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이 풀세트 접전 끝에 우리카드를 꺾고 86%의 확률을 잡았다.

최태웅 감독이 이끄는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는 16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8-2019 V리그 우리카드 위비와의 남자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2(20-25,25-21,25-12,23-25,16-14)로 승리했다. 역대 14번의 남자부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팀이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한 경우는 무려 12회(85.7%)에 달한다.

현대캐피탈은 주포 크리스티안 파다르가 서브득점 5개, 블로킹 3개를 포함해 30득점을 퍼부으며 자신의 첫 봄 배구 경기에서 개인 통산 16호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현대캐피탈은 블로킹 1위(세트당 2.66개) 답게 블로킹에서 14-7로 우리카드를 압도했다. 특히 최민호의 전역과 함께 두 시즌 만에 재결성 된 현대캐피탈의 '트윈타워'는 9개의 블로킹을 합작하며 봄 배구 첫 경기부터 위력을 발휘했다.

현대캐피탈의 새 '트윈타워'
 
 우리카드 소속으로 군에 입대한 신영석은 전역 후 현대캐피탈 선수가 됐다.

우리카드 소속으로 군에 입대한 신영석은 전역 후 현대캐피탈 선수가 됐다. ⓒ 한국배구연맹

 
현대캐피탈은 현대자동자서비스 시절부터 '센터명가'로 명성이 자자했다. 80년대에는 당시 흔치 않았던 '2m 듀오' 이종경과 양진웅을 거느리고 있었고 90년대 초반에도 한양대의 윤종일이나 경기대의 제희경, 성균관대의 박종찬,고 김병선 같은 엘리트 센터들을 대거 스카우트했다. 90년대 중반까지 현대캐자동차서비스의 센터 계보는 곧 한국 남자배구의 센터 계보라고 해도 큰 과장이 아니었다.

현대캐피탈은 V리그 출범 후에도 '센터 명가'의 지위를 유지했고 그 중심에는 한양대 선후배 사이인 '거탑 듀오' 이선규(KB손해보험 스타즈)와 윤봉우(우리카드)가 있었다. 200cm에 육박하는 큰 신장과 정확한 블로킹 타이밍을 자랑하는 이선규와 윤봉우는 프로 출범과 함께 수년 동안 블로킹 부문 상위권을 독차지했다. 여기에 2005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장신센터 하경민이 합류하면서 현대캐피탈의 센터진은 더욱 강해졌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무적일 거 같았던 현대캐피탈의 센터진도 2010년대가 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2009-2010 시즌 블로킹 부문 1위에 올랐던 하경민은 문성민 영입과정에서 트레이드 카드로 쓰였고 입단 당시 20대 초반이었던 이선규와 윤봉우는 어느덧 서른을 훌쩍 넘었다. 설상가상으로 2013년 현대캐피탈이 FA 자격을 얻은 여오현 리베로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이선규가 보상선수로 지명되며 팀을 떠났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자신들의 최대 무기인 '높이'가 무너지는 것을 방치하지 않았다. 지난 2014년, 우리캐피탈(현 우리카드)의 창단 멤버로 프로에 입단해 활약하다가 상무에 입대한 신영석을 현금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것이다. 물론 당시 현대캐피탈의 현금 트레이드는 많은 배구팬들에게 비난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현대캐피탈은 아무런 전력 손실 없이 병역의무를 마친 국가대표 센터를 얻을 수 있었다.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센터와 라이트를 겸하던 최민호를 전체 4순위로 지명한 것은 현대캐피탈의 선견지명이 돋보이는 선택이었다. 현대캐피탈은 외국인 선수와 포지션이 겹치는 최민호를 센터로 키웠고 최민호는 이선규와 윤봉우라는 대선배들 사이에서 센터의 플레이를 집중적으로 배웠다. 최민호는 이선규의 이적과 함께 주전 자리를 차지했고 2016년1월 신영석이 전역하면서 현대캐피탈의 새로운 '트윈타워'가 결성됐다.

이번에도 목표는 우승
 
 최민호는 전역 후 첫 선발 출전 경기에서 두 자리 수 득점을 올리며 건재를 과시했다.

최민호는 전역 후 첫 선발 출전 경기에서 두 자리 수 득점을 올리며 건재를 과시했다. ⓒ 한국배구연맹

 
현대캐피탈의 '트윈타워'가 최고의 위력을 발휘한 시즌은 2016-2017 시즌이었다. 신영석이 속공(64.73%)과 블로킹(세트당0.58개) 부문에서 각각 2위에 올랐고 최민호가 속공 6위(60.53%),블로킹 4위(세트당 0.57개)를 차지한 현대캐피탈은 2016-2017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한국전력 빅스톰을 꺾고 챔프전에 올랐다. 두 선수는 대한항공 점보스와의 챔프전에서도 세트당 1.47개의 블로킹을 합작하며 현대캐피탈의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의 '트윈타워'는 2016-2017 시즌이 끝난 후 짧은 이별을 맞았다. 2017년 6월 최민호가 상근 예비역으로 군에 입대한 것이다. 신영석은 2017-2018 시즌 김재휘, 차영석 등 신예들과 호흡을 맞췄음에도 속공 2위(62.75%), 블로킹1위(세트당0.85개)에 오르며 센터로는 역대 첫 정규리그 MVP에 등극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챔프전에서 최민호의 빈자리를 느끼며 대한항공에게 우승을 내주고 말았다.

신영석은 이번 시즌 종아리 근육 부상으로 고전하는 와중에도 2시즌 연속 불로킹왕(세트당 0.66개)에 등극하며 V리그 최고의 센터로서 명성을 떨쳤다. 그리고 지난 6일 '파트너' 최민호가 군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했다. 지난 10일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교체 선수로 출전해 4득점을 올리며 배구팬들에게 전역 신고를 한 최민호는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전역 열흘 만에 곧바로 주전으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최민호는 두 시즌의 공백이 무색한 듯 66.7%의 공격 성공률로 6개의 속공을 성공시켰고 4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홈팬들에게 첫 선을 보인 경기에서 두 자리 수 득점을 올렸다. 득점 감각이 썩 좋지 않아 공격 시도가 7개에 불과했던 신영석은 5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우리카드 공격수들을 좌절시켰다. 특히 5세트 매치 포인트 상황에서 리버맨 아가메즈의 백어택을 막아낸 블로킹은 신영석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명장면이었다.

만약 현대캐피탈이 우리카드를 꺾고 챔프전에 진출한다면 3시즌 연속으로 대한항공과 챔프전에서 만나게 된다. 신영석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MVP에 오르고도 챔프전에서 대한항공에게 패하며 분루를 삼켰지만 최민호와 함께 했던 2016-2017 시즌에는 대한항공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던 좋은 기억이 있다. 플레이오프 첫 경기부터 이름값을 톡톡히 해낸 현대캐피탈의 '트윈타워'가 이번 봄 배구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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