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적지에서 4위 NC를 제압하고 7위로 뛰어 올랐다.

김기태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는 3일 통합창원시의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9안타를 터트리며 8-4로 승리했다. 지난 주 9연패의 수렁에 빠지며 최하위까지 추락했던 KIA는 최근 6경기에서 4승을 따내며 조금씩 순위를 끌어 올리고 있다(12승1무20패).

KIA는 선발 조 윌랜드가 5이닝 동안 홈런 3개를 맞으며 고전했지만 타선의 도움으로 시즌 3승째를 챙겼고 고영창, 전상현, 하준영, 문경찬으로 이어진 젊은 불펜들도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타선에서는 최형우가 시즌 5호 홈런을 터트린 가운데 이날도 여느 때처럼 8번 타순에 배치된 선수가 결승 홈런을 포함해 2안타3타점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성적만 보면 왜 아직 하위타선에 있는지 이해하기 힘든 6년 차 내야수 박찬호가 그 주인공이다.
 
'병살 아웃' 2019년 4월 21일 오후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 경기 4회초 1사 KIA 2루수 박찬호가 두산 정병곤의 내야 땅볼로 1루주자 류지혁을 포스아웃 시킨 후 1루로 송구하고 있다.

▲ '병살 아웃' 2019년 4월 21일 오후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 경기 4회초 1사 KIA 2루수 박찬호가 두산 정병곤의 내야 땅볼로 1루주자 류지혁을 포스아웃 시킨 후 1루로 송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코리안 특급'과 이름이 같아 주목 받지 못한 내야 유망주

중국 슈퍼리그의 산둥 루넝 타이산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탈리아 출신의 축구선수 그라치아노 펠레는 파로마FC와 사우스햄튼FC에서 활약했던 194cm의 장신 스트라이커다. 펠레는 이탈리아 국가대표로도 20경기에 출전해 9골을 기록했을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다. 하지만 그는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히는 '황제' 펠레와 성이 같다는 이유로 축구팬들에게 상대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장충고 출신으로 지난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5라운드(전체 50순위)로 KIA에 지명된 박찬호 역시 비슷한 이유로 입단 당시부터 실력 외적으로 더 많이 주목 받았다. 메이저리그 124승에 빛나는 '코리안특급' 박찬호와 동명이인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야수 박찬호가 KIA에 입단했을 때 투수 박찬호는 이미 현역 생활을 마감한 후였지만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내야수 박찬호를 보면서 '코리안 특급'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인기 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과 이름이 같았던 강백호(kt 위즈)의 경우엔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며 만화 캐릭터의 그늘에서 금방 벗어났다. 하지만 박찬호는 장충고 시절 청소년 대표팀에 선발될 정도로 실력을 인정 받았지만 고교 무대를 호령했던 강백호 정도의 '특급 유망주'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이름이 같은 선배가 한국야구에 워낙 큰 족적을 남긴 대스타라는 점도 신인 선수에게는 적잖은 부담이었다.

루키 시즌 1군에서 17경기에 출전해 22타수2안타(타율 .091)에 그친 박찬호는 2014시즌이 끝나고 KIA가 자랑하는 '꼬꼬마 키스톤' 김선빈과 안치홍이 군에 입대하면서 1군에서 기회를 얻었다. 박찬호는 유격수와 2루수를 오가며 준수한 수비를 선보였지만 당시 KIA에는 박찬호 외에도 강한울(상무), 김민우(KIA 수비코치), 최용규 등 더 많은 경험을 가진 내야 경쟁자들이 즐비했다.

2015년 타율 .182, 2016년 타율 .167에 그치며 경험 부족을 실감한 박찬호는 주전 김선빈과 안치홍이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하면서 더욱 입지가 좁아졌다. 박찬호는 2016 시즌이 끝난 후 상무 야구단에 지원했지만 상대적으로 부족한 1군 경력 때문에 최종 합격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결국 박찬호는 2017년1월 6사단 신병교육대에 입대하면서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에서 현역으로 복무했다.

현역 복무 후 타격 개안, 그럼에도 여전히 8번 혹은 9번타자

물론 김사율, 채은성,김용의(이상 LG 트윈스), 김규민(키움 히어로즈) 같은 성공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야구 선수에게 현역 입대는 선수생활 단절을 의미한다. 특히 박찬호처럼 경기 출전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신예 선수들에게는 더욱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박찬호는 휴가를 나오는 틈틈이 광주에 들러 개인훈련을 하며 김기태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전역 후 4200만 원에 2019 시즌 연봉계약을 체결한 박찬호는 오키나와에서 열린 1군 캠프가 아닌 대만에 차린 2군 스프링캠프에서 시즌을 준비했다. 물론 캠프 도중 포수 김민식이 2군 캠프로 내려가면서 1군 캠프로 이동했지만 박찬호에 대한 KIA구단과 팬들의 기대치는 여전히 '백업 내야수' 정도에 불과했다. 실제로 박찬호는 시범경기에서도 단 한 타석밖에 서지 못했고 개막 엔트리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4월5일 허벅지 부상을 당한 김선빈이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면서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429 2홈런을 때리던 박찬호가 1군으로 호출됐다. 그리고 박찬호는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붙잡는 데 성공했다. 올 시즌 2루수와 유격수, 3루수를 오가며 22경기에 출전한 박찬호는 타율 .361 2홈런8타점9득점2도루 OPS(출루율+장타율) .960으로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1군에 처음 올라 왔을 때만 해도 내야의 빈자리를 메우던 박찬호는 최근 7경기 연속으로 주전 3루수로 출전하며 KIA의 주전 한 자리를 차지했다. 특히 최근 5경기에서는 20타수9안타(타율 .450)1홈런5타점으로 물 오른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다. 박찬호는 3일 NC전에서도 NC 선발 김영규로부터 이날 경기의 결승타가 된 선제 3점 홈런을 터트렸다. 

아직 규정타석을 채우진 못했지만 .361의 타율은 KIA 타선에서 가장 좋은 기록이다. 그럼에도 박찬호는 올 시즌 8번 타자로 8경기, 9번 타자로 14경기에 출전하며 하위타선에만 배치되고 있다. 물론 이제 막 타격에 눈을 뜬 신예 선수에게 부담스런 상위타순을 맡기는 것은 다소 위험한 모험일 수 있다. 하지만 팀 타율 .261의 KIA에서 .361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강타자가 8번에 배치되는 것은 모순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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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IA 타이거즈 박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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