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속 홍범도는 영웅이지만, 실제 홍범도의 모습은 극장 앞을 지키는 수위였다. 그런 그의 인간적인 모습과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에 대해 재고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극장이 주는 위로, 평화 등의 감정을 생각했다. 이 시대에 극장이 주는 의미를 성찰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앞서 열렸던 <극장 앞 독립군> 기자간담회에서 고연옥 작가가 이같이 말했다.  <극장 앞 독립군>은 세종문화회관 산하 7개 단체가 뭉쳐 올린 음악극이다. 세종문화회관 개관 41년 만에 최초로 진행된 작품일 뿐 아니라, 올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내년 봉오동 전투의 승전 10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기획된 작품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극장 앞 독립군> 공연 사진

<극장 앞 독립군> 공연 사진 ⓒ 세종문화회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 프레스콜이 열렸다. 전막 공연이 진행된 후 세종문화회관 김성규 사장, 작품의 총 연출을 맡은 김광보 단장, 총 안무를 맡은 정혜진 단장, 극작을 맡은 고연옥 작가, 작곡·음악감독을 맡은 나실인 작곡가, 서울시국악관현악·청소년국악단 박호성 단장, 서울시합창단·소년소녀합창단 강기성 단장, 서울시뮤지컬단 한진섭 단장, 서울시오페라단 이경재 단장이 자리해 작품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단체가 함께 모여 연습하고, 많은 고생 끝에 오른 작품이다. 단원들과 무대 스태프 등 정말 고생이 많았다. 고맙고 자랑스러운 마음이다. 묵묵하게 뒤에서 고생한 직원들도 많은데, 특히 유성광이라는 직원은 너무 애를 많이 써 안쓰러운 마음까지 들더라. 이렇게 작품이 잘 올라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고, 모두에게 좋은 경험이 됐으리라 생각한다."(김성규 사장) 

"연초에 김성규 사장이 이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오늘까지 달려 작품이 올랐다.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의미있는 작품을 올리고자 했는데, 이렇게 홍범도 장군의 이야기를 하게 됐다." (김광보 연출)

"봉오동 전투를 승리로 이끈 홍범도 장군이, 말년에는 조국을 떠나 카자흐스탄 고려 극장의 수위 생활을 했다는 것에 모티브 삼아 작품을 쓰게 됐다. 과거로부터 끊어졌던 것이 다시 이어질 수 있다는 바람에서, 극장 앞을 지나다니던 평범한 우리들 역시 특별해 질 수 있다고 생각하며 작품을 썼다."(고연옥 작가)

특히 <극장 앞 독립군>은 7개 예술단체가 함께 한다는 점에서 뜻 깊다. 꽉 찬 무대 위는 여러 단원이 함께 아름다운 하모니를 자랑하며, 풍성한 악기 연주와 무용까지 볼거리가 다양하다. 창작진들의 수많은 고민이 담겼기 때문에 가능했다.   

"7개의 예술단체가 함께 창여하고 무대에 올라야 한다고 생각해, 많은 창작자들이 창의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 의지라고 생각하시면 된다. 많은 분이 동참해서 이렇게 무대가 오를 수 있었다. 거대한 서사나 영웅적인 이야기로 홍범도 장군의 이야기를 시작한 게 아니다. 평범한 그가, 독립운동가가 되는 것을 추적하고, 말년에 수위 생활을 했다는 얘기를 듣고 극장이라는 공간을 떠올렸다. 고려 극장과 세종문화회관을 연결해 두 시대를 잇는 곳으로 삼았다." (김광보 연출)

"그 시대 항일 전선에 계셨던 분들이 특별한 분이 아닌, 우리처럼 평범한 분들이었을 것이다. 일제가 지속된다고 생각했고, 친일을 합리화 하는 분들도 있었다. 보통 사람들이 독립군 같은 역할을 했을 거 같다. 고려 극장이 공연을 올린 사람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사회에, 이 세계에, 시대에, 심장과 같은 역할을 하지 않을까."(고연옥 작가)

<극장 앞 독립군>은 24곡의 노래가 등장하는데, 90년대 대중가요, 모던 록, 국악, 재즈 등 다양한 장르가 펼쳐진다. 국악과 오케스트라의 앙상블이 다양한 조합을 넘나들어 극을 즐기는 또 다른 요소가 된다.

나실인 음악감독은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에 대해 "뮤지컬에 가까운 음악극이다. 다양한 음악이 펼쳐지는 것은 극의 재미를 위한 필수요소다. 1900년대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시점이 펼쳐진다. 나라를 빼앗긴 황망함과 극장만이 갖고 있는 낭만적인 정서가 잘 전환될 수 있게 음악에서 융합될 수 있게 신경 썼다. 독립운동가와 그의 후손들이 작품의 음악을 통해 역사적 사실을 기억할 수 있길 바란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작가에게 처음 대본을 받았을때, 한 번에 쓱 읽히더라. 장면을 어떻게 그릴지 구상이 확 떠올랐다.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각각의 캐릭터가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사들이 풍부하게 담겨있는 것을 발견하고, 클래식 작가로서 내면화 시키고 상징화했다. 덕분에 깊이 있는 음악을 만들지 않았나 싶다."(나실인 음악감독)  

이 작품은 홍범도 장군이 자신의 일대기를 연극으로 상영하게 하는 내용의 메타극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의 영웅적 순간만을 담은 조명한 것이 아닌, 카자흐스탄에서 노후 생활을 하던 홍범도가 직장을 구하는 장면 등으로 시공을 오간다. 그 안에서 펼져치는 안무 역시 구현되기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무대에 오르는 인원이 많기 때문에 연습 역시 쉽지 않았다. 좁은 공간에서 각 단체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살리고, 호흡을 맞췄다.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게 퍼즐을 맞춘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내면의 혼, 홍범도 장군의 내면 등을 뒤에서 그림자 역할을, 움직이는 모습으로 표현할 수 있게 주안점을 뒀다"(정혜진 안무감독)

<극장 앞 독립군>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9월 20일, 21일 양일간 공연된다.
 
 <극장 앞 독립군> 포스터

<극장 앞 독립군> 포스터 ⓒ 세종문화회관

 
극장 앞 독립군 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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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전문 프리랜서 기자입니다. 연극, 뮤지컬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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