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이 영화 <강변호텔>을 통해 관객들과 만난다. 최근 그래왔듯 홍 감독은 자신만의 화법으로 영화에 자신의 이야기를 녹인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영환(기주봉)이 갑자기 자신이 곧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이혼으로 인해 오랫동안 교류가 없던 두 아들을 자신의 숙소 <강변호텔>로 부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환은 두 아들 경수(권해효)와 병수(유준상)을 버려 두고 오래전 어떤 여인과 사랑에 빠져 전 처와 이혼한 이후 두 번째 사랑과도 결국 이별했다. 두 아들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보단 아들로서 인정받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간만에 아버지의 부름으로 둘은 강변호텔에 머문다. 그리고 우연히 같은 호텔에 머물게 된 두 여인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마음의 안정을 취하기 위해 강변호텔을 찾은 상희(김민희)와 그리고 슬픔에 빠진 상희를 위로하기 위해 온 연주(송선미)다. 

의미심장한 대사로 보는 홍상수의 세계

홍상수 감독은 그는 보일듯 말듯한 뜻이 불분명한 메시지보다는 대놓고 자신의 생각을 영화로 전달하곤 했다. 그의 심리와 생각을 각 신 대사와 설정을 통해 추측할 수 있다.

"미안한 것 때문에 (아내와) 함께 살순 없었다"
"너무 어릴 때 결혼했다. 그땐 너무 어려서..."

  
 영화 <강변호텔>의 한 장면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부자지간 ⓒ (주)콘텐츠판다

두 아들을 카페에 부른 영환은 고백한다. 중년에 들어선 두 아들은 덤덤하게 듣고 있다. 자신들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에 대한 원망보다는 오히려 영환의 심정을 이해해주고 그의 안부나 건강을 걱정한다.
 
영화에서 영환은 계속 그냥 아무 이유 없이 계속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두 아들에게 말한다. 자신을 바라보는 대중들과 주변인들의 시선에 의해 홍 감독이 느끼는 불안감이 영화 설정과 대사에 담겨 있다.

"나는 실패하더라도 사랑을 좇았어"
"결국 버림 받았지만 달라진 건 없어, 사랑도 해봤고..."

 
 영화 <강변호텔>의 한 장면

처량한 모습의 영환 ⓒ (주)콘텐츠판다

 
한 식당에서 막걸리를 한 사발씩 비울 때마다 영환은 점점 더 솔직해진다. 영화 속 영환은 남들이 다 뭐라고 하던지 간에 자신의 사랑을 좇아 떠났고 당당했다. 그는 자신이 언제나 진심에 충실해 왔다고 말한다. 

"아름다우십니다, 너무나도 아름다우십니다"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영화 <강변호텔>의 한 장면

영환이 상희와 연주의 아름다움에 반해 칭찬을 건내고 있는 장면이다. ⓒ (주)콘텐츠판다

 
영환은 강변호텔 주변에서 나이가 한참이나 어린 상희와 연주가 산책하는 모습을 보고 반하게 된다. 그는 아름답다는 말만을 수차례 반복한다. 영환은 자신의 아들 경수와 병수를 따돌리면서까지 상희와 연주를 좇는다. 시인이라는 자신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두명을 위한 시를 지어 그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아름다움을 유난히도 강조하는 영환에서 홍 감독의 가치관이 엿보인다.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불안감을 느끼는 와중에도 아리따운 젊은 여성들 앞에서는 그들을 위해 시를 지어 읊어주는 매력도 보여준다. 

"그래서 넌 여자가 싫어, 좋아?"
"남자는 태생적으로 유치해"
"너도 금방 죽어, 그걸 잊지마"

 
 영화 <강변호텔>의 한 장면

아버지 영환의 주옥같은 명언들을 받아 적고 있는 경수와 병수 ⓒ (주)콘텐츠판다

 
극 중에서 영환은 중년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여전히 아름다움을 좇는다. 아름다움을 좇는 것이 뭐가 나쁘냐며 영환은 두 아들을 닦달한다.두 아들은 계속해서 영환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영환의 불륜에 대해서는 두 아들은 그저 남자라면 그럴수도 있다는 반응에 가깝다. 

"인간 같지 않은 완전한 괴물이다"
"세상에서 제일 나쁜 인간이다"

 
영환과 헤어진 아내가 말하는 영환의 모습이다. 아내 입장을 담은 두 마디의 대사다.굉장히 짧고 간단 명료한 대사로 관객에 따라 실제 홍상수 감독의 현재 상황과 연결시켜 생각할 여지가 크다. 현재 홍상수 감독은 실제 아내와 이혼 소송 중에 있다.

상희의 말

"나는 그 사람이 너무 불쌍해"
"지금은 그 사람이 이해가 돼"
"잘 살았으면 좋겠어"

  
 영화 <강변호텔>의 한 장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상희와 연주 ⓒ (주)콘텐츠판다

 
과거의 사랑과 이별한지 얼마 안되어 슬퍼하던 상희가 갑자기 위와 같이 말한다. 자신을 떠난 사랑을 미워하다가 어느 순간 그를 용서하고 이해한다라는 대사들을 쏟아낸다. 떠나간 옛 사랑에 대해 상희는 연주에게 독백하듯 계속해서 말한다. 슬픔 속에 힘들어하다가도 어느새 마음을 가다듬더니 옛 사랑의 행복을 빌어준다. 상희라는 캐릭터만 유독 이별의 슬픔을 바로 직전 겪었음에도 자신을 떠난 옛 사랑을 쉽게 용서한다.
  
 영화 <강변호텔>의 한 장면

자신의 손에 흉터의 상태를 살피는 상희 ⓒ (주)콘텐츠판다

 
영화 초반부터 상희 손의 화상이 계속해서 스크린에 등장한다. 어떻게 상처를 입은 것인지 설명은 없지만 그럼에도 영화 중간 중간 계속해서 상처를 보여준다. 홍 감독은 현재 소송 중인 아내가 자신의 외도로 받은 상처와 분노를 짧게 담으면서도 현재의 연인의 김민희 역시 상처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까.
 
흑백의 묘미

자신의 처지가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길 바라며 만든 영화지만 그럼에도 '역시 홍상수'라는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영화 <강변호텔>은 흑백 영화로 만들었다. 흑백 영화의 특징인 '콘트라스트(명도)'를 잘 활용한 영화다.

극 중에 내리는 새하얀 눈과 그 길을 걷는 인물들의 모습은 운치가 넘쳐흐른다. 이를 담은 카메라 앵글은 황금비율에 가까웠다. 그리고 영환의 목소리로 흘러나오는 독백 형식의 내레이션의 시작은 영화에 몰입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장면들은 대부분 롱테이크로 구성되어있다. 지루해질 때쯤 일반 상업 영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6mm 카메라를 쓴 듯한 '줌인(Zoom-in)'과 '줌아웃(Zoom-out)'도선보인다. 배우들은 마치 연극하듯 대사를 읊어 나간다. 그러다가 가끔 말이 헛나오거나 말이 꼬이기도 하지만 그대로 보여준다.

홍 감독은 배우들에게 씬에 꼭 필요한 어느 정도선의 대사와 상황 디렉션만 주는 독특한 감독이다. 이런 디렉션을 받은 배우는 자신의 스타일대로 캐릭터를 연기한다. 스피드 있고 박진감 넘치는 컷 변화보다는 날 것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을 선호하는 홍 감독의 특징이 영화에 잘 녹아있다. 한편, 홍 감독은 배우 김민희와의 불륜 의혹이 확산되자 지난 2017년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언론배급 시사회에서 공식 연인임을 인정한 바 있다. 배우 김민희는 홍 감독과 연인 관계임을 인정하면서 광고 모델로서 이미지를 손상시켰다는 명목으로 위약금을 물었다. 

평점 : ★★★★(4/5)
한줄평 : 인간 홍상수는 논란이 있지만 영화는 뛰어났다.

 
영화 <강변호텔> 관련 정보
제목 : 강변호텔(Hotel by the River, 2018)
장르 : 드라마
러닝타임 : 95분
관람등급 : 15세 관람가
각본/감독 : 홍상수
출연 : 기주봉, 김민희, 송선미, 권해효, 유준상
배급 : (주)콘텐츠판다/(주)영화제무브먼트 .MOVement
제작사 : (주)영화제작 전원사
개봉일 : 2019년 3월 27일
 
 영화 <강변호텔> 포스터

영화 <강변호텔> 포스터 ⓒ (주)콘텐츠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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