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험난한 마무리 신고식을 치뤄야했던 SK 서진용

SK 서진용 ⓒ SK 와이번스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한 SK가 두산 경기 결과를 기다리게 됐다.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SK 와이번스는 30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9안타를 터트리며 6-2로 승리했다. 두산 베어스에 반 경기 앞선 단독 1위를 탈환하며 정규리그를 마친 SK는 1일 두산이 NC다이노스전에서 비기거나 지면 2010년 이후 9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짓고 한국시리즈에 직행한다(88승1무55패).

SK는 에이스 김광현이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7이닝 8피안타 2탈삼진 2실점 호투로 시즌 17승째를 챙겼다. 타석에서는 김강민이 2회 결승 투런 홈런을 터트린 가운데 배영섭과 이재원이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그리고 세이브왕(36개) 하재훈과 더불어 SK불펜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강속구 셋업맨 서진용은 3승 1패 4세이브 33홀드 평균자책점 2.38로 정규리그 일정을 마치며 프로 입단 9년 만에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이현호 거르고 선택한 서진용, '사이버 투수'로 전락

SK는 2011 신인 드래프트에서 7번째 순번을 가지고 있었다. 지역 연고제와 무관한 전면 드래프트로 진행된 만큼 전국의 모든 선수를 지명대상으로 할 수 있었지만 SK팬들이 원하는 선수는 따로 있었다. 바로 연고지역인 인천 제물포 고등학교의 좌완 에이스 이현호(두산)였다. 이현호는 1학년 때부터 인천 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 고교 넘버원 좌완을 두고 다투던 초고교급 유망주였다.

이현호는 고교 시절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을 받기도 했지만 빠른 시간에 재활에 성공했고 경기 도중 실책을 저지른 동료를 다독이는 등 리더로서의 기질까지 겸비한 유망주였다. 하지만 이미 김광현과 정우람(한화), 박희수, 전병두 등 좋은 좌완투수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던 SK는 이현호 대신 경남고의 우완 서진용을 지명했다(서진용보다 늦게 지명된 투수 중에는 KIA 타이거즈의 강속구 투수 한승혁도 있었다).

중학 시절까지 3루수로 활약하다가 경남고 입학 후 투수로 전향한 서진용은 팀의 에이스 심창민(상무 야구단)은 물론 2학년생 한현희(키움 히어로즈)보다도 덜 알려진 투수였다. 심지어 서진용 본인조차도 지명 여부를 확신하지 못해 드래프트 당일 현장을 방문하지 않았을 정도. 하지만 SK의 스카우트진은 서진용의 성장 가능성과 싱싱한 어깨에 높은 점수를 주고 조금은 위험해 보이는 모험을 선택했다.  

상대적으로 고교 시절에 많은 공을 던지지 않았던 서진용은 입단과 동시에 무릎 부상이 발견됐고 곧바로 수술을 받으며 육성 선수로 전환됐다. 1라운드 지명을 받은 선수가 입단하자마자 육성 선수로 전환되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었고 SK팬들은 팬들의 시선에서 사라진 서진용을 '사이버 투수'로 부르기 시작했다. 다행히 2012년부터 정식 선수로 등록돼 퓨처스리그에서 공을 던지기 시작한 서진용은 2013년부터 상무에 입대해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상무에서 주로 불펜 투수로 활약한 서진용은 강력한 구위를 과시하며 위력을 발휘했고 본격적으로 팀에 합류할 2015년을 기대케 했다. 서진용은 2015년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위력적인 속구를 앞세워 SK의 불펜에서 자리를 잡는 듯했다. 하지만 6월 23일 두산전 이후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고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으며 18경기에서 5.91의 평균자책점을 남기고 그대로 시즌을 마감했다.

어떤 위기에서도 믿고 맡길 수 있는 비룡군단 불펜의 '믿을맨'

2015년이 시즌을 일찍 마무리해 아쉬움을 남겼다면 2016년은 후반기에 뒤늦게 팀에 합류해 깊은 인상을 남긴 시즌이었다. 서진용은 8월6일 히어로즈전에서 생애 첫 홀드를 기록했고 26.2이닝 동안 30개의 탈삼진을 기록할 정도로 위력적인 구위를 과시했다. 아쉽게 프로 데뷔 후 첫 승리는 따내지 못했지만 부상에서 돌아왔음을 고려하면 충분히 희망적인 시즌이었다.

2017년 트레이 힐만 감독(마이애미 말린스 내야코치)이 부임한 후 마무리 후보로 주목 받은 서진용은 2017년 4월 13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입단 7년 만에 프로 데뷔 첫 승을 따냈다. 2017년 2승 3패 3세이브 3홀드 3.91로 시즌을 마친 서진용은 큰 기대를 모았던 작년 48경기에서 3승 2패 1세이브 12홀드 6.12로 주춤했다. 서진용은 작년 한국시리즈에서도 1경기에 등판해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무너졌다.

생애 첫 두 자리 수 홀드를 기록했고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음에도 연봉 3000만 원 인상에 그친 서진용은 올 시즌 비로소 SK불펜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시즌 초반 마무리가 김태훈에서 하재훈으로 바뀌는 혼란 속에서도 비룡군단의 셋업맨 자리를 지킨 서진용은 올 시즌 72경기에 등판해 3승 1패 4세이브 33홀드 2.38의 호성적을 기록했다. 단일 시즌 최다 홀드 신기록(39개)을 세운 김상수(키움)에 이어 리그 홀드 2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실제로 올 시즌 서진용의 투구내용은 각 구단의 셋업맨들은 물론이고 어지간한 마무리 투수들과 비교해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서진용은 68이닝을 던지며 28개의 볼넷을 내주는 동안 76개의 삼진을 잡아냈고 2개의 피홈런을 포함해 장타는 단 13개를 허용하는데 그쳤다. .216의 피안타율과 1.19의 이딩당 출루 허용수(1.19)를 기록했고 득점권에서의 피안타율은 .174에 불과했다. 한 마디로 위기 상황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불펜투수였다는 뜻이다.

서진용은 올 시즌을 통해 SK 불펜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지만 가을야구에서는 통산 3경기에 등판해 2이닝 밖에 던지지 못했다(평균자책점9.00). 아직 올해 SK의 가을야구가 어디서부터 시작될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서진용이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작년보다 훨씬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거라는 점이다. 리그 정상급 불펜 투수로 성장한 서진용은 올해 가을야구에서 비룡군단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견인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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