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의 11월 A매치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선수는 이청용과 구자철이었다.

이전까지는 국가대표팀 엔트리에서 각자 한 자리를 차지해왔던 두 선수였다. 하지만 2018 러시아 월드컵과 벤투 감독 부임 이후 두 선수의 위치는 '도전자' 의 위치로 내려온 상황이다.
 
훈련하는 구자철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구자철이 호주와의 평가전을 하루 앞둔 16일 경기가 열리는 브리즈번 선콥 스타디움에서 훈련하고 있다. 브리즈번에서 훈련 중인 대표팀은 17일 호주, 20일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을 한다. 2018.11.16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구자철이 호주와의 평가전을 하루 앞둔 16일 경기가 열리는 브리즈번 선콥 스타디움에서 훈련하던 모습. ⓒ 연합뉴스


두 선수 모두 저마다의 사연이 있었다. 이청용은 EPL 크리스털 팰리스에서 뛰던 당시 소속팀에서 기회를 잡지 못해 경기감각이 떨어지며 자연스레 대표팀과 멀어졌다. 그러면서 끝내 러시아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들지 못한 데다 벤투 감독 부임 이후에도 대표팀에 부름을 받지 못했다. 구자철은 부상 등으로 인해 정상 컨디션을 보이지 못한 데다 벤투 감독 부임 이후에도 부상과 질병으로 인해 합류하지 못하면서 벤투 감독에게 자신을 어필할 기회를 놓쳤다.

그런 상황에서 두 선수에게 다가오는 아시안컵을 앞두고 마지막 기회가 될지 모르는 호주-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이 정말 중요했다. 여기서 벤투 감독의 눈도장을 받아야 아시안컵 엔트리에 합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안컵은 이제 나이가 30대로 접어드는 두 선수에겐 태극마크를 달고 나서는 마지막 메이저대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도 이번 아시안컵은 특별한 무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아시안컵 합류 위해 중요했던 평가전, 구자철은 부상으로 '마감'
 
구자철, 아쉬운 부상 17일 호주 브리즈번 선콥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호주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

전반 구자철이 부상으로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경기는 1-1 무승부.

▲ 구자철, 아쉬운 부상 17일 호주 브리즈번 선콥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호주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 전반 구자철이 부상으로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경기는 1-1 무승부. ⓒ 연합뉴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두 선수의 평가는 호주와의 경기에서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청용은 왼쪽 윙으로 선발출전해 후반 35분까지 80분간 활약하면서 적극적인 수비가담하는 모습 등 노련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무엇보다 마지막 A매치였던 지난 5월 온두라스전보다 확연히 가벼운 몸놀림을 선보였다. 그러면서 소속팀에서 꾸준한 출전만 이어진다면 아시안컵 출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었다.

하지만 구자철은 또다시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선발로 출전해 황인범과 3선에서 호흡을 맞춘 구자철이지만 전반 막판 부상으로 교체아웃 됐다. 그러면서 모처럼만에 국가대표팀 경기에 출전한 경기가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부상으로 교체된 구자철은 진단 결과 요추 및 고관절 염좌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18일 소속팀인 독일 아우크스부르크로 조기 복귀했다. 구자철의 이번 엔트리 합류에 대해 소속팀 아우크스부르크의 슈테판 로이터 단장은 지난 12일 독일 매체를 통해 '미친 일정'이라 밝힐 정도로 이번 엔트리 합류에 강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결국 로이터 단장의 지적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고비마다 부상 때문에 운 구자철에게 다가오는 아시안컵 승선에 빨간불이 켜지고 말았다.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첫 번째 A매치였던 9월에도 구자철은 부상으로 인한 컨디션 저하로 차출되지 못한 데다 지난 10월에는 엔트리 발탁 이후 급성 신우염으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하며 벤투 감독의 눈도장을 받지 못했다. 구자철은 호주와의 경기에서도 부상으로 조기에 이탈하며 마지막 기회가 될지 모르는 이 기회도 허무하게 날아가고 말았다.

경쟁자들은 안정적인 모습 보이는데...

특히 경쟁자들에 비해 결과물이 없다는 점도 구자철에겐 걸림돌이다. 벤투 감독 부임이후 3선의 주전은 기성용과 정우영으로 굳어지는 가운데 백업 자리를 놓고 구자철을 비롯해 황인범, 주세종 등이 경합을 벌이고 있었다. 특히 이번 2연전에선 기성용과 정우영이 배려와 부상으로 인해 합류하지 못하면서 구자철에겐 어찌 보면 큰 기회였다.

비록 부상으로 전반 43분만에 교체아웃 되었다곤 하지만 그 전까지 경기력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황인범과 호흡을 맞춘 구자철은 노련한 경기운영을 선보이지 못했고 활동량이나 볼터치, 패스에서도 좋지 않은 플레이가 나오면서 대표팀의 전반전 경기 흐름은 호주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훈련하는 구자철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구자철이 호주와의 평가전을 하루 앞둔 16일 경기가 열리는 브리즈번 선콥 스타디움에서 훈련하고 있다. 브리즈번에서 훈련 중인 대표팀은 17일 호주, 20일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을 한다. 2018.11.16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구자철이 호주와의 평가전을 하루 앞둔 16일 경기가 열리는 브리즈번 선콥 스타디움에서 훈련하던 모습. ⓒ 연합뉴스


공교롭게도 구자철이 교체아웃되고 대신 투입된 주세종이 들어오고서부터 대표팀의 중원이 살아났다. 주세종은 교체투입된 이후 후방에서 활약하며 전체적인 밸런스를 잡았고, 그러면서 황인범의 활약도 살아났다. 무엇보다 주세종은 상당히 좋은 킥 컨디션을 과시하면서 프리킥과 코너킥 등 세트피스 전담키커로 활약하면서 자신의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덕분에 주세종은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첫 출전에서 눈도장을 받았다.

구자철과 함께 선발 출전한 황인범 역시 호주전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벤투 감독 부임 이후 꾸준히 출전기회를 받으며 지난 10월 파나마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골까지 기록했던 황인범은 호주와의 경기에서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한 볼 전개와 개인기를 통한 탈압박 능력 등으로 대표팀 빌드업에 관여하면서 공격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수행했다. 여기에 활동량 측면에서도 구자철에 앞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자신의 장점을 발휘해 벤투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을 수 있었던 호주전이었다.

무엇보다 구자철에겐 주세종의 활약이 더욱 뼈아플 수밖에 없었다. 주세종 역시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첫 출전인 데다 이번 엔트리 발탁 또한 정우영의 부상으로 대체발탁돼 합류한 상황이었는데 여기서 주세종이 자신의 장점을 확실히 보여줌으로써 미드필더 자리 경쟁에서 구자철이 한 발 뒤처지는 요인이 되고 말았다. 여기에 같은 포지션에 김정민과 이진현과 같은 젊은 선수들을 합류시키며 세대교체를 진행하고자 하는 벤투 감독의 선수단 운영도 구자철의 대표팀 입지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 무리해서라도 구자철을 이번 호주원정에 합류해 점검하고자 했던 벤투 감독 역시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각각 2차례 월드컵과 아시안컵을 경험한 구자철의 합류는 분명 대표팀에겐 플러스가 될 수 있지만 최근 대표팀에서 보여준 결과물은 경험만 믿고 합류시키기엔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다. 과연 구자철에게 태극마크를 달고 마지막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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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대한민국 호주 파울루 벤투 구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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