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구장을 다른 팀과 함께 사용한다면 마치 적과의 동침 같을 것이다. 특히나 라이벌 팀이라면 더더욱. 흔치 않은 경우지만 미국과 이탈리아, 그리고 우리나라의 스포츠 리그에서 이러한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KBO리그의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가 잠실야구장을 함께 사용한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LG 트윈스의 전신 MBC 청룡이 창단과 동시에 잠실야구장을 홈으로 쓰게 됐다. 두산 베어스의 전신인 OB 베어스는 창단 당시에는 대전 한밭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었지만, MBC 청룡을 비롯한 5개 구단의 공증 하에 3년 후 서울 입성이 보장되어 있었다.

3년 후인 1985년, OB 베어스는 예정대로 서울로 입성해 동대문야구장을 홈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아마추어 야구인들의 반발로 인해 결국 잠실야구장으로 옮기며 LG 트윈스와의 동거가 시작됐다. 그리고 두 팀은 22년이 지난 지금까지 함께하며 매년 어린이날을 비롯해 '잠실시리즈'라는 흥미로운 경기를 보여주고 있다. 두 팀의 역대 상대전적은 357승 17무 305패로 두산 베어스가 앞선다. 특히 올 시즌 맞대결 성적은 15승 1패로 가히 천적 수준이었다. 
 
이탈리아 축구 리그인 세리에A에도 FC 인테르나치오날레 밀라노(인테르)와 AC 밀란이 스타디오 주세페 메아차(구 스타디오 산시로)를 함께 사용한다. 두 팀이 함께한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61년 전인 1947년 인테르가 구장을 공동소유하며 시작됐다.

창설 과정과 이름에서도 두 팀의 라이벌리를 엿볼 수 있다. AC 밀란은 '밀라노'가 아닌 영국식 발음인 '밀란'에서 볼 수 있듯이 영국인들이 주도하여 창설된 구단이다. 그렇기에 과거에는 영국인과 이탈리아인만을 선수로 받아들였다. 이러한 AC 밀란의 행보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모든 국적의 선수들을 받아들이겠다며 세운 팀이 이름부터 '국제'라는 의미를 지닌 인테르였다.

또한 구장의 명칭도 두 팀 팬들에게는 큰 의미를 지닌다. 1926년 개장 당시 이름은 지명에서 유래한 '산시로'였다. 그러나 1980년 이탈리아 축구 영웅인 주세페 메아차의 이름을 경기장에 헌정하며 '스타디오 주세페 메아차'로 불리게 됐다. 주세페는 AC 밀란에서 뛰기도 했지만 인테르에서 전성기를 포함해 더 오랜 시간을 보낸 인테르의 레전드다. 그렇기에 아직도 AC 밀란의 팬들은 구장의 명칭을 '산시로'라고 부른다.

두 팀 모두 새 경기장을 건립하여 떠난다는 소문은 꾸준히 흘러나왔었다. 특히 AC 밀란은 세부 계획까지 발표하며 이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도 두 팀은 여전히 한 지붕 아래에서 밀라노 더비라는 뜨거운 경기를 보여주고 있다. 통산 상대전적은 79승 67무 76패로 인테르가 근소하게 앞선다.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위치한 스테이플스 센터는 무려 4개의 구단이 함께 사용한다. 1999년 개장한 이래로 미국 농구 리그인 NBA의 LA 레이커스, LA 클리퍼스와 아이스하키 리그인 NHL의 LA 킹스가 함께 이전해왔다. 여기에 2001년 여자 농구 리그인 WNBA의 LA 스팍스가 이전해왔다.

4개 구단이 함께 사용하는 만큼 누가 홈 경기를 갖느냐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농구는 코트 바닥과 골대에 팀의 상징적인 색깔과 앰블럼을 넣고, 아이스하키는 빙상 종목인 만큼 얼음이 깔린다. 다른 구장에 비해 홈 경기가 끊임없이 밀려들기에 구장 직원들은 구장을 변신시키느라 쉴 틈 없이 일을 하고 있다.

여담으로 스팍스와 킹스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창단을 했지만, 가장 인기 구단인 레이커스와 클리퍼스는 각각 미시건 주의 디트로이트, 뉴욕 주의 버팔로에서 창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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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2기 유형준
KBO 해외축구 NBA WNBA NF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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