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역대 최다 안타 기록 보유자 박용택이 '영원한 LG맨'이 됐다.

LG트윈스 구단은 20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작년 시즌이 끝난 후 FA 자격을 얻은 박용택과 2년 총액 25억 원(계약금 8억, 연봉 8억, 옵션1억)에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새해 들어 처음으로 전해진 이번 FA 시장의 5번째 계약 소식이다. 지난 2002년 LG 입단 후 한 번도 LG를 떠난 적 없는 박용택은 LG와 3번째 FA계약을 맺으며 사실상 '원클럽맨'으로 남게 됐다.

LG는 지난 17년 동안 2075경에 출전해 타율 .309 2384안타 210홈런308도루1135타점의 뛰어난 성적에 모범적인 선수생활로 후배들의 귀감이 됐다. 당장 은퇴한다 해도 LG의 영구결번으로 지정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현역 생활을 보낸 셈이다. 하지만 박용택에게는 불혹의 나이에도 아직 이루지 못한 마지막 꿈이 있다. 바로 소속팀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환하게 웃는 LG 박용택 KBO리그에서 양준혁(은퇴·2천318개)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2천300안타 돌파 기록을 앞둔 LG 트윈스의 박용택이 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환하게 웃는 LG 박용택 KBO리그에서 양준혁(은퇴·2천318개)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2천300안타 돌파 기록을 앞둔 LG 트윈스의 박용택이 지난 2018년 6월 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팀의 몰락을 지켜 봤던 이승엽과 '유종의 미' 거두지 못한 이병규

'국민타자' 이승엽은 한국나이로 40세가 되던 2015년 타율 .332 26홈런90타점87득점을 기록하며 삼성의 정규리그 5연패를 이끌었다. 홈런과 타점은 일본 진출 전과 비교해 다소 하락했지만 .332의 타율은 데뷔 후 가장 높은 기록이었다. 이승엽은 그 해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KBO리그 역대 최초로 두 자리 수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됐다. 그리고 이승엽은 2015 시즌이 끝나고 삼성과 2년 36억 원의 FA계약을 체결했다.

이승엽은 FA계약을 체결한 후 2년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미련 없이 현역생활을 접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이승엽은 남은 2년 동안 한일 통산 600홈런과 KBO리그 통산 최다홈런, 최다타점, 최다득점 기록을 갈아 치우며 전설에 어울리는 마무리를 했다. 2017 시즌에는 KBO리그 선수로는 역대 최초로 은퇴투어를 돌며 '국민타자'의 예우를 받기도 했다.

이승엽은 은퇴 시즌 타율 .280 24홈런87타점을 기록하며 '국민타자'로서의 명예를 지켰지만 이승엽의 계약 기간 동안 소속팀 삼성은 창단 후 최악의 추락을 경험했다. 2015 시즌이 끝나고 박석민(NC다이노스)과 야마이코 나바로, 2016 시즌이 끝나고 최형우(KIA타이거즈)와 차우찬(LG트윈스)이 팀을 떠나면서 2년 연속 9위에 머문 것이다. 소속팀의 몰락을 지켜 보며 유니폼을 벗었다는 것은 완벽한 선수생활을 보낸 이승엽의 유일한 오점이다.

KBO리그를 상징하는 교타자로 이름을 날렸던 '적토마' 이병규(LG)에게도 40대 FA 기간은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더 많은 시간이었다. 이병규는 40세 시즌이었던 2013년 타율 .348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령 타격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리고 LG는 팀을 11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끈 베테랑 간판타자에게 3년25억5000만 원의 FA계약을 선물했다.

하지만 이병규는 FA 계약 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2014년 62경기, 2015년 54경기 출전에 그치고 말았다. 급기야 2016 시즌에는 팀의 리빌딩 정책의 희생양이 되면서 퓨처스리그에서 4할 타율을 기록하고도 시즌 내내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하는 굴욕을 당했다. 비록 LG는 이병규와의 FA계약기간 3년 동안 2번이나 가을야구에 진출했지만 이병규에게 선수 생활 마지막 3년은 큰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한국시리즈 우승, 불혹의 나이에 꾸는 박용택의 마지막 목표

이병규는 1997년 LG에 입단하자마자 곧바로 한국시리즈를 경험했다. 하지만 2016 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한 번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지금은 KBO리그에서 손꼽히는 노장 선수가 된 박용택 역시 2002년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한국시리즈 무대를 경험했다. 비록 첫 한국시리즈에서는 23타수 3안타(타율 .130)로 부진하며 경험부족을 드러냈지만 이를 만회할 기회는 충분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LG는 김성근 감독이 이끌고 이상훈, 김재현, 유지현, 서용빈이 활약하던 2002년을 끝으로 한국시리즈에 오르지 못했다. 루키 시즌에 멋 모르고 출전했던 한국시리즈가 현재까지 박용택의 처음이자 마지막 한국시리즈가 된 셈이다. 박용택은 2009년 타격왕을 시작으로 10년 연속 3할 타율과 7년 연속 150안타, 그리고 KBO리그 통산 최다 안타 같은 위대한 기록들을 세웠다. 하지만 프로 17년 동안 가을야구 경험은 단 4번뿐이다. 
 
 KBO리그 통산 최다안타 기록(2천319개)을 세운 박용택이 2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기록 달성 후 가진 기념행사에서 환호하는 관중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KBO리그 통산 최다안타 기록(2천319개)을 세운 박용택이 지난 2018년 6월 2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기록 달성 후 가진 기념행사에서 환호하는 관중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40세 시즌을 끝내고 LG와 마지막이 될 것이 유력한 FA계약을 체결한 박용택의 마지막 목표 역시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계약 기간이 끝난다고 무조건 은퇴하란 법은 없지만 40대에 접어든 박용택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기 때문에 우승은 더욱 간절할 수 밖에 없는 목표다. 1994년 이후 한 번도 우승의 기쁨을 누려보지 못한 LG팬들에게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선물을 안겨 준다면 박용택은 LG의 진정한 '레전드'로 기억될 수 있다.

이승엽은 삼성에게도 프로야구 전체에도 워낙 상징적인 의미가 컸던 선수라 은퇴 직전까지 풀타임 주전을 보장 받았다. 박용택 역시 역사에 남을 대선수지만 박용택에게도 이승엽과 같은 혜택(?)이 주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현실적으로 외야 수비가 쉽지 않은 박용택이 맡을 수 있는 포지션은 지명타자밖에 없다. 하지만 LG의 지명타자는 이천웅, 서상우, 윤대영 등 수비는 다소 약하지만 뛰어난 타격 재능을 가진 후배들이 호시탐탐 노리는 자리다.
 
적시타 날리는 박용택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LG의 경기. 4회말 1사 1, 2루에서 LG 박용택이 1타점 적시타를 날리고 있다.

LG 박용택의 모습 ⓒ 연합뉴스

 
박용택은 10년 넘게 함께 LG를 이끌었던 이병규가 FA 계약 기간 동안 점점 기회가 줄어들다가 쓸쓸하게 유니폼을 벗었던 과정을 직접 목격한 바 있다. 박용택 역시 올 시즌 건재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순식간에 '옛날 선수'로 팬들의 기억에서 잊힐 수도 있다. 과연 박용택은 남은 선수생활 동안 그토록 학수고대하던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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