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우지에게 모든 관심이 쏠렸지만 이날의 주인공은 누네즈였다.

누네즈 ⓒ UFC.com


매년 연말에 열리는 UFC 넘버링 대회에서는 '유종의 미'를 위해 격투팬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빅매치들을 대거 배치한다. 오는 1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네바다주 파다다이스의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리는 UFC245대회 역시 마찬가지다. UFC에서는 2019년의 대미를 장식할 UFC245에서 무려 3개 체급의 타이틀전을 배치해 격투팬들을 모을 예정이다.

메인이벤트로 배치된 경기는 카마루 우스만과 콜비 코빙턴의 웰터급 타이틀전이다. 타이론 우들리의 4차 방어를 저지시키고 챔피언에 오른 우스만은 아프리카 최초의 UFC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을 지킬 계획이다. 작년 6월 잠정챔피언에 오르고도 1년 넘게 타이틀전을 치르지 못한 콜빙턴도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을 생각이다. 페더급을 평정하고 있는 맥스 할러웨이와 '호주의 희망'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의 대결도 더블 메인이벤트로 손색 없는 빅매치다.

UFC 245'트리플 타이틀전'의 서전을 장식할 경기는 바로 여성 밴텀급 타이틀전이다. 론다 로우지를 종합격투기에서 은퇴시켰고 현 플라이급 챔피언 발렌티나 셰브첸코를 비롯해 라퀠 페닝턴,홀리 홈을 차례로 꺾고 밴텀급을 정리한 챔피언 아만다 누네즈가 5차 방어전에 나선다. 상대는 6년 전 누네즈에게 당한 패배의 설욕을 노리는 네덜란드의 타격가이자 현 여성 밴텀급 랭킹 1위에 올라 있는 '철의 여인' 저메인 데 란다메다.

흔치 않은 여성 타격가, 테이트 누르고 여성 밴텀급 챔피언 등극

지금은 페더급과 밴텀급, 플라이급, 스트로급까지 체급이 4개로 늘어났지만 UFC의 여성 디비전은 한 동안 '암바여제'로 불리던 로우지가 속한 밴텀급 밖에 없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유도 -70kg급 동메달리스트 로우지는 스트라이크포스 밴텀급 챔피언 자격으로 UFC에 입성해 밴텀급 타이틀을 무려 6번이나 방어했다. UFC에 여성 디비전이 생긴 것도 로우지라는 확실한 흥행카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로우지가 챔피언 자격으로 UFC 여성 밴텀급의 위상을 끌어 올릴 때 누네즈는 체급 내에서 크게 주목 받는 선수가 아니었다. 어린 시절부터 가라데와 복싱,주짓수,유도 등 다양한 운동을 배우던 누네즈는 2008년 브라질의 중소 단체를 통해 프로 격투기에 데뷔했다. 누네즈는 데뷔전에서 서브미션으로 패했지만 이후 5연속 KO승리를 거두며 여성부가 있는 스트라이크포스로 이적했다.

스트라이크포스 데뷔전에서 KO로 패한 누네즈는 여성 격투기 단체 인빅타FC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1승1패를 기록하며 썩 인상적인 전적을 남기지 못했다. 하지만 누네즈는 2013년8월 UFC로 입성한 후 2경기 연속 1라운드 KO승리를 따내며 여성부에 흔치 않은 타격가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누네즈는 2014년9월 캣 진가노와의 도전자 결정전에서 3라운드 KO로 패하며 생애 첫 타이틀전의 기회가 날아갔다.

타이틀전으로 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날아갔지만 누네즈는 패배 속에서 더욱 강해지는 파이터였다. 누네즈는 진가노전 패배 후 셰이나 베이즐러를 KO로 제압했고 사라 맥맨에게는 UFC입성 후 첫 서브미션 승리를 거뒀다. 당시 여성 밴텀급은 로우지가 홀리 홈에게 실신 KO패를 당했고 홈이 시샤 테이트에게 덜미를 잡히며 서로 물고 물리는 춘추전국시대로 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 복잡한 시대를 통일(?)시킨 선수는 다름 아닌 누네즈였다.

누네즈는 2016년9월 홈에게 극적인 서브미션 승리를 거두고 챔피언 벨트를 차지한 테이트의 1차 방어전 상대로 낙점됐다. 경기 초반부터 강력한 펀치를 앞세워 테이트를 몰아 붙인 누네즈는 1라운드 3분16초 만에 리어네이키드 초크로 가볍게 승리를 거두며 UFC 여성 밴텀급 챔피언에 올랐다. 결과는 서브미션 승리였지만 경기 종료 후 테이트의 코뼈가 부러졌을 만큼 누네즈의 강력한 타격이 돋보인 경기였다. 

밴텀급 정리한 누네즈, 데 란다메 6년 만의 설욕전도 무산시킬까

누네즈는 2016년12월 돌아온 로우지를 상대로 1차 방어전을 치렀다. 하지만 홈에게 KO패를 당한 후 타격 공포증이 남아 있던 로우지는 누네즈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누네즈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로우지를 일방적으로 밀어 붙였고 경기 시작 48초 만에 가볍게 KO승리를 거뒀다. 경기라기 보다는 일방적인 '구타'에 가까울 정도로 양 선수의 기량 차이는 현격했다(로우지는 누네즈전을 끝으로 UFC를 떠나 프로레슬링 단체 WWE로 이적했다).

작년 9월 현 UFC 여성 플라이급 챔피언 셰브첸코와의 2차 방어전에서 2-1 판정승을 거둔 누네즈는 지난 5월 3차 방어전에서도 페닝턴을 5라운드 KO로 제압했다. 그리고 누네즈는 작년 연말 페더급 챔피언 크리스 사이보그와의 타이틀전에서 사이보그의 21연승 도전을 저지하며 51초 만에 KO 승리를 따내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여성부 최초로 두 체급 챔피언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누네즈는 지난 7월 홀리 홈과의 밴텀급 4차 방어전에서도 1라운드 4분10초 만에 헤드킥에 이은 펀치로 KO승리를 거뒀다. 페더급을 대표하는 강자들을 모두 제압한 누네즈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여성 파이터로 인정 받고 있다. 그리고 오는 15일 누네즈는 UFC 245에서 5번째 도전자를 상대한다. 이미 지난 2013년11월 1라운드 KO로 제압한 적이 있는 데 란다메다.

누네즈에게 KO로 무너질 때만 해도 서로 옥타곤에 갓 입성한 신예에 불과했던 데 란다메는 누네즈전 패배 이후 파죽의 5연승을 달리며 밴텀급 랭킹 1위로 올라섰다. 페더급과 밴텀급을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는 데 란다메는 킥복싱 선수로 활약하던 시절 46전 전승30KO(KO율 65.2%)라는 엄청난 전적을 쌓았던 파이터다. 대 란마메는 타격 공방전에서 누네즈와 정면 승부가 가능한 몇 안 되는 파이터로 꼽힌다.

한편 UFC245에서는 전 페더급 챔피언 조제 알도가 밴텀급 랭킹 1위 '매직' 말론 모라에스를 상대로 밴텀급 데뷔전을 치른다. 지난 7월 3년 만의 복귀전에서 46초 KO 승리를 거둔 '캘리포니아 키드' 유라이아 페이버는 밴텀급 랭킹4위 페트르 얀과 격돌한다. 지난 2008년 UFC88에서 '스턴건' 김동현과 명승부를 펼쳤던 맷 브라운도 UFC 245에서 2년 만에 옥타곤 복귀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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