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다' 26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와 아산 우리은행 위비의 경기. 74-45로 승리한 우리은행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이겼다' 26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와 아산 우리은행 위비의 경기. 74-45로 승리한 우리은행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리은행이 김단비가 빠진 신한은행을 완파하며 개막 7연승을 질주했다.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우리은행 위비는 26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2라운드 신한은행 에스버드와의 원정경기에서 74-45로 대승을 거뒀다. 우리은행은 시즌 개막 후 7전 전승을 이어가며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고 에이스 김단비와 외국인 선수 자신타 먼로가 허리 부상으로 결장한 신한은행은 5연패로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은행은 최고참 임영희가 17득점5리바운드2어시스트2스틸로 맹활약했고 외국인 선수 크리스탈 토마스도 12득점14리바운드2블록슛으로 골밑을 지배했다. 우리은행은 김정은이 무득점, 최은실이 4득점에 그쳤지만 5명의 선수가 두 자리 수 득점을 기록하며 신한은행을 압도했다. 특히 4년의 공백을 깨고 복귀한 혼혈선수 김소니아는 이번 시즌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우리은행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김한별 외 이렇다 할 성공사례가 없었던 WKBL의 귀화혼혈선수
 
 2012년 우리은행에 입단한 김소니아는 한국농구에 적응하지 못하고 2년 만에 루마니아로 돌아갔다.

2012년 우리은행에 입단한 김소니아는 한국농구에 적응하지 못하고 2년 만에 루마니아로 돌아갔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여자프로농구연맹은 지난 2006년 리그 활성화를 위해 남자프로농구보다 한 발 먼저 귀화혼혈선수 제도를 도입했다. 부모나 조부모 중에 한국인이 있다면 국내 선수와 같은 자격을 부여해 리그에 참여할 수 있게 한 것. 이승준-이동준 형제, 문태종(울산 모비스)-문태영(서울 삼성) 형제,전태풍(전주KCC) 등 남자프로농구의 혼혈 선수가 국내 선수도 외국인 선수도 아닌 제3의 신분으로 '특별관리'를 받았던 것과는 달랐다.

처음으로 WKBL 무대를 밟은 혼혈 선수는 2006년 금호생명 레드윙스에 입단한 마리아 브라운이었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마리아는 학창 시절 미국에서 농구를 한 혼혈 선수라는 점 외에도 출중한 미모로 농구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지난 2006년 11월에는 아직 WKBL 데뷔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여자농구 전문 잡지의 표지모델로 나왔을 정도.

하지만 정작 마리아의 실력은 농구팬들의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잦은 부상에 시달린 데다가 한국농구 적응에도 실패한 마리아는 세 시즌 동안 26경기에서 1.85득점1.04리바운드0.38어시스트의 초라한 성적만 남기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이후 린다 월링턴, 김한빛, 임정희 등이 WKBL에 진출했지만 한국무대에 순조롭게 적응한 선수는 없었다.

혼혈 선수의 유일한 성공사례는 바로 삼성생명 블루밍스의 김한별(미국명 킴벌리 로벌슨)이다. 2009년 삼성생명에 입단해 두 시즌 연속 10득점 이상을 기록하며 좋은 활약을 펼친 김한별은 무릎 부상으로 2012-2013 시즌 단 3경기에 출전하는 데 그쳤다. 김한별은 33경기에 출전한 2013-2014 시즌에도 5.85득점3.52리바운드1.79어시스트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2013-2014 시즌이 끝난 후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1년 만에 삼성생명으로 복귀한 김한별은 2015-2016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깜짝 활약을 펼치며 삼성생명을 챔프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지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대표 선수로 남북 단일팀의 은메달에 기여한 김한별은 이번 시즌 6경기에서 13.17득점10.67리바운드4.1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삼성생명의 에이스로 맹활약하고 있다.

유럽 무대 경험 후 4년 만에 우리은행 컴백, 핵심 식스맨으로 대활약
 
 코트 위에서 넘치는 활동량을 자랑하는 김소니아는 26일 신한은행전에서 뛰어난 3점슛 감각까지 뽐냈다.

코트 위에서 넘치는 활동량을 자랑하는 김소니아는 26일 신한은행전에서 뛰어난 3점슛 감각까지 뽐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한국인 아버지와 루마니아인 어머니를 둔 혼혈 선수 김소니아도 불과 얼마 전까진 WKBL을 거쳐 간 적응에 실패했던 혼혈 선수 중 한 명에 불과했다. 지난 2012년 약관의 나이에 우리은행에 입단하며 아버지의 나라에서 농구할 기회를 얻은 김소니아는 아직 설 익은 기량의 유망주에 불과했다. 결국 김소니아는 두 시즌 동안 9경기에 출전한 채 루마니아로 돌아갔다.

한국을 떠난 후 루마니아와 폴란드, 체코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던 김소니아는 루마니아의 3X3 농구 국가대표로 선정될 정도로 기량이 부쩍 성장했다. 마침 우리은행은 2017-2018 시즌이 끝나고 이은혜와 홍보람이 은퇴하면서 선수층이 얇아졌고 4년 간 팀을 떠나 있던 김소니아를 재영입했다. 아무리 유럽에서 경험을 쌓았다지만 임영희, 김정은, 최은실 등 포워드진이 탄탄한 우리은행에서 김소니아가 팀 전력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시즌 개막 후 7경기를 치른 현재 김소니아의 활약은 위성우 감독과 농구팬들의 기대를 훌쩍 뛰어 넘고 있다. 김소니아는 경기당 평균 17분58초를 소화하며 5.29득점6.9리바운드1.4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신장(176cm)은 썩 크지 않지만 활동량과 골밑에서의 투쟁심이 워낙 좋아 출전시간 대비 많은 리바운드를 걷어내고 있다. 실제로 김소니아는 박지수(KB스타즈), 김한별, 곽주영(신한은행)에 이어 국내 선수 중에서 리바운드 4위에 올라 있다.
 
김소니아 '슛 느낌 왔어' 26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와 아산 우리은행 위비의 경기. 2쿼터 우리은행 김소니아(24번)가 슛하고 있다.

▲ 김소니아 '슛 느낌 왔어' 26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와 아산 우리은행 위비의 경기. 2쿼터 우리은행 김소니아(24번)가 슛하고 있다. ⓒ 연합뉴스


26일 신한은행전에서도 김소니아는 내외곽을 오가는 전천후 활약으로 우리은행의 대승에 큰 힘을 보탰다. 1쿼터와 2쿼터 양쪽 45도 지점에서 3점슛 2방을 터트린 김소니아는 후반전에는 골밑 플레이에 집중했다. 덕분에 김소니아는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5개의 공격리바운드를 기록하면서 지난 16일 KB스타즈전에 이어 프로 데뷔 후 개인 최다득점 타이기록(12점)을 세웠다.

김소니아는 지난 2013-2014 시즌 올스타전에서 치어리더들과 함께 공연을 선보이며 관중들의 박수를 받은 바 있다. 김소니아가 한국에서 남긴 유일한 실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김소니아는 춤이 아닌 농구 실력으로 4년 10개월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저 '한국계'라는 점 외에는 딱히 내세울 것 없었던 김소니아가 이번 시즌 통합7연패를 노리는 최강 우리은행의 '핵심 식스맨'으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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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2018-2019 WKBL 우리은행 위비 김소니아 혼혈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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