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승부조작 제의받은 이영하, 단호하게 거절" 지난 5월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리그 SK 대 두산 경기에서 이영하가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모습. 2018.6.7

지난 5월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리그 SK 대 두산 경기에서 이영하가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모습. 2018.6.7 ⓒ 연합뉴스

 
두산이 KIA와의 원정 3연전에서 먼저 2승을 챙기며 위닝시리즈를 확보했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20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14안타를 터트리며 10-1로 승리했다. 전날 마무리 함덕주가 흔들리면서 힘들게 승리했던 두산은 이날 7회에만 4안타 3볼넷으로 5점을 뽑아내는 빅이닝을 만들며 비교적 손쉽게 승리를 따냈다(16승 8패).

두산은 1회 좌전 적시타를 때린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김재환도 시즌 4호 홈런을 터트리는 등 1타점 3득점으로 활약했다. 이 밖에 허경민이 2안타 4타점 2득점,박세혁이 2안타 2타점 1득점으로 좋은 타격감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날 김태형 감독이 편안하게 경기를 지켜볼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7이닝 동안 단 89개의 공으로 KIA 타선을 1실점으로 막은 선발 이영하의 호투가 있었기 때문이다.

길고도 잔인했던 두산의 1차 지명 잔혹사

두산은 지난 2007년 '신인왕 듀오' 임태훈(은퇴)과 이용찬을 지명한 후 지독한 1차 지명 잔혹사를 겪었다. 2008년 1차 지명 선수였던 진야곱은 2016년 불법 스포츠 도박 스캔들에 연루돼 2017 시즌이 끝난 후 방출됐고 고교 시절 세계무대를 평정했던 성영훈도 부상에 시달리다가 작년 시즌이 끝난 후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한국의 랜디 존슨'을 기대하며 지명한 208cm의 최장신 좌완 장민익 역시 1군 무대에서 1승도 올리지 못하고 팀을 떠났다. 

2013년에는 천안북일고의 좌타 외야수 김인태를 지명했다. 하지만 김인태의 성장 속도는 기대만큼 빠르지 못했다. 현재 두산의 외야는 김인태가 아닌 김재환과 박건우, 정수빈이 이끌고 있다. 지역 연고제가 부활한 2014년 두산은 덕수고의 '완투머신' 한주성을 1차 지명했다. 하지만 청소년 대표 출신의 특급 유망주 한주성은 프로 5년 동안 1군에서 단 3경기를 던진 후 군에 입대했다.

2015년 최원태(키움 히어로즈)와 함께 서울고의 원투펀치로 활약했던 남경호는 프로 데뷔 첫 시즌 5경기에 등판해 주눅들지 않는 투구를 펼치며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남경호 역시 어깨부상을 당하며 고전하다가 2017년 시즌을 앞두고 육성 선수로 전환됐다. 2017년 1차 지명 최원준도 지명 후 갑상선암이 발견돼 데뷔가 늦었고 아직 1군에서 아무런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두산이 2008년부터 지난 10년 동안 1차 지명으로 선택한 선수들 중에서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선수는 2012년 1차 지명 선수 윤명준(상무)뿐이었다. 윤명준은 두산 입단 후 5년 동안 19승10패12세이브41홀드를 기록한 윤명준은 올해도 11경기에서 1승4홀드 평균자책점1.86으로 두산의 허리를 지키고 있다. 2018년 1차 지명 곽빈은 시즌 초반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작년 10월 팔꿈치 수술을 받은 후 재활 중이다.

이처럼 1차 지명 선수들의 활약이 워낙 미미했던 두산이었기에 2016년 1차 지명 이영하가 계약 직후 팔꿈치 수술을 받았을 때도 두산 팬들은 '그럼 그렇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이영하는 루키 시즌을 통째로 날리는 아쉬움 속에서도 착실하게 재활에 매진했고 2017 시즌부터 1군 마운드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풀타임 3년 차가 된 올 시즌 이영하는 두산 마운드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선발 투수로 성장했다.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에 빛나는 두산의 새 토종 에이스

2017년 20경기에 등판해 3승을 올린 이영하는 2018년 불펜에서 시즌을 시작했다가 장원준의 부진을 틈 타 5선발 자리를 차지했다. 실제로 전반기 28경기에서 3승1패2홀드5.86을 기록했던 이영하는 후반기 12경기에서 7승2패4.68의 성적으로 프로 데뷔 3년, 1군 데뷔 2년 만에 두 자리 승수를 올렸다. 비록 두산에게는 아픈 기억이지만 이영하는 작년 한국시리즈에서도 5이닝2실점으로 호투하며 귀중한 경험을 쌓았다.

작년 4200만원의 연봉을 받았던 이영하는 138%가 인상된 1억 원에 올 시즌 연봉계약을 체결했고 스프링캠프에서도 좋은 구위로 김태형 감독으로부터 두산의 4선발로 낙점 받았다. 6년 연속 두 자리 승리를 거둔 '느림의 미학' 유희관과 통산 129승을 자랑하는 '꾸준함의 대명사' 장원준,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에 새로 합류한 현역 최다승(137승) 투수 배영수와의 경쟁에서 승리한 것이다.

그리고 이영하는 올 시즌 4번의 등판에서 3승을 올리며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이용찬, 작년보다 부진한 세스 후랭코프 대신 조쉬 린드블럼과 함께 두산의 원투펀치로 활약하고 있다. 시즌 첫 등판부터 6이닝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이영하는 4월 3번의 등판에서 21이닝2실점(평균자책점 0.86)이라는 눈부신 투구로 3연승을 달리고 있다. 20일 KIA전에서 규정이닝을 채운 이영하는 평균자책점 부문에서도 단독 4위(1.67)로 뛰어 올랐다.

이영하는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가진 정통파 투수지만 가지고 있는 구위에 비해 많은 삼진을 잡는 유형은 아니다. 올 시즌에도 27이닝 동안 탈삼진은 단9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어떤 타자를 만나더라도 도망가지 않는 공격적인 피칭으로 투구수를 최소화한다. 실제로 이영하는 올 시즌 4번의 등판에서 한 번도 100개 이상의 공을 던지지 않았다(그렇다고 경기당 평균 6.75이닝을 책임지는 이영하의 이닝 소화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영하는 지난해 6월 지인을 통해 온 승부조작 제의를 거절한 후 이를 구단에 자진신고해 한국야구위원회로부터 5000만원의 포상금을 받았고 상금으로 받은 전액을 기부했다. 이영하는 기부를 결정했을 때 아깝다는 마음도 들었지만 '돈은 야구를 잘해서 벌면 된다'고 편하게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올 시즌 이영하의 초반 활약을 보면 '야구 잘해서 부자 되겠다'는 이영하의 각오(?)는 그저 의례적으로 했던 멘트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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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베어스 이영하 1차지명 퀄리티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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