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의 아버지 조지 루카스 감독은 뛰어난 연출가임과 동시에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루카스 감독은 인류가 외계인의 존재를 알기는커녕 달 착륙에 고무돼 있던 1977년부터 은하계의 이야기를 다룬 <스타워즈> 시리즈을 통해 관객들을 신선한 충격에 빠트렸다. 한편으로는 경력에 비해 연출작이 지나치게 적다는 지적도 받지만 <스타워즈>라는 커다란 세계관을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루카스 감독은 영화계에 한 획을 그은 인물임에 분명하다.

'흥행의 신' 제임스 카메론 감독도 마찬가지. 카메론 감독은 출세작인 <터미네이터>를 시작으로 <에이리언2>, <터미네이터2>, <트루 라이즈>, <타이타닉>, <아바타> 등 히트작 대부분의 각본을 직접 쓴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아바타>에서는 외계행성 판도라의 원주민 나비족의 언어를 직접 만들 정도로 천재성을 과시하기도 했다. 카메론 감독은 2021년부터 5편까지 개봉될 예정인 <아바타> 시리즈를 통해 <아바타> 세계관을 더욱 확장할 예정이다.

루카스 감독이나 카메론 감독처럼 미처 다루지 않았던 미지의 영역의 이야기를 공감이 되도록 전달하는 이야기꾼들은 대중들에게 뜨거운 지지를 얻게 마련이다. 국내에도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해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는 작가들이 있다. 1일 첫 방송되는 tvN 주말드라마 <아스달 연대기>를 통해 청동기 시대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한국 드라마작가 최고의 콤비 김영현-박상연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JSA> 원작자와 <대장금> 작가, <히트>와 <선덕여왕>으로 '시너지' 확인
 
 김영현-박상연 작가는 고현정이 연기한 <선덕여왕>의 미실을 통해 악역 캐릭터의 새 장을 연 바 있다.

김영현-박상연 작가는 고현정이 연기한 <선덕여왕>의 미실을 통해 악역 캐릭터의 새 장을 연 바 있다. ⓒ MBC 화면캡처

 
친자매 사이인 홍정은-홍미란 작가, 부부 사이인 장영철, 정경순 작가와 달리 김영현, 박상연 작가는 작가로서 따로 활동하다가 협업을 시작한 후 본격적으로 시너지를 발휘한 경우다. 1996년까지 MBC에서 예능 프로그램 구성작가로 활동하다가 1998년 드라마 <애드버킷>의 각본을 쓰며 데뷔한 김영현 작가가 더 일찍 방송일을 시작했지만 먼저 주목을 받은 쪽은 박상연 작가였다.

박상연 작가는 20대 시절이던 1997년 소설 < DMZ >를 집필했고 3년 후 자신의 소설이 영화로 제작돼 개봉됐다. 그 영화가 바로 지금은 세계적인 감독 반열에 오른 박찬욱 감독의 첫 번째 흥행작이자 당시 한국영화 흥행 신기록을 썼던 <공동경비구역JSA>였다(이후에도 박상연 작가는 <화려한 휴가> <고지전> 등 주로 군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썼는데 재미 있는 사실은 실제 박상연 작가는 군 면제를 받았다는 점이다).

박상연 작가가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 차기작을 내지 못하고 있던 2003년 김영현 작가가 방송가에 혜성처럼 떠올랐다. '중종의 총애를 받았던 장금이라는 이름의 주치의녀가 있었다'는 짧은 기록을 바탕으로 김영현 작가가 상상력을 발휘해 집필한 이영애 주연의 <대장금>이었다. 최종회 시청률 57.8%, 평균시청률 45.8%를 기록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대장금>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폭발적인 사랑을 받은 한류 드라마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김영현 작가는 차기작 <서동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침체에 빠졌다. 그러던 2007년 김영현 작가는 <화려한 휴가> 시나리오를 탈고한 박상연 작가와 의기투합해 드라마 <히트>의 각본을 썼다. <히트>는 시청률 40%를 넘나든 김수현 작가의 <내 여자의 남자>에 밀려 아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진 못했다. 하지만 <히트>는 한국식 수사드라마의 수작으로 인정 받았고 훗날 대스타가 되는 하정우,마동석의 풋풋한 시절도 볼 수 있다.

<히트>를 통해 좋은 호흡을 확인한 두 작가는 2009년 <선덕여왕>을 통해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지만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하는 삼국통일 과정을 디테일하고 흥미롭게 묘사한 <선덕여왕>이었다.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크게 히트한 <선덕여왕>은 고현정,이요원, 엄태웅 등 기존의 스타들뿐 아니라 비담 역의 김남길, 어린 미실 역의 유이, 어린 천명공주 역의 신세경 등 신예 스타들을 대거 배출했다.

조선시대 세계관 벗어나 판타지 드라마에 도전하는 김영현-박상연 작가
 
 <뿌리 깊은 나무>에서 청년 이도를 연기했던 송중기는 8년 만에 김영현-박상연 작가의 작품에 출연한다.

<뿌리 깊은 나무>에서 청년 이도를 연기했던 송중기는 8년 만에 김영현-박상연 작가의 작품에 출연한다. ⓒ SBS 화면 캡처

 
김영현-박상연 작가의 세계관이 본격적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난 작품은 2011년 SBS에서 방영된 <뿌리깊은 나무>부터.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와 배포, 그리고 이에 대항하는 밀본의 이야기를 다룬 <뿌리깊은 나무>는 실제 역사를 각색해, 시청자들을 사로 잡는 조선 건국과 초기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선보였다. 그리고 <뿌리 깊은 나무>로 구축한 김영현-박상연 작가의 '조선 세계관'은 차기작 <육룡이 나르샤>로 이어졌다.

시대로 보면 <뿌리 깊은 나무>의 전 시대 이야기인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뿌리 깊은 나무>에서 노인 혹은 장년으로 등장했던 캐릭터들의 젊은 시절이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의 많은 관심을 모았다. 특히 배우 우현이 연기했던 강채윤(장혁 분)의 스승 이방지가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미남배우 변요한이 맡으면서 시청자들을 '충격과 공포'에 빠트리기도 했다(나이가 들면 조진웅이 되는 무휼 역의 윤균상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당초 김영현-박상연 작가는 <육룡이 나르샤> 종영을 앞두고 계유정난을 다룬 <샘이 깊은 물>을 차기작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힌트를 줬다. 하지만 <육룡이 나르샤>의 시청률(최고 17.3%)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일까. 김영현-박상연 작가가 <육룡이 나르샤> 종영 후 3년 만에 가지고 나온 신작은 <뿌리 깊은 나무> 세계관이었던 조선시대가 아닌 가상의 땅인 아스를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가 됐다.

<아스달 연대기>는 대중들이 전혀 모르는 가상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내기가 결코 쉽지 않다. 새녘족, 흰산족, 해족이라는 부족과 뇌안탈,이그트 같은 종족도 매우 낯설다. 김영현-박상연 작가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이야기의 디테일과 캐릭터의 특징을 잡는데 많은 신경을 썼다고 한다. 두 작가는 네안데르탈인에서 따온 뇌안탈의 언어를 직접 만들 정도로 리얼한 세계관을 구축하기 위해 열의를 보였다. 

총 18부작으로 예정된 <아스달 연대기>는 7월 초까지 12부가 먼저 방영되고 오는 9월 나머지 6부가 방영될 예정이다. 컴퓨터그래픽이 많은 드라마의 특성상 후반작업이 길어져 이 같은 방식은 택했다고 하지만 국내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모험'인 것은 분명하다. 12부까지의 반응이 좋으면 공백기간 동안 많은 이야기 거리가 쏟아져 나오겠지만 초반 시청률을 놓친다면 수백 억의 제작비가 들어간 '지루한 옛날 이야기'가 될 우려도 있다. 

<아스달 연대기>는 <미생> <시그널> <나의 아저씨>의 김원석PD가 연출하고 장동건, 송중기, 김지원, 김옥빈, 김의성, 박해준, 추자현, 조성하 같은 인기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tvN이 엄청나게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과연 김영현-박상연 작가는 <아스달 연대기>을 통해 새로운 세계관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아스달 연대기>는 호화캐스팅을 자랑한다.

<아스달 연대기>는 호화캐스팅을 자랑한다. ⓒ <아스달 연대기> 홈페이지

 
아스달 연대기 김영현 작가 박상연 작가 송중기 김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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