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힙합의 선구주자 래퍼 크루셜스타가 2년 반 만에 두 번째 정규앨범 <메이즈가든>으로 컴백했다. 그는 걸스데이 소진, JYJ 김준수, 릴 보이, 김나영, 샛별 등 유명 가수들과 함께 작업하며 프로듀싱 능력을 입증했다. 2010년도 데뷔해 총 38장의 음반을 발표한 크루셜스타는 힙합을 좋아하는 리스너라면 리스트에 빼놓을 수 없는 프로듀서다. 총 17개의 트랙으로 꽉꽉 채운 정규 2집 앨범 <메이즈 가든>은 힙합을 선호하지 않거나 아직 잘 모르는 사람도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트랙들로 구성되어 있다.  

오랜 공백기는 아니지만 오랜 만에 나오는 정규 앨범인 만큼 많은 리스너들이 기대했고, 크루셜스타는 그 기대에 부응했다. 지난 18일 크루셜스타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모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프로듀서 크루셜스타는 더 콰이엇이 음악 롤 모델이라고 밝혔다

프로듀서 크루셜스타는 더 콰이엇이 음악 롤 모델이라고 밝혔다 ⓒ 크루셜스타

  
- 이번에 발매한 앨범 <메이즈 가든>의 타이틀곡이 무려 4개입니다. 각각 타이틀 곡마다 감상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가장 깊은 감정을 다뤘다고 생각되는 곡들로 타이틀을 선별했습니다. 타이틀성이 짙어서 선별했다기보다는 듣는 분들께 앨범의 전체적인 바이브를 놓치지 않도록 해드리기 위해 듬성 듬성 타이틀을 배치했습니다."

- 타이틀곡을 4개나 선정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마음 같아선 17곡 전체를 타이틀곡으로 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으니까 최대한 많이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앨범은 단 한 곡도 빠뜨리지 않고 애정이 크기에 한 곡만을 타이틀로 하기엔 아까웠습니다." 

-더콰이엇, 쿤디판다, 베이빌론, DJ 웨건 등 유명 아티스트들과의 작업이 눈에 띕니다. 어떻게 함께 작업하게 되었나요? 
"더콰이엇형은 저의 음악적 롤 모델이기도 합니다. 같은 소울컴퍼니 소속이었기도 하고요. 이번 정규앨범에서 만큼은 꼭 같이 작업을 해보고 싶어서 어렵게 부탁을 드렸는데 너무 흔쾌히 작업해주셔서 기분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쿤디판다 같은 경우엔 제가 평소에 굉장히 잘 듣고 있었던 신예 힙합 뮤지션이었습니다. 같이 작업할 수 있게 되어 너무 재밌었습니다."

- 이외에도 컬래버레이션을 하고 싶은 래퍼가 있나요? 
"꿈은 크게 가지는 것이 좋으니 Drake로 하겠습니다."
 
 크루셜스타는 음악이 자신 성격 중 많은 걸 바꿔놓았다고 했다.

크루셜스타는 음악이 자신 성격 중 많은 걸 바꿔놓았다고 했다. ⓒ 크루셜스타

  
-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던 특별한 이유는 뭐가 있었을까요? 
"'처음에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저는 그저 학교에서 공부도 안 하고 그렇다고 막 놀지도 않는 어중간한 한 학생이었고 어중간하게 미술학원을 다니던 와중에 힙합이라는 음악을 알게 되었고 재미로 랩을 하고 비트를 찍다 보니 자연스럽게 창작을 하는 일이 삶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 부모님은 미술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만약 지금 크루셜스타가 없다면 인간 박세윤은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요? 
"만약 지금 제가 크루셜스타가 아니고 그냥 평범한 박세윤이라는 사람이었다면 굉장히 소극적인 태도로 자신감 없이 살고 있을 것 같네요. 저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고 음악이라는 것이 저를 바꿔놓았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이 제게 자신감도 주었고 긍정적인 마음도 주었으며 삶의 이유도 주고 있거든요."

- 크루셜스타가 음악을 하게끔 일깨워준 롤모델은 누가 있을까요? 
"저는 처음에 더콰이엇 형의 1집 <뮤직>을 듣고 처음 가사를 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같은 소울컴퍼니 식구가 되었을 땐 너무 비현실적이고 신기했습니다. 이젠 어떤 하나의 롤모델을 설정해서 나아가고 있는 상태는 아니지만, 분명히 제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아티스트는 단연 더콰이엇 형일 것입니다."

- 부모님이 본인들과 같은 길을 걷지 않는 아들에게 아쉬움을 갖고 계시지는 않나요? 
"처음엔 걱정도 많이 하셨습니다. 그냥 음악을 한다고 하면 상관없는데 굉장히 생소한 힙합이라는 장르를 하려고 했으니까요. 아버지 같은 경우엔 제가 그림을 그렸으면 하는 속마음도 있으셨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음악이나 미술이나 결국엔 같은 창작을 하는 일이고, 제가 나름대로 잘 해나가고 있으니 지금은 걱정보단 응원을 해주십니다."

- 프로듀서와 래퍼 이외에 추가적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아무래도 아버지의 영향 때문인 지는 몰라도 언젠가는 저도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평소에 추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라 조금 더 심적인 여유가 생기면 붓과 물감을 사서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크루셜스타 정규 앨범 <메이즈 가든> 재킷 이미지. 총 4개의 타이틀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크루셜스타 정규 앨범 <메이즈 가든> 재킷 이미지. 총 4개의 타이틀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 크루셜스타


- 오래된 이야기지만 이제 소속사 없이 혼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혹시 장단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장단점은 확연합니다. 우선 장점은 자유롭게 제가 모든 걸 컨트롤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음악부터 시작해서 디자인이나 앨범 아트, 영상 등등 모든 걸 제가 관여하는 타입입니다. 그래서 외부적인 어떤 것들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제 색깔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은 굉장히 큰 장점입니다. 하지만 단점은 프로모션 같은 것에 큰 신경을 쓰기가 힘들다는 점이 있고, 모든 제작비를 스스로 충당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 최근에는 소속 없이 활동을 희망하거나 활동하는 뮤지션들이 많습니다. 그런 후배 뮤지션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을까요? 
"저도 인디팬던트로 활동한 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아서 조언까지 해드릴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내가 어떤 타입의 뮤지션인가를 잘 파악하고 길을 결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프로듀서로서 혹은 래퍼로서 크루셜스타만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이 드나요? 
"저의 음악은 굉장히 솔직합니다. 저라는 사람이 음악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고, 자극적인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제 성격대로 음악도 비슷하게 나오는 편입니다. 저는 오랜 시간 동안 진득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은 사람입니다. 처음에 확 귀를 사로잡진 못할 수 있더라도 들으면 들을수록 맛있는 평양냉면 같은 음악을 만들고 싶네요."

- 크루셜스타 음악을 접하게 될 예비 리스너들에게 어떻게 들으면 더 좋은 감상이 될 수 있다는, 약간의 팁(TIP)을 제공해주실 수 있을까요? 
"제 음악 중엔 좀 과하게 솔직한 음악들도 있습니다. 그런 것이 누군가에겐 좀 듣기 버거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원래 그런 사람이고, 그 방식이 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고, 듣는 이들도 저의 음악이 필요할 때 찾으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진실된 가사들로 인해서 누군가에게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면 제 역할은 그걸로 다 해낸 것입니다."

- 과거에도 그랬지만 TV에서 크루셜스타 모습을 찾기 힘듭니다. 방송에 출연하지 않는 이유가 특별히 있을까요? 
"딱히 이유는 없습니다. 가끔 섭외가 들어올 때 저는 항상 출연했었는데 제가 카메라 앞에서 좀 어색한 편이라 멋있는 그림이 나온 적은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최근만 해도 <고등 래퍼> 양홍원의 결승 무대와 브레이커스 스무 살 형의 무대에 피처링으로 출연하였습니다."

- 과거 Mnet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4>를 통해 얼굴을 잠시 비춘 적이 있었습니다. 출연을 통해 크루셜스타에게 도움이 되었던 부분이 있을까요? 
"도움이 된 부분은 없습니다. 저는 그 출연을 통해 많은 것을 잃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실패에서 헤어 나오기 위해 더 많은 노력들을 했고 더 강해지고 더 냉정해졌습니다. 그것이 제가 얻은 것이라면 얻은 것이겠네요."

- 추후 <쇼미더머니>에 한 번 더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으신가요? 
"없습니다."

- 앞으로의 앨범 발매 플랜은 어떻게 되시나요? 
"내년에는 제가 시도해보지 않은 쪽으로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최대한 제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다가오는 새해에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크루셜스타라는 아티스트가 더 자기만의 색깔이 진해지는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삶의 질적으로도 더 건강한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 프로듀서로서와 래퍼로서의 각각 최종적인 비전을 말씀해주세요. 
"래퍼로서는 더 진한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프로듀서로는 새로운 것들을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최근에는 외부 곡작업에도 비중을 좀 두려고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그룹 몬스타엑스의 '열대야'라는 곡을 프로듀싱하기도 했는데요. 굉장히 재밌고 신선한 작업이었기에 이런 외부 작업에도 비중을 조금씩 둘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올 한해 크루셜스타를 사랑해준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 부탁드립니다. 
"저는 가을과 겨울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유독 음악도 가을이나 겨울에 발표를 많이 해왔는데요. 차갑기만 한 세상에서 제 음악이 손 난로 같은 역할을 해줄 수만 있다면 저는 뭐든 하고 싶고 그렇습니다. 저의 음악을 찾아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몇 분 동안이라도 몸 녹이고 쉬었다가 갈 수 있는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크루셜스타 더콰이엇 MAZE?GARDEN 쿤디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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