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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위한 의미있는 '무엇'이 필요한가요? 계간지 <딴짓>의 발행인인 프로딴짓러가 소소하고 쓸데없는 딴짓의 세계를 보여드립니다. "쫄지 말고 딴짓해!" 밥벌이에 지친 당신을 응원합니다.[편집자말]
"결혼식은 하되 내가 요즘 한국의 결혼식에서 진짜 견딜 수 없는 요소만 빼자고 생각했어요. 그랬더니 남는 게 없던 걸요? 저는 일단 혼주라는 말이 싫어요. 부모님이 왜 혼주죠? 이 결혼의 주인은 저희지 부모님이 아닌 걸요? 자녀를 부모님의 소유물로 보는 걸까요? 게다가 결혼식에서 여자는 그 길 어느 구간에서도 혼자 걷지 않아요. 아버지에게서 남편에게로 넘겨지죠. 여자가 남자의 재산이란 의미인가요? 게다가 주변 남자들 중에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을 주례로 세워서 아무도 듣지 않는 이야기나 하게 하고요."
결혼식 대신 홍대의 클럽에서 록페스티벌을 한 다미안&에바 부부는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요즘 젊은 부부들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법을 다룬 <요즘 것들의 사생활>의 인터뷰이이자 충무로 스페인 책방의 주인이다. 이들을 만나게 된 건 어떻게 결혼해야 할까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어결론> 파티에서였다.

어떻게 결혼해야 할까

밥벌이에 치인 사람들의 '딴짓'을 응원하는 <딴짓> 매거진에서는 주기적으로 <어떻게> 파티를 개최한다. <어떻게> 파티는 이름 그대로 '어떻게' 할지 함께 이야기하는 파티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해 논하는 <어살론>을 두 차례 열었고 이어 '어떻게 일해야 할까'에 대해 논하는 <어일론> 파티에 이어 <어결론>을 열었다. 9월에는 어떻게 딴짓해야할까 고민하는 <어딴론>을 기획했다.

딴짓의 한옥공간 '틈'에서 열린 <어결론> 파티는 결혼식 대신 산티아고 순례길 행진을 선택한 백구부부의 강연과 주제별 토론으로 만들어졌다. 더위가 한풀 꺾인 여름밤, 한옥에서 캔맥주 하나를 들고 이야기를 나누니 분위기는 한층 자유롭고 부드러웠다.
 
 어떻게 결혼해야 할까 토론하는 '어결론' 파티
 어떻게 결혼해야 할까 토론하는 "어결론" 파티
ⓒ 박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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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정현우 부부는 공장에서 30분 만에 찍어 나오는 것 같은 결혼식 대신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선택했다. 결혼식을 안 하는 대신 42일간 900㎞의 길을 함께 걸었다. 긴 결혼행진의 기록을 모아 '세상에서 가장 긴 결혼행진'이라는 이름의 책을 만들었다.

<어결론>에서 그들은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이 사회에서 결혼과 결혼식이라는 건 무엇인지, 우리가 어떻게 주체적으로 선택을 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말했다. 아래는 강연의 내용과 인터뷰,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긴 결혼행진>의 일부를 참고했다.

웨딩업체의 상술에 박자 맞추고 싶지 않았다
 
 백구부부의 특별한 결혼 행진
 백구부부의 특별한 결혼 행진
ⓒ 90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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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식 대신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결혼에 워낙 많은 돈이 들잖아요. 웨딩푸어라는 말도 생기고요. 그저 둘만의 의미 있는 행위만으로 결혼이 성사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어요. 소박하더라도 우리가 우리 힘으로 즐겁게 준비할 수 있는 재미있는 결혼식이요.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는 남편이 먼저 제안했어요. 사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인생에 큰 계기나 깨달음을 얻고 싶을 때 찾아가는 거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그가 그런 제안을 했을 때 결혼이야말로 우리 인생의 가장 큰 계기이자 터닝포인트가 아닌가 싶더라고요.

게다가 그 먼 길을 함께 걷는다는 행위가 가진 수많은 은유와 상징은 결혼식을 대신하기에 더없이 완벽하다고 생각했고요. 산티아고 순례길이 900km니까요 '900km Wedding March'라고 이름 붙였지요." 

- 옛날부터 특별한 결혼식을 꿈꾸신 건가요? 
"결혼식은 물론이고 결혼에 대해 마냥 긍정적으로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결혼하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이 워낙 많고 힘드니까요.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싸우기도 했죠. 그래도 평생 서로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변하지 않았어요. 가족들의 축복 속에서 공식적인 부부가 되고 싶었어요. 웨딩업체들의 상술에 박자 맞춰주고 싶진 않았지만요.

저희는 만난 지 4년째부터 결혼을 재미있는 프로젝트로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눴어요. "전시회 형태의 결혼식은 어떨까?", "주례 없이 각자 서약서를 읽고 각자 먹을 걸 가져와서 파티를 하면 어떨까?" 그런 상상을 함께 하는 게 즐거웠어요."

- 특별한 결혼식을 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의견이 많아요. 특히 부모님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맞아요. 사실 결혼식을 특별하게 한다뿐이지 서로의 가족을 품어야 한다는 건 변하지 않으니까요. 각자의 부모님께 운을 띄우는 작업부터해서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까지 같이 준비해봤어요. '결혼식을 생략하고 싶은 이유', '여행은 어떤 식으로 할지', '기간은 어느 정도' 그리고 '다녀와서의 계획'까지 부모님께서 이해하실 수 있도록 회사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듯 기획안을 준비했어요. 물론 처음엔 부모님께서도 우려와 걱정을 하셨지만 저희 생각보다 부모님들은 보수적이지도 꽉 막히지도 않으셨더라고요."


 
 900km의 행군 중 지친 이혜민씨
 900km의 행군 중 지친 이혜민씨
ⓒ 90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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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0km를 걷는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은데요.
"네. 남편이 처음 이야기할 때는 굉장히 아름답고 로맨틱한 길이 될 줄 알았는데요. 실상은 액션스릴러에 가까웠죠. (웃음) 예를 들어 순례자 전용 숙소는 '오래되고 고풍스러울'줄 알았는데 그냥 오래되기만 했고요. 폭풍우 수준의 비가 오거나 엄청 추울 때도 많았어요. 남편은 폭설이 왔을 때 여름 바지를 입고 있어서 동상에 걸릴 뻔 한 적도 있었죠. 산 속을 10시간을 헤매다 그대로 드러눕기도 했고요.

사실 오기 전에 장거리 트레킹을 위한 체력 단련을 준비했어요. 우리가 걷기로 정한 코스는 '프랑스 길'이라 불리는 길로 프랑스 국경 마을부터 산티아고까지 이르는 800km의 길이거든요. 거기서 100km를 더 가면 나오는 '피니스테레'라는 바닷가까지 가기로 결심했으니 총 900km를 걸어야 하는 여정이었죠. 평소에 운동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사전 준비가 좀 필요했어요.

가기 전에 시간이 나는 주말마다 서울 성곽길 한 코스씩을 걸었어요. 제주도로 전지훈련도 갔었지요. 올레 21길부터 올레 3길까지 날마다 최소 15km에서 20km까지 걸을 수 있도록 스케줄을 짜고 걸었죠."

- 그래도 좋았던 순간을 꼽자면요?
"거의 3주 가까이 매일같이 비가 왔는데, 그래서인지 비가 그치고 햇살이 들면 그렇게 기분이 좋았어요. 커다란 무지개가 걸린 풍경은 환상적이었죠. 또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주고 받는 에너지가 큰 힘이 됐어요. 누군가는 즉석에서 웨딩송을 연주해줬는데 그게 저희에게 축가였고, 길에서 만난 스님은 덕담을 해주시기도 했죠. 저희에겐 주례사 같이 느껴졌어요."

- 여행비용이 많이 들지는 않았나요?
"여행 경비는 비행기표를 포함해도 기간에 비해 많이 들지 않았어요. 여행의 절반을 차지하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는 걸어 다니니 교통비가 거의 들지 않으니까요. 숙소도 순례자 전용 숙소를 이용할 테니 아주 적게 들고요. 음식도 주로 직접 해 먹었죠. 한 달 반의 순례길 일정은 일반적인 결혼 비용(신혼여행 포함)의 5분의 1 정도였습니다."

- 여행을 오래 하셨는데 회사는 휴가를 내신 건가요?
"결혼식을 할 때 남편은 4년 차, 저는 6년 차 직장인이었어요. 3개월 여행을 가기 위해서 퇴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더니 휴직을 권유받기도 했죠. 그렇지만 다녀온 뒤의 삶을 정해놓고 싶진 않았어요. 돌아올 것을 약속하고 간다면 다녀와서 아무것도 바뀔 것 같지 않았죠. 설사 다녀와서의 일상이 전과 비슷하더라도 그 당시는 조금의 여지를 스스로에게 주고 싶었어요. 결국 둘 다 퇴사를 하고 여행을 떠났죠. 정말 잘한 일이었어요."


 
 백구부부가 900km 결혼행진에서 만난 사람들
 백구부부가 900km 결혼행진에서 만난 사람들
ⓒ 90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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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식을 대체한 900km의 행진 후에는 결혼에 대한 고민은 좀 사라지셨나요?
"부부가 된 지 3년째에요. 결혼식이라는 미션은 온전히 저희만의 방식으로 통과했지만 아직 다른 미션이 많이 남아있더라고요. 결혼도 했는데 너희도 이제 돈을 모아야지. 애는 언제 낳니. 유부녀가 이 시간에 밖에 있으면 남편 밥은 누가 챙기니. 결혼했으면 어른들에게 안부 전화 좀 해야지.

이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우리가 결혼을 괜히 했나 남들 다 하고 사는 걸 우리만 못 하나 불안하고 답답했죠. 결혼생활도 좀 더 나답게 우리답게 사는 건 무엇인지 고민하다가 저희 같은 요즘 젊은 부부들을 만나 대화한 기록을 엮어 결혼생활탐구서 <요즘 것들의 사생활>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요?
"이제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말에 동의해요. 비혼이 답이라는 말도 이해가 가죠. 지금껏 우리의 결혼문화가 그런 말을 들을 만했으니까요. 결혼의 주체인 두 사람의 의지와 행복, 꿈 보다는 사회가 기대하는 의무와 기준이 더 강하잖아요.

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것들'이라면, 조금은 발칙한 눈을 뜨고 세상의 기준 앞에 스스로를 세우기보다는 저마다의 답을 찾아봤으면 좋겠어요. 결혼식도, 결혼생활도요. 그게 선택으로서의 결혼이 가진 진정한 권리를 되찾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요."
  
백구부부는 결혼식을 남다르게 했다고 해서 고민이 끝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남들 하는 대로 사는 게 정답이라고 말하는 세상에서 과연 나다운 것을 지킨다는 것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하는 모습이 멋졌다. 결혼은 포기해야 할 무엇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말에 공감했다.
 
 어떻게 결혼해야 할까 논하는 '어결론' 파티 강사 백구 부부
 어떻게 결혼해야 할까 논하는 "어결론" 파티 강사 백구 부부
ⓒ 박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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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에 박힌 결혼식은 싫지만, 축의금 때문에

<어결론>에서 백구 부부의 강연이 끝난 후에는 소그룹으로 나눠 각자의 결혼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결혼을 6개월 앞둔 예비 부부, 아직 연애 중이지만 막연히 결혼에 대한 생각이 있는 커플, 결혼 3년차인 부부, 비혼주의자, 결혼 대신 친구들과 땅콩집에서 살겠다는 사람까지. '결혼'이라는 공통적인 주제 아래서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했다.

많은 사람이 일반적인 한국의 예식 문화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결혼식이 거의 30분 만에 끝나잖아요. 그 30분 안에 몇 백만원을 쓰면서 하객과 무슨 소통을 할 수 있을까요?"
"신부님, 인생에 한 번뿐인 날이잖아요. 이 말이 정말 싫어요. 인생에 한 번이 아닌 순간이 어디 있겠어요. 사실 개인적으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돈 안 들어도 충분히 우리도 즐겁고 하객도 즐거울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결혼식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해요."
 
그러나 일반적인 결혼식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스몰웨딩은 스몰럭셔리 웨딩이라고 하더라고요. 스몰이라고 돈이 더 적게 들어가는 건 아니라고. 유니크하고 돈 많이 들어가는 웨딩이라고요."
 
"사실 일반적인 결혼식을 하는 이유는 부모님 때문이죠. 부모님이 뿌린 돈 때문. 축의금 돌려받는 거요. 몇 시간 꼭두각시 노릇해서 몇 천 만원 벌 수 있다면 그까짓거 그냥 하려고요."
 
한국 사회에서 결혼식 문화는 변화가 느리다. 코르셋으로 꽉 조인 하얀 웨딩드레스와 검은 턱시도, 축하하러 온 건지 뷔페 음식을 평가하러 온 건지 알 수 없는 먼 친척들, 과도한 장식과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국적 불명의 의식들이 그렇다.

게다가 제도적으로 결혼 신고는 이성애자끼리만, 그것도 둘만 할 수 있다는 점, 동거에 대한 법적인 울타리가 없다는 점 또한 결혼 제도에 대한 보수적인 입장을 잘 보여준다.

흔히 우리 세대를 일컬어 'N포 세대'라고 한다. 그 N에는 결혼과 출산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왜 우리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해야 할까? 포기라는 말에는 그것을 선택했다는 함의가 있다. 결혼과 출산은 의무가 아니다. 그것을 포기라고 명명하게 된 데는 사회적으로 그것에 대한 의식을 치러내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어결론에 모인 사람들은 각자 의견이 달랐지만 모두 이 한 가지에는 입을 모았다.
 
"지금 우리가 이 불합리와 힘든 과정을 겪어냄으로써, 그리고 그것에 목소리를 내고 각자의 해답을 찾음으로써 저희 아래 세대가 보다 합리적인 세상에서 살았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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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밥 벌어 먹고 사는 프리랜서 작가 딴짓매거진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