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이하 한국시각) 뉴욕에서 열린 UFC 230의 메인이벤트는 다니엘 코미어와 데릭 루이스의 헤비급 타이틀 매치였다. 이 경기에서는 챔피언 코미어가 시종일관 루이스를 압도한 끝에 2라운드 서브미션 승리로 가볍게 타이틀을 방어했다. 하지만 메인이벤트를 제외한다면 UFC230은 '미들급 잔치'라는 부제를 붙여도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메인이벤트를 제외한 메인카드 5경기 중 4경기가 미들급 매치였기 때문이다.
 
 UFC230에서 헤비급 타이틀 매치로 데릭 루이스(사진 중앙)와 경기하게 된 다니엘 코미어(사진 위)의 모습.

UFC230에서 헤비급 타이틀 매치로 데릭 루이스(사진 중앙)와 경기하게 된 다니엘 코미어(사진 위)의 모습. ⓒ 다니엘코미어 인스타그램 갈무리


부상으로 이탈한 루크 락홀드 대신 급하게 코메인이벤트 경기에 투입된 호나우두 '자카레' 소우자는 미들급 전 챔피언 크리스 와이드먼을 타격으로 제압하며 '악어'의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헤비급과 라이트 헤비급을 거쳐 미들급까지 감량한 제라드 캐노이어는 데이브 브랜치를 2라운드 KO로 꺾었고 칼 로버슨은 잭 마쉬먼을 판정으로 꺾고 연패 위기에서 벗어났다.

미들급 4경기 중 격투팬들의 가장 높은 관심을 얻은 경기는 나이지리아 태생의 뉴질랜드 파이터 이스라엘 아데산야와 미들급 랭킹 6위 데릭 브런슨의 경기였다. 브런슨은 무패의 신예 아데산야가 타이틀 전선으로 합류하기 위해 넘어야 할 첫 번째 관문이었기 때문이다. 아데산야에게 쉽지 않은 고비가 될 거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아데산야가 브런슨을 제압하는 데 걸린 시간은 5분도 채 되지 않았다. 

긴 리치와 화끈한 타격 겸비한 '미들급의 존 존스'

존 존스라는 파이터가 UFC에 등장했던 2008년으로 시계를 되돌려보자. 2008년 4월 종합격투기에 데뷔한 존스는 3개월 만에 6연승을 거두며 UFC의 러브콜을 받았다. 존스는 옥타곤 입성 후에도 스테판 보너와 제이크 오브라이언, 브랜든 베라, 블라드미르 마츄센코 등을 차례로 제압하며 라이트 헤비급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중간에 맷 해밀에게 당한 반칙패 역시 존스가 일방적으로 압도하던 경기였다.

존스는 정상급 아마추어 레슬러들의 대결로 화제를 모았던 라이언 베이더와의 대결에서도 2라운드 서브미션으로 가볍게 승리했다. 그렇게 라이트 헤비급의 강자로 떠오른 존스는 2011년 3월 곧바로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 마우리시오 '쇼군' 후아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지금은 그 위상이 많이 떨어졌지만 당시만 해도 쇼군은 무패 챔피언 료토 마치다에게 첫 KO패를 안기고 챔피언 벨트를 차지한 옥타곤의 대표적인 '싸움꾼'이었다.

하지만 거칠고 화끈한 타격을 자랑하던 쇼군도 존스 앞에서는 어린 아이처럼 순해졌다. 존스는 3라운드 내내 쇼군을 상대로 구타에 가까운 일방적인 경기를 펼친 끝에 3라운드 TKO로 승리했다. 존스는 챔피언에 등극한 후에도 뺑소니 교통사고에 연루돼 타이틀을 박탈 당할 때까지 무려 8번이나 타이틀을 방어했다. 문란한 사생활과는 별개로 라이트 헤비급에서 존스가 보여준 막강한 존재감은 단연 역대급이었다. 

193cm의 신장과 203cm의 긴 리치를 자랑하는 아데산야 역시 '미들급의 존 존스'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좋은 신체 조건과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다. 18세 때 태국의 격투영화 <옹박>을 감상한 후 격투기 선수의 꿈을 키운 아데산야는 킥복싱 무대에서 무려 81전75승1무5패라는 화려한 전적을 쌓았다.

2012년 뉴질랜드의 작은 단체에서 종합격투기에 데뷔한 아데산야는 뉴질랜드와 중국, 호주의 중소단체를 거치며 11전 전승 11KO라는 완전무결한 전적을 가지고 UFC에 입성했다. UFC 데뷔전에서 롭 윌킨스를 2라운드 KO로 제압한 아데산야는 지난 4월 이탈리아 출신의 신예 마빈 베토리를 판정으로 꺾고 옥타곤에서도 빠른 적응 속도를 보였다.  

랭킹 6위 브런슨 가볍게 제압하고 타이틀 전선 입성
 
 UFC230 미들급 경기에서 데렉 브런슨을 TKO로 꺾은 이스라엘 아데산야(29, 나이지리아)의 모습.

UFC230 미들급 경기에서 데렉 브런슨을 TKO로 꺾은 이스라엘 아데산야(29, 나이지리아)의 모습. ⓒ 아데산야 인스타그램 갈무리


아데산야의 UFC 세 번째 상대는 지난 2012년 '황소' 양동이와의 대결로 국내 격투팬들에게도 이름을 알린 하와이 출신 파이터 브래드 타바레스였다. 타바레스는 현 미들급 챔피언 로버트 휘태커에게 KO로 패한 후 내리 4연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지만 아데산야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아데산야는 변칙적인 타격으로 타바레스를 압도한 끝에 판정승을 거두며 옥타곤 3연승을 달렸다.

UFC는 단순한 신예를 넘어 미들급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아데산야에게 데릭 브런슨이라는 숙제를 던져줬다. 브런슨은 NCAA 디비전2에서 활동하던 레슬러 출신으로 타격과 그래플링을 두루 겸비한 만만치 않은 선수. 소우자, 요엘 로메로, 휘태커 같은 체급 내 정상급 파이터들의 벽을 넘진 못했지만 UFC 전적 9승4패를 자랑하는 중위권의 강자로 아데산야의 기량을 시험하기엔 적당한 상대였다.

브런슨은 지난 2016년에도 긴 리치와 뛰어난 타격으로 한창 상승세를 타고 있던 유라이어 홀을 1분 41초 만에 KO로 제압하며 홀에게 옥타곤의 쓴 맛을 느끼게 해준 바 있다. 아데산야가 아무리 풍부한 킥복싱 경험과 출중한 타격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UFC 전적 13전의 노련한 레슬러를 상대로는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아데산야는 격투팬들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강했다.

브런슨은 예상대로 자신의 강점인 레슬링을 살리기 위해 리치가 긴 아데산야에게 접근전을 시도했다. 하지만 아데산야는 브런슨의 태클 시도를 노련하게 방어했고 1라운드 종료 40초를 남기고 돌진하는 브런슨의 안면에 니킥을 적중시켰다. 승기를 잡은 아데산야는 무섭게 전진하며 브런슨에게 강력한 니킥과 펀치를 적중시켰고 1라운드 종료 9초를 남겨 두고 가볍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뉴질랜드 국적의 아데산야는 호주 출신의 챔피언 휘태커를 겨냥해 '내년 오세아니아주에서 미들급 타이틀전을 치르자'고 제안(?)했다(뉴질랜드와 호주는 최근 이민정책과 국기 디자인 등으로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제 막 미들급의 문지기를 넘은 아데산야가 곧바로 타이틀 도전권을 따낼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미들급에도 과거 라이트 헤비급의 존 존스 못지않은 엄청난 신예가 등장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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