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선수(에자즈바쉬)

김연경 선수(에자즈바쉬) ⓒ 에자즈바쉬

 
별들의 전쟁이 시작됐다. 2018~2019시즌 여자배구 유럽 챔피언스리그 본선 무대(4라운드)가 21일 개막했다. 

김연경 소속팀인 에자즈바쉬는 22일 새벽(한국시간) 터키 이스탄불 부르한 펠렉 체육관에서 우랄로츠카와 유럽 챔피언스리그 본선 조별 리그 B조 첫 경기를 치렀다. 에자즈바쉬가 우랄로츠카를 세트 스코어 3-0(25-16 25-17 25-21)으로 완파했다.

김연경이 공격과 수비에서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했다. 19득점으로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올렸다. 공격성공률도 60%에 달했다. 블로킹도 4개, 서브 에이스도 3개를 했다.

놀라운 점은 이 같은 기록을 우랄로츠카가 김연경에게 집중적인 서브 폭탄을 퍼부은 상황에서 달성했다는 점이다. 김연경은 이날 에자즈바쉬가 받은 서브 리시브의 73%를 받아냈다. 총 48개의 리시브 중 35개를 받았다. 리베로인 심게는 9개(19%), 또 다른 레프트인 라슨은 4개(8%)의 리시브를 받는 데 그쳤다. 상대방의 공격을 걷어내는 디그도 여러 차례 있었다. 에자즈바쉬의 수비를 사실상 혼자 다 한 셈이다.

이런 경우에는 아무리 뛰어난 공격수라도 득점을 많이 낼 수 없다. 수비에서 무너져 교체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러나 김연경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서브를 세터에게 안정적으로 또박또박 배달해줬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해서 중요한 상황에 강력한 오픈 공격, 파이프 공격(중앙 후위 시간차 공격) 등을 작렬하며 최다 득점으로 팀 승리를 주도했다.

이날 에자즈바쉬 공격 삼각편대인 보스코비치는 17득점, 라슨은 11득점을 올렸다. 보스코비치는 초반에 세터와 호흡이 맞지 않아 고전했으나 중요할 때 제 몫을 해줬다. 에자즈바쉬 모타 감독은 3세트에서 접전이 계속되자 감제 대신 에즈기 세터를 투입했다. 에즈기는 빠르고 힘 있는 토스워크로 공격수들의 입맛에 맞는 토스를 하며 다양한 공격을 이끌어냈다. 결국 3세트도 에자즈바쉬가 승리하면서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향한 쾌조의 출발을 했다.

카폴 감독, '고함 지르는' 80세 전설적 명장 눈길

에자즈바쉬의 첫 상대인 우랄로츠카는 지난 시즌 러시아 리그 정규리그 4위, 포스트시즌 3위를 차지한 강호다. 올 시즌에는 초반부터 돌풍을 일으키며 우승 후보로 급부상했다. 지난 16일 열린 2018~2019시즌 러시아 리그 정규리그 경기에서 지난 시즌 우승 팀인 디나모 모스크바를 3-0으로 제압하기도 했다.

우랄로츠카의 주전 멤버를 살펴보면, 파루베츠(25세·183cm), 하렐리크(28세·185cm), 클리메츠(21세·186cm)가 공격 삼각편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시모넨코(23세·190cm)가 교체 멤버로 들어온다.

특이한 점은 파루베츠가 세터와 대각에 서는 라이트 포지션으로 출전하고, 서브 리시브에도 적극 가담하는 '리시빙 라이트'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보통 라이트는 서브 리시브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파루베츠는 이날 우랄로츠카의 서브 리시브 중 무려 52%나 받아냈다. 그러면서 17득점으로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렸다.

파루베츠는 현재 러시아 대표팀 1군의 주전 멤버다. 2018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와 세계선수권에서도 러시아 대표팀의 주전 레프트로 활약했다. 하렐리크는 벨라루스 대표팀의 주전 레프트다.

센터는 예브도키모바(25세·190cm), 예니나(26세·192cm), 보노고바(29세·190cm)가 맡는다. 이날은 예브도키모바와 예니나가 주전으로 나섰다. 세터는 로마노바(25세·182cm), 리베로는 포드코파예바(29세·175cm)가 주전이다. 로마노바도 파루베츠와 함께 현역 러시아 국가대표다. 2018 네이션스 리그에서는 러시아 대표팀의 주전 세터로, 세계선수권에서는 백업 세터로 활약했다.

한편, 우랄로츠카는 니콜라이 카폴 감독이 80세의 노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함을 지르며 팀을 지휘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카폴 감독은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부터 2004년 아테네 올림픽까지 20년여 년 동안 러시아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그리고 올림픽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를 획득한 '살아 있는 전설'이다. 특히 작전타임 때 대노한 표정으로 고함을 고래고래 지르며 선수들을 다그치는 캐릭터로 유명하다.

'역대급 흥미' 별들의 전쟁... 김연경, 정상에서 웃을까

2018~2019시즌 여자배구 유럽 챔피언스리그는 역대 최고의 흥미진진한 경기들이 펼쳐질 전망이다. 세계 최정상급 클럽과 최고의 선수들이 총출동하기 때문이다.

2016-2017, 2017-2018시즌 2년 연속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바크프방크(터키)가 올해 3연패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바크프방크의 독주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에자즈바쉬(터키)가 김연경, 이모코 볼리(이탈리아)는 실라, 노바라(이탈리아)는 바취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전력이 대폭 강화됐기 때문이다. 이들 4팀이 우승을 놓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연경과 에자즈바쉬는 이미 바크프방크의 '싹쓸이 우승' 행진을 저지한 바 있다. 지난 1일 터키 '스포츠토토 챔피언스컵' 대회에서 바크프방크를 3-1로 제압하고 시즌 첫 우승을 차지했다. 바크프방크는 지난 시즌 터키 리그, 터키 컵, 터키 챔피언스컵, 유럽 챔피언스리그, 클럽 세계수권까지 5개 대회를 모두 제패하며 '싹쓸이 우승'을 달성했었다. 

에자즈바쉬는 현재 터키 리그 정규리그에서도 '무실 세트' 5전 전승으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올 시즌 모든 대회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더욱 의미를 갖는 부분은 김연경(대한민국·192cm)-보스코비치(세르비아·193cm)-라슨(미국·188cm)으로 이어지는 세계 최고의 공격 삼각편대를 교대로 휴식을 주면서 거둔 성적이기 때문이다.

유럽 챔피언스리그 방식, '올 시즌 달라진 점'

유럽 챔피언스리그 본선 무대(4라운드)가 개막하면서 유럽 각국의 여자배구 리그를 대표하는 20개 팀이 본격적인 8강 플레이오프(PO) 진출 경쟁에 돌입했다.

지난 시즌에 비해 본선 참가 팀이 4팀이 늘었다. 2017~2018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의 본선 무대는 16개 팀이 4팀씩 4개 조로 나뉘어 조별 풀리그를 펼쳤다. 올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는 20개 팀이 4팀씩 5개 조로 나뉘어 조별 풀리그를 치른다.

본선 조별 리그는 각 조마다 4팀이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풀리그를 펼친다. 각 조의 1위 5개 팀은 8강 PO에 직행한다. 그리고 2위 팀 중 성적 상위 3개 팀이 8강 PO에 합류한다.

8강 PO와 4강 PO는 두 팀씩 짝을 이뤄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경기를 펼친다. 승점이 같을 경우에는 2번째 경기에서 바로 '골든 세트'(다음 단계 진출자를 가리기 위한 추가 세트)를 진행해 승자가 다음 단계로 진출한다.

올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가 지난 시즌과 크게 달라진 점은 또 있다. 4강전에 성적과 상관없이 주최국 자격으로 직행하는 팀이 없어졌다. 8강 PO에서 승자 4팀이 4강 PO를 치러 결승 진출자를 가린다. 대망의 결승전은 2019년 5월 18일 중립 지역에서 단판 승부로 펼친다.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외국인 선수 출전 제한도 없다. 터키 리그는 코트에 동시에 들어갈 수 있는 외국인 선수가 3명까지로 제한된다. 반면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는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 선수를 모두 출전시킬 수 있다. 실제로 에자즈바쉬는 22일 경기에서 김연경, 보스코비치, 라슨, 기브마이어를 모두 선발 주전으로 투입했다.

에자즈바쉬, 러시아 2팀과 한 조... D·E조 '죽음의 조'
 
이번에도 어김없이 '죽음의 조'가 탄생했다. 에자즈바쉬는 이번 유럽 챔피언스리그 본선 조별 리그에서 B조에 편성됐다. 객관적인 전력상 D조와 E조가 1위 싸움과 8강 진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죽음의 조'가 됐다.

A조는 바크프방크(Vakıfbank·터키), 베지에(Béziers·프랑스), 마리차 플로브디프(Maritza PLOVDIV·불가리아), 슈투트가르트(Stuttgart·독일)로 구성됐다. B조는 에자즈바쉬(Eczacıbaşı·터키), 디나모 카잔(Dynamo KAZAN·러시아), 우랄로츠카(Uralochka·러시아), 헤멘린나(Hämeenlinna·핀란드)가 포함됐다. C조는 노바라(Novara·이탈리아), 칸(Cannes·프랑스), 민스크(Minsk·벨라루스), 부도블라니(Budowlani·폴란드)가 속했다.

D조는 이모코 볼리(Imoco Volley·이탈리아), 스칸디치(Scandicci·이탈리아), 슈베린(Schwerin·독일), 초메르체촌(Commercecon·폴란드)이 경쟁한다. E조는 디나모 모스크바(Dynamo Moscow·러시아), 페네르바체(Fenerbahçe·터키), 헤미크 폴리체(Chemik Police·폴란드), 부쿠레슈티(Bucureşti·루마니아)가 편성됐다.

B조는 에자즈바쉬의 1위가 유력한 가운데, 2위 자리를 놓고 디나모 카잔과 우랄로츠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디나모 카잔은 지난 시즌 러시아 리그에서 정규리그 우승,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차지한 전통의 강호이다. 우랄로츠카도 지난 시즌 러시아 리그 3위를 했고,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헤멘린나도 지난 시즌 핀란드 리그 우승 팀이다.

21일부터 펼쳐진 유럽 챔피언스리그 첫날 경기에서는 터키 리그 팀들이 초강세를 보였다. 에자즈바쉬가 우랄로츠카를 완파한 데 이어, 페네르바체도 디나모 모스크바를 3-1로 꺾었다. D조는 이모코 볼리가 스칸디치와 풀세트 접전 끝에 힘겨운 첫 승을 챙겼다. B조에서는 디나모 카잔이 헤멘린나를 3-0으로 제압했다.

에자즈바쉬의 다음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는 12월 20일 새벽(한국시간) 핀란드에서 헤멘린나와 경기를 갖는다. 국내 스포츠 전문 채널인 SPOTV는 김연경 선수가 활약하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에자즈바쉬의 전 경기를 녹화 중계한다. 에자즈바쉬-우랄로츠카 경기는 23일 오후 5시에 녹화 방송한다. 또한 SPOTV, SPOTV+, SPOTV2 채널을 통해 여러 차례 재방송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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