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는 이지영(키움 히어로즈)이라는 준수한 포수가 있음에도 작년 시즌을 앞두고 FA시장에서 80억 원을 투자해 강민호를 영입했다. 작년 창단 후 첫 최하위로 추락한 NC다이노스도 김태군(경찰야구단)의 전역을 기다리지 못하고 현역 최고의 포수 양의지를 125억 원에 데려왔다. 한국시리즈 우승팀 SK 와이번스도 이에 지지 않기 위해 주전 포수 이재원을 69억 원에 잔류시켰다. 현존하는 포수 '빅3'의 몸값을 모두 더하면 무려 274억 원에 달한다. 

이는 그만큼 야구에서 포수의 중요성이 크다는 의미다. 실제로 포수는 단순히 투수의 공을 받는 역할이 아니라 타자를 분석해 투수에게 가장 효과적인 공을 던지도록 리드하고 루상에 나간 주자를 견제하면서 내외야 수비를 지휘하는 '그라운드의 야전사령관'이다. 따라서 현대야구에서 포수의 가치는 점점 커질 수밖에 없고 공수를 겸비한 포수는 커다란 대가를 지불하면서라도 반드시 잡아야 하는 존재가 됐다.

하지만 수비를 할 때 늘 불편하게 앉아 있어야 하는 포지션의 특성상 포수는 철저한 체력관리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뛰어난 주전 만큼 든든한 백업 요원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한 포지션이기도 하다. 올 시즌 1~3위를 달리며 리그를 주도하고 있는 SK와 두산 베어스, NC는 존재감 높은 주전 포수는 물론 믿음직한 백업 포수의 활약으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에 생존한 허도환, 시즌 첫 안타가 결승 홈런
 
SK 허도환 솔로홈런 2019년 3월 1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시범경기. 3회 말 SK 공격 1사 상황에서 SK 허도환(오른쪽)이 좌익수 뒤 홈런을 친 뒤 베이스를 돌던 중 SK 정수성 코치와 손을 마주치고 있다. 2019.3.19

▲ SK 허도환 솔로홈런 2019년 3월 1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시범경기. 3회 말 SK 공격 1사 상황에서 SK 허도환(오른쪽)이 좌익수 뒤 홈런을 친 뒤 베이스를 돌던 중 SK 정수성 코치와 손을 마주치고 있다. 2019.3.19 ⓒ 연합뉴스

 
SK는 2015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은 정상호(LG 트윈스)가 팀을 떠나고 2017시즌 초반 백업 1순위였던 김민식(KIA 타이거즈)마저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했다. 백업들이 차례로 떠나면서 주전포수 이재원에 대한 의존이 너무 커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김민식 트레이드로 영입한 이홍구까지 2017시즌이 끝나고 군에 입대하면서 이재원의 백업 포수 문제는 SK의 큰 고민거리가 됐다.

SK는 백업 포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2017년 11월에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로 한화 이글스의 포수 허도환을 지명했다. 2007년부터 프로 생활을 시작한 베테랑 포수 허도환은 박동원이 등장하기 전까지 히어로즈에서 약 4년 동안 주전 포수로 활약했던 경험이 있다. 비록 한화에서는 최재훈이 들어오면서 주전 자리를 잃었지만 여전히 백업 포수로는 충분히 활용가치가 높은 포수자원이었다.

하지만 허도환은 작년 시즌 노장 이성우(LG)와의 백업 경쟁에서 밀리며 1군에서 단 23경기에 출전하는 데 그쳤다. 22타수6안타(타율 .273) 1홈런으로 경기에 나올 때는 어느 정도 제 역할을 해줬지만 표본이 워낙 적어 큰 의미를 부여하긴 힘들었다. 하지만 작년 시즌이 끝나고 '디펜딩 챔피언' SK에 생존한 선수는 이성우가 아닌 상대적으로 더 젊은(?) 허도환이었다.

올 시즌 이재원의 백업 포수로 활약하고 있는 허도환은 10경기에서 17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타격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5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발 출전해 7회 브룩스 레일리로부터 솔로 홈런을 터트리며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물론 이재원의 백업으로서 여전히 아쉬운 활약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올 시즌 이재원 부재시 SK의 대체 포수 1순위는 단연 허도환이 될 것이다.

어린이날 매치에서 주전 마스크 쓰며 이적 후 첫 멀티타점

양의지가 떠나면서 포수 무한 경쟁체제에 돌입한 두산은 스프링캠프를 통해 양의지의 백업으로 지난 3년 간 273경기에 출전했던 박세혁을 새 주전 포수로 낙점했다. 그리고 박세혁은 올 시즌 35경기에서 타율 .303 1홈런18타점20득점 3루타5개로 두산의 새 안방마님으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하지만 작년까지 백업 요원으로 활약하던 박세혁이 주전으로 올라오면서 백업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해진 것은 피할 수 없었다.

김태형 감독은 개막전 백업 포수로 프로 6년 차 장승현을 선택했다. 장승현은 선발 출전 3경기를 포함해 11경기에 출전해 타율 .286(14타수4안타)에 도루 저지율 33.3%(1/3)를 기록하며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무엇보다 군 복무를 마친 1994년생의 젊은 포수라는 점에서 두산은 다음 세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유망주 장승현에게 더 많은 1군 경험을 쌓게 할 필요가 있었다. 
 
이흥련, 1타점 2루타 어린이날인 2019년 5월 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BO리그 LG 대 두산 경기. 3회 말 1사 1루 때 두산 이흥련이 1타점 2루타를 치고 있다.

▲ 이흥련, 1타점 2루타 어린이날인 2019년 5월 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BO리그 LG 대 두산 경기. 3회 말 1사 1루 때 두산 이흥련이 1타점 2루타를 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지난 4월 25일 "더 많은 경기 경험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장승현을 퓨처스리그로 보내고 이흥련을 1군에 호출했다. 2016 시즌이 끝나고 삼성으로 이적한 FA 이원석의 보상 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이흥련은 이적 후 곧바로 경찰 야구단에 입대하면서 병역 문제를 해결했다. 1군 합류 후 백업으로만 3경기에 출전했던 이흥련은 5일 LG와의 어린이날 매치에서 시즌 첫 선발 마스크를 썼다. 

3회 삼성 시절 동료였던 차우찬을 상대로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때리며 두산 이적 후 첫 타점을 기록한 이흥련은 6회에도 1사1,3루에서 2루 땅볼로 타점을 추가했다. 올 시즌 첫 선발 출전 경기에서 두산 이적 후 첫 멀티타점 경기를 만든 것이다.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세스 후랭코프의 시즌 첫 무실점 투구를 리드한 이흥련은 앞으로도 박세혁의 백업으로 쏠쏠한 활약이 기대된다.

주전 부담 내려 놓으니 성적도 함께 따라오는 정범모

주전들의 부상으로 뜻하지 않게 기회를 얻었던 다른 선수들과 달리 정범모는 입단 당시부터 신경현의 후계자로 꼽히며 한화의 차세대 안방마님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군 복무를 마친 후에는 2013년 타율 .247, 2014년에는 타율 .253 6홈런을 기록하며 순조롭게 한화의 안방을 차지하는 듯했다. 하지만 2015년 김성근 감독이 부임하면서 탄탄하던 정범모의 입지는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김성근 감독은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정범모보다는 조인성(두산 배터리 코치), 차일목, 허도환 등 30대 중반 이상의 베테랑 포수들을 선호했다. 2015년 51경기 출전에 그친 정범모는 2016년 5경기, 김성근 감독이 물러난 2017년에도 22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하며 사실상 1군 전력에서 제외됐다. 그렇게 야구팬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는 듯했던 정범모는 2017시즌이 끝난 후 NC의 주전 포수 김태군이 입대하면서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작년 3월 트레이드를 통해 NC로 이적한 정범모는 한화 시절이던 2014년 이후 4년 만에 주전 포수로 활약했다. 시즌 103경기 출전은 프로 데뷔 후 한 시즌 개인 최다출전 기록이었다. 하지만 김태군의 자리를 메워야 한다는 부담은 부진으로 이어졌고 정범모는 타율 .179 4홈런18타점에 그치며 NC의 새 주전 포수로 아쉬운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정범모의 부진은 NC의 양의지 영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화 정범모, 3점포 작렬 31일 오후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넥센과 한화의 경기. 2회초 1사 1, 2루 상황에서 한화 정범모가 3점홈런을 친 후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2014.7.31

▲ 한화 정범모, 3점포 작렬 NC 정범모, 한화 이글스 시절(자료사진) ⓒ 연합뉴스

 
리그 최고의 포수가 들어오면서 다시 백업으로 돌아간 정범모는 오히려 부담이 없는 상황에서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올 시즌 주전 6경기를 포함해 16경기에 출전하고 있는 정범모는 실책 없이 타율 .259 1홈런3타점으로 백업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오는 가을 김태군이 전역하면 다시 입지가 불안해질 수도 있지만 현재 정범모는 양의지의 휴식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공룡들의 든든한 백업 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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