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모든 야구 선수들이 꿈꾸는 월드시리즈 선발 마운드에 오른다.

LA다저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류현진은 오는 2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메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펜웨이 파크에서 열리는 2018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월드시리즈 2차전 경기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일본인 투수 중에는 마쓰자카 다이스케(주니치 드래곤즈, 2007년)와 다르빗슈 유(시카고 컵스, 2017년)가 월드시리즈 선발 투수로 등판한 적이 있지만 한국인 투수가 월드시리즈에서 선발로 등판하는 것은 류현진이 역대 최초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7승3패 평균자책점 1.97로 멋지게 부활에 성공한 류현진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디비전 시리즈에서도 7이닝 무실점 승리로 기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류현진은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1패8.59(7.1이닝7실점)로 부진하며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그럼에도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에 대한 신뢰를 버리지 않고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에 이어 2차전 선발로 류현진을 낙점했다.
 
'코리안 특급'도, '한국형 핵잠수함'도 서보지 못한 월드시리즈 선발 마운드
 
류현진, MLB 포스트시즌 '1선발' 투구 류현진(31·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4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1차전에 출격, 선발 투구하고 있다.

류현진(31·로스앤젤레스 다저스) ⓒ AP/연합뉴스


한국인 메이저리거 중 월드시리즈 무대에 섰던 선수는 단 2명이었다. '한국형 핵잠수함' 김병현과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월드시리즈는 한국 선수들에게 썩 좋은 추억을 남기지 못했다. 김병현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마무리로 활약하던 2001년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에서 2경기에 등판했지만 3.1이닝5실점(1패13.50)으로 악몽을 경험했다.

박찬호는 필라델피아 필리스 유니폼을 입고 불펜 투수로 활약하던 2009년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올랐다. 4경기에서 3.1이닝을 던진 박찬호는 2피안타3탈삼진 무실점이라는 뛰어난 투구내용을 선보였지만 필라델피아는 양키스에게 2승4패로 패하며 월드시리즈 2연패가 무산됐다. 그로부터 9년의 시간이 흘렀고 2018년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한국인으로는 3번째로 월드시리즈 무대에 나선다.

류현진은 짧은 이닝을 던지는 불펜 투수로 활약했던 선배들과 달리 한 경기를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선발 투수로 등판할 예정이다. 류현진은 밀워키와의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7.1이닝7실점(1패8.59)으로 부진했음에도 다저스의 정규 시즌 유일한 10승 투수이자 만 38세의 백전노장 리치 힐(11승5패3.66)을 제치고 2차전 선발로 낙점됐다. 성적이 좋았던 홈경기가 아니라는 아쉬움은 있지만 커쇼에 이어 2차전에 등판하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류현진은 KBO리그에서 약체였던 한화 이글스 소속으로 뛰었고 작년 월드시리즈에서는 엔트리에서 제외된 바 있다. 따라서 류현진에게 이번 월드시리즈 2차전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 이후 야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가 될 전망이다. 지난 20일 챔피언십 시리즈 6차전에서도 한 순간 집중력이 떨어져 연속안타를 허용했던 류현진으로서는 마운드에 서 있는 동안 냉정함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닝 소화 부담 버리고 한 타자,한 타자 집중해서 상대해야

정규 시즌에서 메이저리그 전체 팀 타율(.268), 팀 안타(1509개), 팀 타점(829개), 팀 득점(876점)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보스턴은 빅리그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팀이다. 특히 무키 배츠, 앤드류 베닌텐디, J.D.마르티네스, 잰더 보가츠로 이어지는 상위타선은 그야말로 쉬어갈 틈이 없다. 하지만 보스턴 타자들에게도 류현진은 결코 익숙한 투수가 아니다. 류현진이 가진 다양한 구종을 효과적으로 섞어 던진다면 충분히 좋은 내용의 투구가 가능하다.
 
 미국 프로야구 보스턴?휴스턴 챔피언십 5차전 경기, 보스턴 레드삭스의 선발 투수 데이비드 프라이스의 모습.

보스턴 레드삭스의 선발 투수 데이비드 프라이스의 모습. ⓒ AP/연합뉴스


류현진과 맞대결을 펼칠 보스턴의 선발투수는 2012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데이빗 프라이스. 다저스의 에이스 커쇼와 마찬지로 가을야구에서 다소 약하다는 징크스를 가진 프라이스는 지난 19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챔피언십 시리즈 5차전에서 6이닝9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자존심 회복에 성공했다. 물론 투수가 타석에 서지 않는 보스턴의 홈경기인 만큼 프라이스에 대한 공략은 타자들에게 맡기고 류현진은 투구에만 집중하면 된다.

챔피언십 시리즈의 부진으로 류현진에 대한 다저스 구단과 팬들의 기대치가 다소 하락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작년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1.2이닝5실점으로 부진했던 다르빗슈도 시즌 종료 후 6년 1억26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류현진 역시 올해 정규 시즌, 특히 후반기 활약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충분히 증명한 바 있다. 월드시리즈의 무게에 눌리지 않는다면 류현진은 충분히 월드시리즈에 어울리는 선발 투수로 인정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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