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팀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 후반 경기가 끝나기 전 경기장을 찾았던 팬들이 유벤투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출전하지 않자 자리를 뜨고 있다.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팀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 후반 경기가 끝나기 전 경기장을 찾았던 팬들이 유벤투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출전하지 않자 자리를 뜨고 있다. ⓒ 연합뉴스

 
26일 저녁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선발팀(팀 K리그)대 유벤투스 친선경기에서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끝내 경기에 출전하지 않아 논란인 가운데, 팬들은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미숙한 경기 운영과 슈퍼스타 활용 친선경기에 대한 불신 등 커다란 과제를 남겼다.  
 
이번 친선전은 '역대 최악'이란 평가를 받아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악재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우선 경기 시간부터 문제였다. 당초 저녁 8시에 경기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무려 1시간이나 늦게 시작했다.

1분 1초를 철저하게 지키는 스포츠 경기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날 친선전은 KBS 2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 되었는데, 경기를 중계한 이광용 아나운서와 한준희 해설위원은 유벤투스 선수단이 경기 시간을 넘기고도 경기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자 "아무리 친선 경기지만 이렇게 늦는 경우는 없다"면서 "보통 경기였다면 실격처리 됐을 것이다. 정말 죄송하다"며 시청자들에게 수없이 사과를 했다.

이날 경기 시작 시간이 늦어진 이유는 유벤투스 선수단이 태풍 때문에 당초 예정보다 2시간 늦게 중국에서 출발했기 때문. 유벤투스 선수단은 당초 전세기를 타고 오후 1시 인천공항에 입국해 곧바로 서울 용산 그랜드하얏트호텔에 도착, 팬미팅과 사인회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상악화로 인천공항 입국 시간이 늦어졌고, 오후 3시가 돼서야 선수단 버스가 인천공항을 떠날 수 있었다.

선수단이 늦게 도착하자 추후 일정은 줄줄이 변동되거나 축소됐다. 오후 3시 진행될 예정이던 사인회는 약속 시간을 두 시간 이상 넘긴 오후 5시 30분부터 30분 정도만 이뤄졌다. 하지만 팬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호날두는 사인회에 나타나지 않았다. 컨디션 조절을 이유로 빠진 것이다. 

유벤투스 선수단은 6시 30분쯤 호텔을 출발했지만, 금요일 저녁 교통체증에 발목을 잡혔다. 결국 선수단은 경기 시간을 훌쩍 넘어 경기장에 도착했고, 경기는 한 시간 늦게 시작됐다.

호날두 끝내 결장, 환호가 분노로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하나원큐 팀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 경기 내내 벤치에 앉아있던 호날두가 종료 뒤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하나원큐 팀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 경기 내내 벤치에 앉아있던 호날두가 종료 뒤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 연합뉴스


사인회가 축소되고 경기가 지연됐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팬들은 그라운드에 선 호날두를 직접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에 크게 실망하지 않았을 거라고 본다. 경기가 시작된 뒤 전광판에 벤치에 앉아 있는 호날두의 모습이 나오자 경기장은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호날두를 볼 수 있다는 희망은 이내 절망과 분노로 바뀌기 시작했다. 후반전이 되자 팀 K리그와 유벤투스 선수들이 대거 교체됐지만 유벤투스 7번(호날두)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 경기 종료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호날두가 모습을 보일 기미조차 보이지 않자, 팬들의 반응은 한순간에 바뀌었다. 전광판에 호날두의 모습이 보이자 팬들은 함성 대신 야유를 보냈다. 결국 호날두는 90분 동안 단 1분도 뛰지 않았다.

호날두는 이날 경기장에서 몸도 풀지 않았고, 벤치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날 팀 K리그는 선수 전원이 경기에 출전했으며 유벤투스는 23명 중 20명이 그라운드를 밟았는데 후보 2명과 호날두만 뛰지 않은 것이다. KBS는 호날두 전용 카메라까지 설치, 경기장에서 뛰는 모습을 다양하게 카메라에 담으려고 했지만 무산되고 말았다. 경기가 끝난 후 한준희 해설위원은 "이번 친선전은 주인공 없는 드라마가 되고 말았다"며 크게 실망했다.

유벤투스 사리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호날두 결장에 대해 "원래 뛸 예정이었지만 컨디션과 근육이 좋지 않아 뛰지 않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호날두가 전날 밤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습한 날씨에 입국 심사까지 12시간이나 걸리면서 선수들 전체가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는 설명이었다. 

거센 후폭풍 남긴 호날두 '노쇼' 파문

티켓링크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이날 친선전 입장권 가격은 최소 3만원(3등석)에서 최고 40만원(프리미엄존 S)이었다. K리그 서울 FC 입장권 가격이 보통 1만~3만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친선전 티켓은 일반인들에겐 부담스러운 가격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날 상암 월드컵 구장은 6만여명의 팬들로 가득 찼다. 입장권 가격을 평균 10만원으로 계산하면 입장권 수익 만으로 60억원이 나오는 어마어마한 이벤트인 것이다. 단정할 순 없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호날두를 보기 위해 티켓을 샀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이번 친선경기 호날두 노쇼 파문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팬들의 분노를 감지한 것인지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7일 오전 사과문을 발표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권오갑 총재 명의로 발표한 사과문에서 "친선전이 50분간 지연된 것과 호날두의 결장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라며 "호날두가 근육에 이상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당초 계약과 달리 경기에 출장하지 않아 축구팬들에게 큰 실망을 끼쳐드리게 됐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연맹은 이번 친선경기를 주최한 더 페스타가 계약을 위반한 것이라 판단한 만큼 위약금 청구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0년 8월 4일 바르셀로나 FC는 K리그 올스타와 친선경기를 치렀다. 당시 친선전에서 메시는 15분을 뛰고 2골 1도움의 활약을 보였다. 당시에도 메시 출전 시간을 놓고 논란이 됐는데 이번에는 호날두 결장은 더 큰 파문을 남겼다. 팬들 입장에선 앞으로 슈퍼스타를 활용한 친선전에 신뢰를 보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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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 노쇼 유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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