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4일부터 26일(이하 한국 시각)까지 3일 동안 진행되었던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뉴욕 양키스 3연전은 여러 모로 주목을 받았다.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에서 정규 시즌 승률 1위를 달리던 팀들의 대결이었고, 메이저리그에서 역사가 오래된 팀들 중 뉴욕 연고로 팀의 역사가 시작된 두 팀이었다(다저스의 초창기 연고지는 뉴욕 브루클린).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에서 역사가 오래된 명문 팀들이지만, 서로 리그가 다르기 때문에 이들이 정규 시즌에서 맞대결할 기회는 3년에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두 팀이 월드 시리즈까지 항상 진출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이들의 인터리그 경기는 그 자체가 화제가 된다.

이 3연전에서 다저스는 류현진과 클레이튼 커쇼 원투 펀치를 투입하는 등 선발 로테이션을 유지하는 선에서 최고의 카드를 꺼냈다. 그러나 정작 류현진과 커쇼의 등판 경기를 패하면서 시리즈를 내줬다. 정작 토니 곤솔린이 선발로 등판했던 25일 경기만 승리하면서 스윕패는 면했다.

철저하게 읽힌 원투 펀치, 류현진 ERA 2.00까지 상승
 
류현진, MLB 올스타전 선발 '1이닝 무실점'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9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2019 메이저리그(MLB) 올스타전 1회에 내셔널리그 선발투수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류현진은 이날 한국인 선수 최초로 MLB 올스타전 선발투수로 등판, 1이닝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류현진(자료사진) ⓒ AP/연합뉴스

 
시즌 13승에 도전하기 위해 24일 마운드에 올랐던 류현진은 2회까지 양키스의 살인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러나 3회초 애런 저지와 게리 산체스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하면서 홈 경기 연승 행진 중단 위기를 맞이했다.

내셔널리그 홈런 1위 코디 벨린저가 포진한 타선이었지만, 다저스는 양키스의 선발투수 제임스 팩스턴을 넘지 못했다. 다저스 타선은 팩스턴에게 도합 11삼진을 헌납하며 겨우 2점을 내는 데 그쳤다.

4회를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고군분투했던 류현진이지만 결국 5회에 무너졌다. 5회초 1사 2,3루 상황에서 다저스 벤치는 류현진에게 홈런을 기록했던 산체스를 고의4구로 거르는 만루 작전을 선택했다.

그러나 디디 그레고리우스가 류현진을 상대로 그랜드 슬램을 터뜨리면서 이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래 그랜드 슬램을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결국 류현진은 4.1이닝 9피안타(3피홈런) 1볼넷 7탈삼진 7실점으로 메이저리그 최다 실점 경기 타이 기록을 세우며 패전투수가 됐다(팀은 2-10 패배).

시즌 4패째를 기록한 류현진의 평균 자책점은 최근 2경기에서의 부진으로 인해 2.00까지 치솟았다. 그동안 꾸준히 평균 자책점을 내렸지만 1점대 사수에 실패하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그래도 마이크 소로카, 맥스 슈어저(이상 2.41)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며 메이저리그 선발투수 전체 평균 자책점 1위는 지키고 있다.

다저스는 25일 경기에서 은퇴 시즌을 치르고 있는 CC 사바시아를 상대로 승리했다. 저스틴 터너가 3회말 2점 홈런을 기록하며 잡았던 리드를 끝까지 지켰다. 다만 이날의 득점 순간이 홈런 한 방이었을 정도로 다저스의 타선이 양키스 투수들을 압도하진 못했다.

26일 선데이 나이트 베이스볼로 치러진 경기에서는 커쇼가 선발로 나섰다. 커쇼는 이 날도 7이닝 동안 12탈삼진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투구를 펼쳤다. 문제는 이날 피안타 4개 중에서 3개가 홈런이었고, 이날의 실점도 모두 홈런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다저스 타선이 1회에 1점밖에 내지 못하면서 커쇼는 그대로 패전을 당했다.

주요 선수들 자리 비웠던 다저스, 득점에서 공백 드러나

이 3연전에서 다저스는 도합 5득점에 그쳤다. 류현진이 7실점으로 무너진 것은 어쩌다 한 번 있는 일로 그럴 수도 있다고 쳐도 커쇼가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를 기록하고도 패한 경기에서 다저스는 1점밖에 내지 못했다. 승리했던 1경기도 터너의 홈런이 없었다면 무득점 패배를 당할 수도 있었다.

다만 이번 시리즈에서 다저스는 최상의 전력으로 시리즈에 나서지 못한 상황이었다. 베테랑 선발투수 리치 힐은 부상으로 인해 선발 로테이션을 이탈한 지 오래고, 훌리오 유리아스는 가정 폭력으로 인해 징계를 수행하던 중이었다. 베테랑 포수 러셀 마틴도 조모상으로 인해 시리즈를 불참했다. 알렉스 버두고, 데이비드 프리즈 등도 부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하필이면 선수들이 경기에서 빠지는 타이밍이 겹친 것이다. 유리아스는 징계가 풀리는대로 투수진에 복귀하고, 마틴 역시 상황이 마무리되면 복귀한다. 힐 역시 선발 로테이션 복귀는 무리지만 재활이 끝나면 불펜으로라도 대기할 예정이다.

그래도 긍정적인 요소도 있었다. 가을을 앞두고 불펜이 나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승리했던 25일 경기에서 필승조 조 켈리와 마무리투수 켄리 잰슨이 견고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선발투수 자원들인 마에다 겐타, 더스틴 메이, 곤솔린, 유리아스 등이 포스트 시즌에 불펜으로 가게 되면 멀티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이들의 역할 분담으로 필승조의 부담이 줄어들 수도 있다.

실제로 주축 선수들이 일부 복귀하면서 다저스는 침체된 분위기를 끊어냈다. 28일 다저스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5회초 빅 이닝(5득점)에 힘입어 9-0 대승을 거두며 분위기 반등에 성공했다. 선발로 등판한 워커 뷸러도 6이닝 4피안타 2볼넷 11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다.

마지막까지 이어질 WS 홈 어드밴티지 경쟁

2002년 올스타 게임에서 무승부가 나온 이후, 2003년부터 2016년까지의 월드 시리즈는 올스타 게임에서 승리한 리그 팀에게 홈 어드밴티지가 주어졌다. 2016년 정규 시즌 승률 1위였던 시카고 컵스도 이 때문에 월드 시리즈 홈 어드밴티지를 가져오지 못했다(우승은 성공).

2017년부터 월드 시리즈 역시 다른 포스트 시즌 라운드와 마찬가지로 정규 시즌 성적이 좋은 팀에 홈 어드밴티지가 주어지는 것으로 변경됐다(단, 와일드 카드 팀에게는 핸디캡 적용). 다저스는 2017년 30팀 중 승률 1위를 차지하면서 월드 시리즈 홈 어드밴티지를 얻었으나 7차전 안방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창단 첫 월드 챔피언을 지켜봐야 했다.

다저스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대결에서 27일 경기는 패했고 28일 경기는 승리했다. 양키스가 시애틀 매리너스에게 이틀 연속 승리하면서 다저스와 양키스는 87승 47패 동률이 됐다. 27일에 경기가 없었던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86승 47패 반 경기 차이로 다저스와 양키스를 뒤쫓고 있다.

현 상황에서 월드 시리즈 홈 어드밴티지는 이 3팀이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셔널리그의 경우 다저스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하 디백스)와 무려 19경기 반 차이를 보이고 있어 9월 초 쯤에는 서부지구 우승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리그 2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도 승차가 6경기라서 리그 1위도 유력하다.

아메리칸리그는 시즌 마지막 날까지 리그 1위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일의 경우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가 그러했듯이 리그 1위를 결정짓기 위한 타이 브레이커 게임까지 필요할 수도 있다. 리그 1위는 와일드 카드 결정전을 치른 팀을 상대하는 어드밴티지가 있기 때문이다.

만일 다저스와 양키스, 애스트로스 3팀이 마지막 날 동률이 된다면 이 타이 브레이커 때문에 다저스가 반 경기 차이로 월드 시리즈 홈 어드밴티지를 놓칠 수도 있다. 다저스와 양키스만 동률일 경우에도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 밀렸기 때문에 다저스가 어드밴티지를 놓치게 된다.

정규 시즌에서 양키스에 고전했던 것은 그냥 정규 시즌일 뿐이다. 오히려 2017년 애스트로스에게 월드 챔피언 트로피를 내줬을 때보다 이번에는 양키스를 미리 한 번 만나서 모의고사를 치렀다고 생각하면 편할 수도 있다. 포스트 시즌에서는 이들이 월드 시리즈까지 올라온다는 확신도 아직 없으니 포스트 시즌은 차근차근 대비하면 된다.

사이 영 상 모의투표 1위 류현진, 체력 안배 필요한 시기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좌완 선발 류현진이 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2019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다이아몬드백스와의 방문경기에서 7회를 마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류현진(자료사진) ⓒ AP/연합뉴스

 
최근 2경기에서 연속으로 부진했지만, 그래도 류현진은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투수로 평가되고 있다. 27일에 MLB.com에서는 담당기자들이 실시한 사이 영 상 모의투표 결과를 공개했는데, 37명의 기자들 중에서 류현진이 22표를 얻으며 압도적인 1위를 지켰다.

최근 5차례의 모의투표 중 류현진이 1위를 차지한 적이 모두 4번이다. 특히 최근 2경기 연속 부진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24경기에서 3자책점 이상을 기록한 경기는 3경기 뿐이었다는 점이 주요했다. 모의투표 2위 맥스 슈어저(11표)가 후반기 2경기밖에 못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표를 맏으면서 아직 경쟁 궤도에 있음을 드러냈다.

다만 류현진은 최근 들어 투구의 위력이 다소 약해지긴 했다. 2013년에 192이닝을 던진 것을 제외하고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규정 이닝을 채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어깨 수술에서 복귀하고 나서 2017년에는 126.2이닝, 2018년에는 정규 시즌 82.1이닝을 던졌다.

2014년에는 부상자 명단 등재 최소 기간이 15일이었기 때문에 올 시즌 부상자 명단에 2번 다녀온 시기에는 각각 선발 로테이션을 한 번씩만 걸렀다. 일단 2013년 다음으로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지고 있는 상황이며, 규정 이닝을 넘길 것은 거의 확실시된다.

어깨 부상 이후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지고 있으니 체력적인 문제가 드러날 만도 하다. 일단 다음 등판은 30일 디백스와의 원정 4연전 첫 경기다. 다음 등판부터가 다저스의 로테이션이 5명이 아니라 6명으로 돌아간다. 류현진이 하루 더 쉬고 경기에 나서는 셈이다.

다만 다저스가 6인 로테이션을 얼마나 더 가져갈지는 모른다. 21일부터 16연전 일정을 치르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선발투수들의 체력 안배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6인 로테이션을 활용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후에는 확장 로스터가 운영되기 때문에 전체적인 투수 운영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지금 시점에서 체력 안배가 필요한 이유는 다저스의 향후 일정 때문이다. 9월에 디백스 원정 4연전이 끝나면 콜로라도 로키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홈 경기를 치른다. 이후에는 다시 동부 원정으로 볼티모어 오리올스, 뉴욕 메츠로 이어지는 원정 6연전이 있다.

이후 일정은 모두 캘리포니아 주에서 경기를 치른다. 탬파베이 레이스, 로키스와의 홈 경기를 치르며 9월 23일에 다저스는 정규 시즌 홈 경기를 끝낸다. 이후 파드리스,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가 정규 시즌 마지막 일정이다.

상대하기 까다로웠던 로키스, 이동 거리가 긴 동부지구 원정을 제외하고는 류현진에게 나쁘지 않은 일정이다. 오리올스의 홈 경기장이 타자들에게 친화적이지만, 현재의 오리올스는 고의적 탱킹으로 꼴지를 달리는 팀이라 큰 부담이 없다. 2.00까지 평균 자책점이 상승했지만, 9월 일정에서 성적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다저스의 입장에서는 류현진이 남은 시즌을 건강히 치를 수 있도록 체력 안배를 돕고, 나아가 월드 시리즈까지 일정을 준비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정규 시즌을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하면 사이 영 상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다음 디백스 원정 경기에서 SK 와이번스 출신의 메릴 켈리를 상대하는 류현진이 어떤 모습으로 반등을 보일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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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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