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이 최하위 한화를 상대로 무시무시한 화력쇼를 선보였다.

장정석 감독이 이끄는 키움 히어로즈는 27일 청주종합운동장 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5방을 포함해 장단 17안타를 폭발하며 15-0으로 승리했다. 김상수, 한현희, 조상우, 오주원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를 쓰지 않고도 가볍게 승리를 따낸 키움은 1위 SK와이번스를 7경기, 2위 두산 베어스를 1.5경기 차이로 추격하며 선두권 경쟁을 이어갔다(73승1무50패).

키움은 선발 최원태가 6이닝6피안타1볼넷6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9승째를 올렸고 양현이 2이닝, 양기현이 1이닝을 책임지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키움은 이날 5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날려 보냈지만 실제로 홈런을 때린 선수는 단 2명에 불과(?)했다. 5개 중 4개를 한 선수가 쳐냈기 때문이다. 무시무시한 몰아치기로 단숨에 홈런 부문 단독 선두에 이름을 올린 박병호가 그 주인공이다. 
 
3연타석 홈런 날린 박병호 '홈런 선두'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가 2019년 8월 27일 청주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한화 이글스전에서 1회, 3회,5회 초 3연타석 홈런을 터뜨렸다. 이날 25·26·27호 홈런을 몰아친 박병호는 팀 동료 제리 샌즈(26개)를 제치고 홈런 단독 선두에 올랐다. 사진은 자료사진.

▲ 3연타석 홈런 날린 박병호 '홈런 선두'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가 2019년 8월 27일 청주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한화 이글스전에서 1회, 3회,5회 초 3연타석 홈런을 터뜨렸다. 이날 25·26·27호 홈런을 몰아친 박병호는 팀 동료 제리 샌즈(26개)를 제치고 홈런 단독 선두에 올랐다. 사진은 자료사진. ⓒ 연합뉴스

 
메이저리그 도전이 여의치 않았던 KBO리그의 홈런왕

1992년의 장종훈(한화 이글스 수석코치)과 1998년의 타이론 우즈(42개)를 제외하면 누구도 넘보지 못했던 40홈런 타자는 1999년 '국민타자' 이승엽이 54홈런을 치면서 급격히 늘어났다. 물론 2006년의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26개)나 2011년의 최형우(KIA타이거즈, 30개) 같은 미니 홈런왕(?)도 있었지만 2000년 이후 홈런왕은 대부분 40개 내외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2014년부터 작년까지 지난 5년은 사상 유례없는 '타고투저의 시대'였다. KBO리그에서 '거포'라고 불리는 선수들은 30홈런을 넘기기 일쑤였고 3할대의 팀 타율을 기록하는 팀들도 심심찮게 등장했다. 작년 시즌에는 홈런왕 김재환(두산 베어스, 44개)부터 한동민(SK 와이번스, 41개)까지 무려 5명의 선수가 40홈런을 돌파하는 '홈런의 홍수'가 열렸다(이는 한국야구위원회가 공인구의 반발력을 낮추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렇게 한 시대를 풍미한 거포들 사이에서도 박병호는 특별한 존재였다. 히어로즈 이적 후 두 달 동안 13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엄청난 파괴력을 과시한 박병호는 2012년 31홈런105타점으로 정규리그 MVP에 등극했다. 그리고 박병호는 2015년까지 홈런개수를 37개에서 52개, 53개로 늘리며 KBO리그 최초로  4년 연속 홈런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4년 연속 홈런왕은 이승엽조차도 밟아보지 못한 영역이다.

2015 시즌이 끝난 후 박병호는 포스팅 시스템을 거친 후 4+1년 총액 1850만 달러의 조건에 미네소타 트윈스와 계약하며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다. 박병호는 2016년 4월 한 달 동안 6홈런을 터트리며 뛰어난 장타력을 과시했지만 6월부터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며 타율이 1할대로 추락, 마이너리그로 강등됐다. 큰 부진에 손목부상까지 겹친 박병호는 시즌이 끝날 때까지 메이저리그에 올라오지 못했다.

2017년은 박병호에게 더욱 잔인한 시즌이었다. 시범경기에서 타율 .356 6홈런을 기록하고도 개막 엔트리 진입에 실패한 박병호는 시즌 내내 단 한 번도 빅리그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박병호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마이너리그 성적도 그닥 좋지 않았기 때문에 할 말이 없었다. 결국 박병호는 2019년까지 보장돼 있던 2년 600만 달러의 잔여 계약을 포기하고 히어로즈 복귀를 선택했다.
  
8월에만 10홈런 폭발, 샌즈-최정 제치고 홈런 단독 1위 등극

미국에서 이렇다 할 족적을 남기지 못했지만 박병호는 김현수(LG트윈스), 황재균(kt 위즈) 같은 다른 유턴파들처럼 '거물'로 대접 받았다. FA가 아니었던 박병호는 히어로즈와 연봉 15억 원에 계약하며 친정으로 복귀했다. 박병호는 작년 시즌 초반 종아리 근육 부상으로 31경기에 결장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작년 박병호의 홈런수는 홈런왕 김재환에 단 1개가 부족한 43개였다.

올해도 박병호는 가장 강력한 홈런왕 후보로 꼽혔다. 아무리 공인구의 반발력을 낮췄다 해도 박병호는 워낙 탁월한 파워로 남다른 비거리를 보이는 거포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공인구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거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타고투저 시대의 제왕'이었던 박병호도 올 시즌 KBO리그를 강타한 공인구 변화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4월까지 7홈런, 5월 6홈런을 기록하며 이름값을 하던 박병호는 6월 무릎과 허리 등의 통증으로 보름 이상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홈런왕 레이스에 제동이 걸렸다. 6월 3홈런, 7월 2홈런으로 부진한 박병호는 7월까지 단 17홈런에 그치며 SK의 최정과 제이미 로맥, 팀 동료 제리 샌즈와의 홈런왕 경쟁에서 멀어지는 듯 했다. 박병호 역시 "올해는 홈런에 미련이 없다"며 사실상 홈런왕 경쟁을 포기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병호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았다. 홈런에 미련을 갖지 않는다면서 8월에 열린 20경기에서 6개의 홈런을 추가한 박병호는 27일 한 경기 4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리는 엄청난 괴력을 발휘했다. 8월에만 10홈런을 추가한 박병호는 시즌 28홈런으로 26홈런의 샌즈, 24홈런의 최정을 제치고 단숨에 홈런 부문 단독 선두로 뛰어 올랐다. 4홈런1볼넷으로 7타점5득점을 추가한 박병호는 시즌 타율도 .285까지 끌어 올렸다.

두 번의 정규리그 MVP와 세 번의 골든글러브, 4년 연속 홈런왕, 타점왕 등 KBO리그에서 개인이 따낼 수 있는 타이틀을 모두 차지한 박병호가 아직 오르지 못한 고지는 바로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특히 외국인 선수 3명이 고르게 활약하고 투타가 조화를 이룬 올 시즌은 히어로즈가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적기로 꼽히고 있다. 특유의 몰아치기를 시작한 박병호는 개인 통산 5번째 홈런왕보다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더 애타게 원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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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키움히어로즈 박병호 4홈런 한화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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