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슈퍼히어로의 아버지 스탠 리

마블 슈퍼히어로의 아버지 스탠 리 ⓒ 마블엔터테인먼트

 
지난 6일 <캡틴 마블>이 개봉하여 2주째 국내 박스오피스를 점령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영화의 오프닝이다. 

기존처럼 마블 슈퍼히어로들을 빠르게 나열하여 보여준 뒤 마블 로고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마블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했던 스탠리의 모습들을 보여 주며
마블 로고를 보여준다. 그리고 존경심 가득한 한마디가 스크린에 떠오른다. 

"고마워요, 스탠 리(Thank you Stan lee)."
 
지금까지 스탠 리는 마블 영화에 까메오로 출연해왔으나 지난 2018년 11월 세상을 떠났다. 이젠 더 이상 마블 슈퍼 히어로 무비에서 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무척이나 아쉽다(촬영을 마친 <스파이더맨> 2편에서 아마 마지막으로 생전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

오늘의 '이야기 하나 영화 둘'은 스탠 리에 대한 이야기와 개인적으로 스탠 리 하면 떠오르는 마블 영화 두 편을 다뤄보고자 한다.

1922년 겨울 뉴욕에서 태어난 스탠 리의 본명은 '스탠 마틴 리버' 이다. 스탠 리는 만화가로서의 필명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책과 영화보기를 즐겼는데 특히 20세기 중반 활약한 배우 애를 플린('로빈후드의 모험'에서 로빈후드 역으로 유명하다)이 영웅으로 나오는 영화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소설가를 꿈꾸었던 스탠 리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939년 마블 코믹스의 전신이던 '타임리 코믹스'에 입사하였다. 스탠 리는 타임리 코믹스에서 창작 파트너 잭 커비를 만나게 된다. 이후 스탠 리는 1941년 처음 작가로 데뷔하게 되는데 그 작품이 바로 <캡틴 아메리카>의 세 번째 이야기 'Captain America Foils the Traitor's Revenge'였다.

이때 그는 '스탠 리'란 필명을 사용하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그가 언젠가 위대한 소설가가 될 거라 생각했고, 자신의 진짜 이름을 이 만화에 사용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가 동료들과 창조한 첫 번째 슈퍼히어로는 바로 1961년에 발표한 '판타스틱4'였다. 판타스틱4를 기점으로 스탠 리는 잭 커비와 함께 오늘날 우리에게 잘 알려진 수많은 슈퍼히어로를 만화 속에서 탄생시켰다. 그가 참여한 작품으로 탄생한 슈퍼히어로는 <스파이더맨> <엑스맨> <헐크> <아이언맨> <토르> <데어 데블> 등이 있다.
 
그의 창작에는 나름 특징이 있는데 그 첫 번째는 작품들이 현실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자신의 고향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가상 현실을 배경으로 하는 DC 코믹스의 작품들과 대조를 이루는 부분이다(배트맨의 고담시티, 슈퍼맨의 스몰빌 등).

그리고 캐릭터 이름을 지을 때 머리글자를 똑같이 만드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있다. 대표적으로 <헐크>의 브루스 배너(Bruce Banner), <스파이더맨>의 피터 파커(Peter Parker)와 존 조나 제임슨(J. Jonah Jameson), <데어 데블>의 맷 머독(Matt Murdock), <판타스틱 4>의 리드 리처즈(Reed Richards)와 수 스톰(Sue Storm),
<닥터 스트레인지>의 스티븐 스트레인지(Stephen Strange)가 있다.

이렇게 작명한 이유는 사람들이 캐릭터를 외우기 쉽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또 다른 특징은 캐릭터간 빈부의 격차가 크더라도 대부분 머리가 똑똑하고 과학자가 많다는 것이다. 피터 파커, 토니 스타크처럼 보조 캐릭터들이 과학자인 경우도 많다. 토르의 연인 제인도 여기에 해당한다.
 
그는 마블 코믹스 캐릭터 창작에 참여하는 것 외에도 미국 만화의 검열을 약화시키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1971년 미국 보건교육복지부의 공식 요청으로 약물 남용 문제를 다루기로 결정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스탠 리는 피터 파커의 친구 해리 오스본이 LDS에 취해 피폐해져가는 이야기를 담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만들었는데, 검열에 있어 악명 높았던 CCA가 승인을 거절했다. 하지만 스탠 리는 출판을 강행했다. 사회적 문제를 담아낸 그의 노력은 대중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고, 결국 CCA는 만화에서 마약퇴치 메시지를 허용하도록 개정했다.
 
스탠 리는 1980년대 이후로는 일선에서 은퇴하고 마블 코믹스의 편집 위원, 마블 코믹스 명예 회장을 맡아 마블 코믹스 원작의 실사 영화 제작을 지원해왔다. 스탠 리는 일선에서 물러난 뒤로 카메오 활동을 즐겼는데, 2000년에 개봉한 <엑스맨>을 시작으로 마블 실사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하여 마블 슈퍼히어로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해주곤 했다.
 
그는 90이 넘는 나이에도 꾸준한 까메오 출연은 물론 마블스튜디오의 숱한 행사에 참석하며 특유의 유쾌함으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곤 했다. 그러던 스탠 리는 1947년부터 70년을 함께한 아내 조앤 리가 2017년 먼저 세상을 떠나면서 큰 실의에 빠졌다. 결국 1년 후 2018년 11월 그 또한 아내가 있는 곳으로 세상을 떠났다.

차별에 대한 메시지 담은 영화 <엑스맨>, 그리고 <스파이더맨3> 

스탠 리의 이야기는 이쯤 하고 그가 출연했던 작품 중에 두 영화에 관해 다루려 한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스탠 리 하면 떠오르는 작품 두 편을 선정했다. 바로 <엑스맨>과 <스파이더맨3>이다.
 
<엑스맨>을 선정한 이유는 <엑스맨>이 내가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슈퍼히어로물이었기 때문이다. 2000년에 개봉한 이 작품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시작한다.

근미래에 유전자 변이로 특이한 능력을 지닌 돌연변이들이 등장한다. 사회는 이들에 대한 혐오와 적대로 혼란에 빠지고, 결국 일부 정치인들에 의해 돌연변이들을 없애려는 법안을 추진한다. 이에 인간과 전쟁을 선포하는 매그니토(이안 맥켈런) 일당이 등장하게 된다.

하지만 그와 달리 돌연변이들을 모아 엑스맨으로 육성해온 자비에 교수는 인간과 공존을 꿈꾸면서 두 돌연변이 집단의 충돌은 불가피해진다. 그리고 자신이 위험한 돌연변이임을 알고 가출한 소녀 로그(안나 파킨)와 기억을 상실한 돌연변이 로건(휴 잭맨)이 사비에 교수의 엑스맨 군단에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싸움이 펼쳐진다.
 
20년 전 브라이언 싱어가 연출한 <엑스맨>은 액션 시퀀스와 특수효과에서 세월의 흔적이 조금 느껴질 뿐, 지금 봐도 오락적 측면에서 결코 나쁜 편이 아니다. 그런데 <엑스맨>은 오락적 측면보다 오히려 메시지가 강하게 남는 작품이다.

<엑스맨>은 사회가 해소해야 하는 다양한 차별 문제(인종, 장애인, 성소수자 등)를 돌연변이를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기존 작품과 확연히 차별화 된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다름을 혐오의 대상으로 인지하며 차별을 일삼은 결과가 폭력과 테러로 상징되며 사회에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반면 공존은 혐오의 대상이 오히려 사회의 일원을 넘어 우리의 영웅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런 인상 깊은 메시지는 원작자 스탠 리의 메시지를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긴 것으로 원작이 지닌 힘이 얼마나 큰지 알게 해준다. 나는 아직도 마블이 탄생시킨 작품 중 최고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엑스맨>을 선택하고 있다.
 
<엑스맨>은 처음으로 스탠 리가 마블 히어로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전에 TV판 <헐크>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지만 극장판은 이 작품이 처음이다.  
 
또한 <엑스맨> 탄생에는 재미난 일화가 있는데, 극 중 인물들이 유전자 변이로 탄생한 돌연변이라는 설정은 사실 스탠 리가 귀찮아서 만든 설정이라고 한다. 초능력을 지닌 슈퍼히어로를 만들 때마다 그 기원을 만드는 게 고통이었던 스탠 리가 고안한 게 바로 밑도 끝도 없는 유전자 변이였던 것이다.
 
두 번째 다뤄 볼 <스파이더맨3>는 샘 레이미 감독이 연출한 마지막 <스파이더맨> 영화로, <스파이더맨> 영화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당시 순 제작비만 3억 달러가 투입된 이 작품은 개봉 당시 전 세계 스크린을 점령하며 무려 15억 달러의 극장 수익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후에 만들어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1~2편과 <스파이더맨 : 홈커밍>도 이 기록을 넘어서지 못했다. <스파이더맨3>는 3편답게(?) 스파이더맨이 3명의 악당과 싸우게 된다. 지난해 영화화되었던 '베놈'을 필두로, 샌드맨과 뉴 고블린이 등장하여 스파이더맨과 혈투를 펼친다.

10년이 훌쩍 넘은 작품이지만 스파이더맨이 뉴욕을 활공하는 장면이나 제작비에 걸맞게 멋진 결투신들이 충분히 매력적이다.
 
 <스파이더맨3>에서 영화와 마블 슈퍼히어로의 주제를 담은 대사를 꺼내는 스탠 리

<스파이더맨3>에서 영화와 마블 슈퍼히이로의 주제를 담은 대사를 꺼내는 스탠 리 ⓒ 소니픽처스코리아

  
스탠 리 이야기를 하며 <스파이더맨3>를 선정한 이유는 그가 까메오로 출연한 수 많은 마블 영화 중 가장 인상 깊게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짧게 출연했지만, 메시지 측면에선 매우 중요한 인물로 등장한다.

스탠 리는 영화 초반 거리에서 주인공 피터 파커를 만나 '한 사람이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네'란 의미심장한 대사를 던지는 노인으로 등장한다. 그가 남긴 이 대사는 영화의 핵심 메시지이기도 하며, 그가 마블 슈퍼히어로를 만들며 담고 싶었던 주제이기도 하다.
 
스탠 리와 이 영화에 대한 인연을 조금 이야기하자면, 스탠 리는 원래는 샘 레이미 버전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카메오가 아닌 조연으로 등장할 뻔했다. 바로 J.K 시몬스가 연기했던 신문사 편집장 조나 제임슨 역을 맡을 뻔했다. 실제로 그 캐릭터의 원형이 다름 아닌 스탠 리 자신이다. 당시 심각하게 캐스팅에 고려되었으나 너무 고령이었던 탓에 샘 레이미 감독이 접었다고 한다.
 
이번 글에서 다룬 두 작품엔 나름 공통점이 있다. 후천적이냐 선천적이냐는 차이가 있을 뿐 유전자 변이에 따른 돌연변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이 정상적인 삶을 살기 위해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 한다는 점도 같다.

그리고 두 작품 모두 스탠 리에게는 '아픈 손가락'이다. 마블이 경영 악화에 봉착했을 때, 소니픽쳐스와 20세기 폭스에 각각 영화 제작 판권을 넘겼기 때문이다. 두 작품은 끝내 판권을 회수해 스탠 리 본인 손으로 영화화하지 못한 작품으로 남게 되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스탠리 스파이더맨3 엑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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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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