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초반부터 불거졌던 조세 모리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감독의 경질설은 결국 현실로 이뤄졌다. 맨유는 18일(한국시각)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모리뉴 감독의 경질을 발표했다.

이로써 2016년 5월 루이스 판 할 감독에 이어 맨유의 지휘봉을 잡은 모리뉴 감독과 맨유의 동행은 2년 7개월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모리뉴 감독은 부임 첫 시즌에 UEFA 유로파 리그(UEL) 우승과 리그 컵(당시 캐피탈 원 컵)과 커뮤니티 쉴드를 들어올리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지난 시즌부터 이어진 특색 없는 경기력을 비롯해 폴 포그바를 비롯한 선수들과의 불화설이 끊이지 않았다. 모리뉴 감독은 결국 경질의 아픔을 맛보게 되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벨기에 안더레흐트의 콘스탄트 반덴 스톡 스타디움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조제 무리뉴 감독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경질된 조세 모리뉴 감독 ⓒ EPA/ 연합뉴스

 
모리뉴 감독이 맨유에서 이룩한 공이 없지는 않다. 맨유 클럽 역사상 최초로 UEL 우승을 이룩한 점을 비롯해 퍼거슨 감독 이후 리그 최고성적(2017~2018시즌), 맨유에는 어려운 과제가 된 UEFA 챔피언스리그(UCL)에 2시즌 연속 진출한 점도 있다.

하지만 거액의 이적자금을 쏟아붓고도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지 못한 점, 독선적이고 카리스마 강한 성격 탓에 불거진 선수들, 보드진과 불화를 일으킨 것은 분명 문제가 컸다. 여기에 첼시 2기 시절부터 거론된 문제로 현대축구 흐름에 따라가지 못한다는 평가도 있다. 여기에다가 토너먼트에서 강했던 그의 장점은 맨유에서 전혀 발휘되지 못했다.

무엇보다 타격이 큰 것은 세 차례나 소속팀에서 불화로 인해 팀을 떠났다는 점이다. 모리뉴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 감독 시절에도 이케르 카시야스를 비롯한 선수들과의 불화가 원인이 되어 3번째 시즌을 마치고 물러난 바 있다. 모리뉴 감독은 이후 첼시 감독으로 복귀해서도 팀 닥터 에바 카네이로에 욕설을 했던 사건을 시작으로 선수단과의 불화설이 제기됐다. 그는 당시 첼시가 리그 16위로 떨어진 성적까지 부진해지자 경질되었다.

맨유에서도 올 시즌 지지부진한 이적시장을 시작으로 우드워드 부회장과의 불화설, 선수들과의 불화설이 흘러 나왔다. 모리뉴는 지난 17일 오전 1시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1-3으로 패한 경기를 끝으로 경질됐다.

공교롭게도 모리뉴 감독이 경질된 시기는 과거 첼시에서 경질된 시점과 비슷하다. 첼시 2기 시절 경질될 당시 날짜는 한국시각으로 2015년 12월 18일이었는데 맨유에서 경질된 날짜 역시 년도만 바뀌었지 12월 18일은 동일했다. 또한 당시에도 첼시는 UCL 16강에서 파리 생제르맹(PSG)와의 맞대결이 예정되있던 상황이었는데, 맨유 역시 올 시즌 UCL 16강에서 PSG와 맞대결을 펼친다는 점에 있어서 상당히 묘한 운명을 맞이한 모리뉴 감독이다.

명성에 상처 입은 모리뉴

이쯤되서 관심이 가는 부분은 모리뉴 감독이 이후 다른 팀을 맡아 반등할 수 있는지 여부다. 모리뉴 감독이 지난 10여 년간 유럽축구에서 큰 족적을 남겼다는 점은 분명하다. FC포르투와 인테르 밀란 감독으로 두 차례 UCL 우승을 이룩한 점, 홈 150경기 무패행진을 이유로 들 수 있다. 그는 '스페셜 원'이라고 불리고 때론 거만한 언행 등을 선보이면서도 큰 대회에서 우승트로피 등 결과물을 가져오며 유럽축구에 큰 족적을 남겼다.

하지만 지난 5년 여간은 모리뉴 감독 명성에 상처를 입은 시기였다. 그의 강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 지도방식은 통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며 선수단, 보드진과의 불화설은 끊이지 않았다. 펩 과르디올라나 위르겐 클롭과 같은 감독들이 자신만의 색깔을 팀에 주입시키며 팀 전력을 끌어올린 반면에 모리뉴 감독은 자신의 방식을 고수하며 흐름에 뒤처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결국 시대가 바뀌면서 모리뉴 감독의 지도방식이나 전술이 더이상 통하지 않으면서 모리뉴 감독의 커리어도 점점 내리막길로 치닫는 게 현실이다. 이제 이 시점에서 모리뉴 감독이 반등할 기회를 잡을지 여부가 큰 관심이다.

올 시즌 수많은 경질설에서도 모리뉴 감독의 향후 거취는 현지언론을 통해 수없이 보도됐다. 레알과 인테르 밀란 감독직 복귀설을 시작으로 입지가 불안한 니코 코바치 감독을 대신해 바이에른 뮌헨 감독 부임설도 나오기도 했다. 모리뉴 감독은 여전히 유럽축구계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감독임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을 계기로 모리뉴 감독 스스로 변화해야만 반등의 여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그의 지도 방식이나 전술은 이제 전처럼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레알-첼시-맨유를 거치면서 입증된 상황이다. 모리뉴 감독으로서는 현 시점에는 충분한 휴식이나 타 리그 감독을 통해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할 필요가 있다.

퍼거슨-벵거 이후 엇갈리는 맨유와 아스널의 행보
 
 2007년 7월 20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퍼거슨 감독과 박지성이 20일 서울 상암월드컵구장에서 열리는 맨유와 서울FC의 친선경기에 앞서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고 경기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퍼거슨 전 감독과 박지성의 모습. ⓒ 연합뉴스

 
알렉스 퍼거슨과 아르센 벵거. 두 사람은 맨유와 아스널을 20여 년간 이끌면서 현재의 맨유와 아스널을 만든 인물이다.

1986년부터 2013년까지 27년간 맨유 지휘봉을 잡은 퍼거슨 감독은 리그 13회, UCL 2회, FA컵 5회 우승을 비롯해 27년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통산 304승을 기록했다. 퍼거슨 감독은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에서도 화려한 족적을 남기고 명예롭게 은퇴했다.

지난 시즌까지 22년동안 아스널의 감독으로 재임한 벵거 감독은 03~04시즌 아스널의 무패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리그 3회 우승, FA컵 8회 우승에 아스널에서 704승을 기록하는 등 화려한 업적을 남겼다. 비록 말미에는 성적부진에 단조로운 전술등으로 팬들의 사퇴요구를 받기도 했지만 벵거 역시 아스널에 큰 족적을 남겼다.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감독

오랜 기간 아스널을 이끌었던 아르센 벵거 감독 ⓒ 연합뉴스/EPA

 
이 두 감독이 떠난 이후 맨유와 아스널의 행보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아스널은 우나이 에메리 감독이 부임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에메리 감독은 능동적인 전술변화와 용병술을 바탕으로 팀을 변화시키고 있다. 에메리 감독은 지난 16일 사우샘프턴전 1-3 패배 이전까지 22경기 무패행진을 이어가며 아스널의 반등을 이끌었다.

에메리 감독이 특히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부분은 황폐해진 3선에 토레이라를 기용하면서 3선의 안정화를 꾀한 점, 그동안 아스널이 후반전에 약했지만 후반전 전술변화와 용병술로 경기를 뒤집는 점 등이다. 또한 이워비나 홀딩처럼 벵거 감독 하에서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한 선수들의 활약을 이끌어냈다는 점도 칭찬을 받을 만한 부분이다.

비록 이제 6개월밖에 되지 않았기에 에메리 감독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아직 평가하기엔 이르다. 하지만 아직까진 아스널이 벵거 감독 이후의 후유증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감독선임을 보여줬다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맨유는 퍼거슨 감독이 떠난 지 5년이 넘었음에도 아직도 적임자를 찾지 못한 상황이다. 데이비드 모예스-루이스 판 할에 이어 조세 모리뉴를 거치는 동안 맨유는 이적자금은 자금대로 쓰면서 여전히 베스트 11을 구축하지 못했다. 아직까지도 이뤄지지 못하는 선수단 리빌딩 역시 문제로 손꼽힌다.

이는 라이벌인 맨시티나 리버풀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맨시티와 리버풀은 감독 성향에 맡는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팀 전력이 강화되었고 올 시즌 두 팀은 EPL 원투펀치로 올라선 상황이다.

또한 맨유는 모예스-판 할-모리뉴를 거치면서 팀의 색깔이 실종된 데다 전술적으로도 유연하지 못한 모습이다. 팀의 정체성마저 흔들리고 있는 게 맨유의 현 상황이다.

이는 퍼거슨 감독과도 상당히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퍼거슨 감독은 과거 하파엘-파비우 형제를 양 윙으로 기용한 점, 박지성, 대런 플레쳐, 마이클 캐릭을 4백 수비에 놓는 등 변칙적인 전술운용 속에서도 승리를 챙기며 감독의 역량을 보여준 바 있다.

그에 반해 모예스, 판 할, 모리뉴 감독은 선수들의 부상 속에서도 유연한 전술운용을 선보이지 못하면서 퍼거슨 시절의 위용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여기에 그동안 맨유하면 홈 구장인 올드 트래포드에서 강했다는 점이나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축구가 장점이었지만 이를 살리지 못했다.

퍼거슨 감독 은퇴 이후 맨유 감독선임 패착에 있어서는 에드 우드워드 부회장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3번의 감독 선임 실패로 맨유는 어쩌면 지난 5년의 시간을 허비한 셈인데, 모리뉴 감독마저 실패하며 맨유는 퍼거슨 감독의 그림자만 다시 한번 보여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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