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는 발롱도르와 유로피안 골든슈, 유럽 챔피언스리그 득점왕을 각각 5회씩 차지한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축구스타다. 메시는 상대적으로 부진하다고 평가 받는 대표팀에서도 아르헨티나 역대 최다 득점(65골)과 최다 어시스트(40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오늘 당장 은퇴한다 해도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10인에 충분히 포함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작년 러시아 월드컵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던 메시는 오는 6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코파 아메리카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대표팀에 복귀할 뜻을 밝혔다. 메시가 대표팀으로 돌아오는 이유는 메시의 커리어 중 유일한 오점(?)으로 불리는 '국가대표 메이저대회 무관'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함이다. 국내 축구팬들이 보기엔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는 '그들 만의 축제'로 보이지만 사실 코파 아메리카는 남미 국가들에게 월드컵 다음으로 중요한 대회다.

유럽 국가들에 유로, 남미국가들에 코파 아메리카, 아프리카 국가들에 네이션스컵이 있는 것처럼 아시아 국가들에는 AFC 아시안컵이 있다. 1956년에 창설돼 16번의 대회를 치른 아시안컵은 아시아 국가들에게는 월드컵 다음으로 중요한 '메이저 대회'다. 하지만 한국은 창단 후 첫 두 대회 연속 우승을 끝으로 60년 가까이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현지시간으로 오는 5일 UAE에서 개막하는 제17회 아시안컵이 한국에 더욱 중요한 이유다.
 
훈련하는 황의조 황희찬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 황의조, 이청용, 황희찬, 지동원이 지난 29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크리켓 필드에서 열린 훈련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있다.

▲ 훈련하는 황의조 황희찬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 황의조, 이청용, 황희찬, 지동원이 지난 2018년 12월 29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크리켓 필드에서 열린 훈련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있다. ⓒ 연합뉴스

 
월드컵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쉬웠던 한국의 아시안컵 성적

한국은 4개국이 본선에서 풀리그로 치렀던 1회 대회에서 2승1무의 성적으로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당시 우승을 차지한 대표팀은 경무대(현 청와대)의 초청을 받아 대통령을 만났을 정도로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한국은 자국에서 열린 1960년 2회 대회에서도 남베트남과 이스라엘(70년대 초반까지 이스라엘은 AFC 소속이었다), 대만을 차례로 꺾고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후 11번의 아시안컵에서 준우승만 4번 차지했을 뿐 한 번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이란에서 열린 1968년과 1976년, 그리고 J리그 출범을 앞두고 일본 축구가 빠르게 발전한 1992년에는 예선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일본이 90년대 이후에만 4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최다 우승국이 되고 중동의 이란과 사우디 아라비아도 각각 세 번의 우승을 차지한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한국이 아시안컵에서 부진했던 이유를 표면적으로 보면 철저하게 '월드컵 중심'으로 돌아갔던 대표팀 운영을 들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은 1986년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 복귀한 후 언제나 월드컵 출전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대표팀을 운영해 왔다. 그 결과 한국은 아시아는 물론 세계에서도 흔치 않은 월드컵 9회 연속 출전과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같은 눈부신 실적들을 남길 수 있었다.

하지만 '월드컵 올인전략'을 아시안컵 반세기 무관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보긴 힘들다. 실제로 아시안컵은 월드컵과 일정이 전혀 겹치지 않고 한국은 매 대회마다 그 당시 한국 축구를 주름잡던 정예 멤버들을 출전시켰기 때문이다. 1996년 UAE 대회 8강에서 이란에 당한 2-6 참패와 매번 우승후보로 주목 받으면서도 번번이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한 기억이 겹치며 한국은 축구팬들에게 아시안컵을 소홀히 한다는 이미지마저 생겼다.

한국은 지난 2015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었던 호주 대회에서 통산 4번째 준우승을 차지하며 아쉬움과 희망을 동시에 경험했다(지금은 축구팬들에게 금지어가 된 슈틸리케 감독이 '갓틸리케'라고 불리던 시절이다). 당시 한국은 조별리그부터 준결승까지 5전 전승을 기록하며 파죽지세로 결승에 올랐지만 조별리그에 이어 다시 만난 개최국 호주에 연장 접전 끝에 1-2로 아쉽게 패했다.

유럽파 7명 출전하는 17회 대회, 59년 만의 우승 도전 적기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 끝난 후 홍명보 감독이 물러나고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했던 것처럼 파울루 벤투 감독 역시 러시아 월드컵 직후 신태용 감독의 후임으로 한국 대표팀 감독에 선임됐다. 그리고 슈틸리케 감독이 그랬던 것처럼 벤투 감독 역시 아시안컵을 통해 첫 번째 '실전무대'를 치르게 된다. 아시안컵이라는 관문을 잘 통과한다면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예선을 포함한 다음 일정을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다.
 
아시안컵 각오 밝히는 벤투 감독 파울루 벤투 감독이 30일 오전(현지시간) 숙소인 웨스틴 아부다비 골프 클럽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조별리그 손흥민 부재에 대한 전술적인 대안과 취임 이후 축구 대표팀의 변화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 아시안컵 각오 밝히는 벤투 감독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난 2018년 12월 30일 오전(현지시간) 숙소인 웨스틴 아부다비 골프 클럽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조별리그 손흥민 부재에 대한 전술적인 대안과 취임 이후 축구 대표팀의 변화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 대표팀은 2015년과 비교해 손흥민(토트넘)과 기성용(뉴캐슬), 김영권(광저우 헝다)을 포함한 8명의 선수가 겹친다. 소속팀 별로 보면 유럽파가 7명, K리그 9명, J리그 4명, 중국 슈퍼리그 2명, 카타르리그 1명으로 구성돼 있다. 벤투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다가 작년 11월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십자인대가 파열된 남태희(알 두하일)과 지난해 5월 리그 경기 도중 아킬레스건을 다쳤던 권창훈(디종 FCO)은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한국은 작년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독일을 2-0으로 꺾었다. 비록 연령별 대회였지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벤투 감독이 부임한 후 치렀던 6번의 평가전에서도 우루과이, 칠레 같은 강호들을 상대로 3승3무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란, 일본, 호주 등 아시아의 축구 강국들도 한국을 최대 라이벌로 여기며 경계하고 있다. 

한국 대표팀의 최대 변수는 역시 최근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절정의 경기력을 펼친 '손세이셔널' 손흥민의 활약이다. 오는 16일 중국과의 조별리그 3차전부터 출전할 수 있는 손흥민이 토트넘에서의 감각을 대표팀에서도 유지한다면 우승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 한국으로서는 손흥민이 없는 2경기에서 필리핀과 키르기스스탄을 상대로 2승을 따내며 손흥민이 중국전에서 여유 있게 컨디션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손흥민, 2019년 첫 경기서 '축포' 1일(현지시간) 영국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디프시티와의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1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손흥민(27·토트넘, 왼쪽)이 상대팀 솔 밤바와 공을 다투고 있다.
두 경기 만에 득점포를 재가동한 손흥민은 이날 팀이 2-0으로 앞선 전반 26분 추가 골을 터뜨렸다. 이번 시즌 그의 11번째 골.

▲ 손흥민, 2019년 첫 경기서 '축포' 1일(현지시간) 영국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디프시티와의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1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손흥민(27·토트넘, 왼쪽)이 상대팀 솔 밤바와 공을 다투고 있다. 두 경기 만에 득점포를 재가동한 손흥민은 이날 팀이 2-0으로 앞선 전반 26분 추가 골을 터뜨렸다. 이번 시즌 그의 11번째 골. ⓒ AFP/연합뉴스

 
아시안컵 우승팀에는 '예비 월드컵'으로 불리는 2021년 컨페더레이션스컵 출전권이 주어진다. 한국은 월드컵 개최국 자격으로 참가했던 2001년을 제외하면 한 번도 컨페더레이션스컵에 출전한 적이 없다. 월드컵을 1년 앞두고 세계적인 강호들을 미리 상대해 보는 것은 실로 엄청난 경험이다. 과연 벤투 감독이 이끄는 23인의 태극전사들은 아시안컵을 59년 만에 한국으로 되찾아 올 수 있을까.
 
훈련하는 조현우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의 조현우가 3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폴리스 오피서스 클럽 훈련장에서 몸을 풀고 있다.

▲ 훈련하는 조현우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의 조현우가 3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폴리스 오피서스 클럽 훈련장에서 몸을 풀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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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2019아시안컵 파울루벤투감독 손흥민 기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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