4년 동안 KBO리그에서 활약한 레일리의 구종이 이미 국내 타자들에게 노출됐다며 교체를 해야 한다고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레일리는 작년과 같은 117만 달러로 연봉이 동결되면서 5년 연속 롯데와 함께 하게 됐다.

레일리와의 결별로 좌완 선발 전멸

공인구 교체로 타고투저가 크게 시들해진 올 시즌 레일리 역시 한창 좋았을 때의 위력을 되찾았다. 특히 시즌 19번의 퀄리티스타트는 리그에서 7번째로 많은 숫자였다. 하지만 팀 타율 최하위의 롯데 타선과 불안한 수비는 레일리에게 승리보다 훨씬 많은 패배를 안겼다. 레일리는 3.88이라는 준수한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도 5승14패로 리그 최다패라는 불명예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롯데는 시즌이 끝난 후 두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고 트레이드로 포수 지성준을 영입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는 와중에도 레일리를 보류 선수 명단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메릴 켈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성공 이후 KBO리그에서 활약하는 외국인 투수에 대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이 커졌고 이는 리그 최다패 투수 레일리도 예외가 아니었다. 결국 롯데는 14일 스트레일리를 영입하면서 레일리와의 작별을 선택했다.

스트레일리는 빅리그에서 3번이나 시즌 10승을 올렸을 정도로 실력 만큼은 검증된 투수다. 만31세에 빅리그 8년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으로 신시내티 레즈에서 활약하던 2016년에는 14승8패3.76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성적이 2승4패9.82로 추락한 것과 통산 피홈런이 143개에 달한다는 점은 분명 스트레일리의 불안요소다. 하지만 스트레일리는 분명 현재의 몸값 상한선(100만 달러)에서 데려 올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투수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롯데는 좌완 레일리 대신 우완 스트레일리를 영입하면서 선발진에 좌완 투수가 '전멸'했다. 레일리가 없는 롯데는 내년 시즌 스트레일리와 샘슨,노경은,박세웅,김원중(윤성빈,서준원) 등으로 선발진을 꾸릴 예정이다. 이들은 모두 우완 투수로 내년 시즌 롯데를 상대하는 팀들은 노골적으로 좌타자들을 대거 선발 라인업에 배치할 확률이 높다(그렇다고 롯데 불펜에 믿을 만한 좌완 투수가 많은 것도 아니다).

롯데는 레일리와 함께 한 5년 동안 가을야구에 한 번 밖에 진출하지 못했다. 따라서 단장과 감독이 모두 바뀐 내년 시즌 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외국인 선수도 새 얼굴로 바꾸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지 모른다. 하지만 롯데 팬들은 내년 시즌 외국인 투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지난 5년 동안 한 번의 부상도 없이 묵묵하게 사직 구장 마운드를 지켰던 '명왕' 레일리가 그리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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