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은 KCC 전창진 감독 12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전주 KCC 이지스와 원주 DB 프로미의 경기. KCC 전창진 감독이 눈을 감고 있다.

▲ 눈 감은 KCC 전창진 감독 12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전주 KCC 이지스와 원주 DB 프로미의 경기. KCC 전창진 감독이 눈을 감고 있다. ⓒ 연합뉴스

 
모두가 '엄살'인 줄로만 알았다. 전주 KCC 전창진 감독은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2대 4 대형 트레이드로 라건아와 이대성을 영입한 직후 '슈퍼팀'을 구축했다는 주변의 기대에 대해 '라건아와 이대성의 몸상태가 생각보다 좋지않다', '선수들이 서서 하는 농구를 한다'며 걱정거리를 잔뜩 늘어놓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승후보로 급부상한 KCC를 향한 상대팀들의 질시와 견제를 의식한 내숭 정도로만 여겨졌다.

그런데 불과 일주일 만에 상황이 미묘해졌다. 트레이드 이후 KCC는 3경기에서 겨우 1승 2패에 그쳤다. 부상선수들이 넘쳐나던 원주 DB의 3연패 탈출의 제물이 된 데 이어, 지난 17일 서울 삼성을 상대로 한 경기에선 무려 16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삼성전에서 라건아와 이대성은 각각 5점과 9점에 그치는 부진을 보였다.

승리한 경기는 하필 트레이드 맞상대였던 모비스가 유일했다. 그나마도 전력이 약해진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고 시종일관 고전했다. 전 감독의 우려가 결코 기우가 아니었음이 드러난 순간이다.

트레이드 전까지도 KCC는 8승 5패로 리그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었다. 외국인 선수들의 득점력 부족에도 불구하고 국내 선수들의 분전과 부지런히 공간을 창출하는 모션 오펜스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쳤다.

그런데 트레이드 이후 KCC의 플레이에서는 이전의 활력이 사라졌다. 볼이 없는 상황에서 선수들이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고 멀뚱멀뚱 서 있는 장면이 늘어났다. 라건아나 찰스 로드같이 공격력 있는 빅맨이 영입되자 포스트에 공을 떠넘기고 의존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리온 윌리엄스-조이 도시같이 1대 1에서의 해결 능력이 부족한 외국인 선수들이 있을 때는 국내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공격을 주도했던 것과 확연히 달라진 대목이다.

공존에 애를 먹고 있는 이대성과 이정현
 
돌파하는 KCC 이대성 17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KBL 전주 KCC와 서울 삼성의 경기. KCC 이대성이 돌파하고 있다.

▲ 돌파하는 KCC 이대성 17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KBL 전주 KCC와 서울 삼성의 경기. KCC 이대성이 돌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실 조직력의 문제는 시즌중 대형 트레이드를 갑작스럽게 단행하면서 어느 정도는 예측된 부분이다. 그러나 스타급 선수들이 함께 뛰는 시너지 효과가 좀처럼 나지 않는다. 라건아는 심리적인 부분인지 몰라도 올시즌 모비스에서도 드러났던 '기복'이 KCC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기록으로는 여전히 뛰어나지만 경기가 조금만 안 풀리면 집중력을 잃고 느슨한 플레이를 하기 일쑤다. 공격에 비하면 수비에 임하는 적극성도 떨어진다.

또한 포지션과 역할이 일정 부분 겹치는 이대성과 이정현은 공존에 애를 먹고 있다. 두 선수 모두 볼을 오래 잡고 플레이를 전개하는 스타일인데 한 선수가 살아나면 다른 선수가 공격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헤매는 모습을 보인다. 두 선수 모두 주전으로 함께 뛸 때 빛이 나지 않으니 차라리 한 선수를 벤치로 돌려야하는 게 나은 상황이다.

이대성은 모비스 시절에는 유재학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으며 공격에서 플레이의 자유도를 보장받았는데, KCC에 와서는 아직 트레이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왠지 위축되고 자신감을 잃은 듯한 모습으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트레이드 이후 성적상 고전하고 있는 것은 상대인 모비스도 마찬가지지만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올시즌 우승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고 사실상 리빌딩을 택한 모비스는 경기를 거듭하며 조직력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다.

KCC에서 영입한 유망주 김국찬이 모비스 시스템에 빠르게 녹아들며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는 것은 KCC팬들의 머릿속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김국찬은 모비스 이적 이후 2경기 연속 20점 이상을 올리며 모비스의 새로운 해결사로 급부상했다. 시즌 초반 KCC가 보여주던 모션 오펜스를 오히려 모비스가 보여주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의 KCC에게 딱 어울리는 표현
 
슛 좀 하자 17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KBL 전주 KCC와 서울 삼성의 경기. KCC 라건아가 슛을 하고 있다.

▲ 슛 좀 하자 17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KBL 전주 KCC와 서울 삼성의 경기. KCC 라건아가 슛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은 지금의 KCC에게 딱 어울리는 표현이다. 물론 아무리 좋은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라고 해도 조화를 이루는데 시간은 필요하다. 올시즌 우승을 노리는 KCC로서는 플레이오프에 올라갈 정도의 성적만 유지한다면, 정규시즌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수 있다. KCC는 허재 감독 시절인 2008-09시즌과 2010-11시즌에도 정규시즌은 다소 기복있는 모습을 보이며 3위에 그쳤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막강한 모습을 보이며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다만 KCC가 지금 보여주는 모습이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선수 개인의 부진이나 동기부여, 혹은 전술적 엇박자의 문제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KCC는 지금의 팀을 오래 유지할 수 없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두 선수를 보유할 있는 시간은 이대성(FA)이 약 6~7개월, 라건아(특별 드래프트)가 약 1년반 밖에 남지 않았다.

당장 그안에 우승이라는 결실을 이루지 못한다면 이번 트레이드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모두가 슈퍼팀을 기대했는데 정작 슬픈팀으로 허무하게 끝나버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전창진 감독의 머릿속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나마 KCC 입장에서 다행인 것은 11월의 경기 일정이 빡빡하지 않아서 팀을 정비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점이다. KCC는 4일 휴식 이후 23일에 안양 KGC 인삼공사를, 일주일 뒤인 30일에는 고양 오리온을 각각 상대한다. 인삼공사와 오리온이 모두 올시즌 5할 이하의 승률로 주춤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비 기간을 거친 KCC가 진정한 슈퍼팀이 맞는지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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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KCC 슈퍼팀 라건아이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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