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손흥민 앞에서 노란색 유니폼은 함부로 입는 게 아니었다.

토트넘 홋스퍼에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은 14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 UEFA 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에서 BV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시즌16호 골을 기록했다. 토트넘은 손흥민과 얀 베르통언, 페르난도 요렌테의 연속골에 힘입어 도르트문트를 홈에서 3-0으로 완파하고 8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토트넘은 해리 케인, 델리 알리 등 주전 공격수들의 부상 속에 손흥민을 비롯한 나머지 선수들이 빡빡한 리그 일정을 소화하느라 체력소모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손흥민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토트넘을 승리로 이끄는 멋진 결승골을 작렬했다. 이제 토트넘은 오는 3월 6일에 열리는 2차전에서 두 골차로 패해도 8강 진출을 확정할 수 있다.

귀중한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에서 나온 손흥민의 '양봉업자 본능'

손흥민의 대표적인 별명 중 하나는 바로 '양봉업자'다.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팀을 상대로 유난히 강한 면모를 보였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오죽하면 작년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손흥민에게 노란색 고글을 씌우고 경기에 출전시키자"는 농담이 있었을 정도. 그리고 손흥민이 이런 별명을 갖게 된 계기를 마련해준 팀이 바로 도르트문트였다.

실제로 손흥민은 유망주로 불리던 독일 함부르크SV시절부터 통산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10경기에서 8골을 기록할 정도로 유난히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도르트문트가 바이에른 뮌헨과 함께 독일 분데스리가를 양분하는 강 팀인 점을 고려하면 손흥민의 '양봉 업자 본능'은 그야말로 놀라운 수준이다. 손흥민은 프리미어 리그 이적 후에도 왓포드 FC, 브라이튼 FC 등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팀에게 강세를 이어왔다. 

케인과 알리의 부상으로 가용자원이 많지 않았던 토트넘은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손흥민, 루카스 모우라를 전방에 배치했지만 전반전 45분 동안 확실한 득점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손흥민은 전반 35분 왼쪽 측면에서 스피드를 활용한 개인 돌파로 좋은 기회를 잡는 듯했지만 스위스 대표팀의 주전 수문장이기도 한 도르트문트의 로만 뷔르키 골키퍼를 넘기엔 각이 너무 좁았다.

하지만 손흥민의 '양봉업자 본능'은 후반 시작과 함께 폭발했다. 손흥민은 후반 1분 공격에 가담한 베르통언의 크로스를 오른발 논스톱 발리슛으로 도르트문트의 왼쪽 골문을 갈랐다. 토트넘은 후반37분 세르지 오리에의 크로스를 받은 베르통언이 왼발을 갖다 대며 추가골을 기록했고 4분 후에는 교체 투입된 요렌테가 헤더를 통해 쐐기골을 만들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세 골 차로 벌어진 후에야 손흥민을 벤치로 불러 들였다.

이로써 손흥민은 도르트문트와의 통산 11경기에서 9골을 기록하며 도르트문트에게 '공포의 존재'임을 재확인했다. 특히 이번 골은 챔피언스 리그의 토너먼트에서 나온 결승골이었기에 더욱 가치가 높았다. 이제 도르트문트는 2차전을 앞두고 손흥민을 막기 위한 수비 포메이션을 다시 짜야 할지도 모른다. 참고로 3주 후에 열리는 16강 2차전에서는 토트넘의 스트라이커 케인의 복귀가 유력하다.

한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레알 마드리드와 아약스의 16강 1차전 경기에서는 원정팀 레알 마드리드가 카림 벤제마의 선제골과 교체 투입된 마르코 아센시오의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이날 전반37분에는 아약스의 페레즈 타그리아피코가 선제골을 기록했지만 VAR 판정을 통해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면서 아약스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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