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인 선두로 전반기를 마친 두산 베어스의 질주가 후반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후반기 첫 경기에서 롯데 자이언츠에게 6-12로 패한 두산은 이후 5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5승1패로 한 주를 마쳤다. 5연승 기간 중 역전승이 네 번에 달할 정도로 뒷심이 돋보였다. 특히 후반기 6경기에서 타율 .440 4홈런9타점9득점을 쓸어 담은 '현 캡틴' 오재원과 타율 .591 1홈런5타점5득점을 기록한 '구 캡틴' 김재호의 활약은 단연 발군이었다.

두산에 가려 상대적으로 크게 돋보이진 않았지만 SK와이번스 역시 후반기를 순조롭게 출발하고 있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NC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위닝시리즈를 기록한 SK는 한화 이글스를 제치고 단독 2위로 뛰어 올랐다. 베테랑 김강민이 후반기 6경기에서 3홈런을 치며 타선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고 김태훈, 채병용, 박희수, 신재웅으로 이어지는 불펜진의 활약도 나쁘지 않다.

사실 선두 두산과 2위 SK가 후반기에도 좋은 성적을 올릴 것은 누구나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5위 넥센 히어로즈와 5경기 차이로 전반기를 마친 삼성 라이온즈의 약진은 쉽게 예상할 수 없었다. 삼성은 후반기 시작과 함께 두 번의 끝내기 승리를 포함해 6경기에서 4승을 거두면서 넥센과 KIA 타이거즈가 주도하던 중위권 경쟁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예상치 못했던 간판타자 구자욱의 부상과 에이스 윤성환의 부진

5년 연속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후 2년 연속 9위로 추락한 삼성은 2018 시즌을 앞두고 자존심 회복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먼저 약점으로 지적되던 안방을 보강하기 위해 FA 시장에서 국가대표 포수 강민호를 4년 80억 원에 영입한 것이 그 신호탄이었다. 최근 3년 연속 20개 이상의 홈런과 .280 이상의 타율, 65개 이상의 타점을 기록한 강민호는 두말 할 필요 없는 KBO리그 최정상급 안방마님이다.

스카우트 코디네이터까지 두며 심혈을 기울였던 외국인 투수에는 작년 시즌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던 '현역 빅리거' 팀 아델만을 영입했다. 2년 연속 9위에 허덕이는 동안 외국인 투수의 활약이 전무하다시피 했던 삼성에서 아델만은 충분히 에이스 역할을 할 수 있는 투수로 주목 받았다. 다소 늦게 합류한 리살베르토 보니야 역시 강속구를 던지는 파워피처형 외국인 투수로 기대를 모았다.

구자욱, 9회 재역전타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의 경기. 9회초 2사 2루 삼성 구자욱이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낸 뒤 팬들을 향해 세러모니를 하고 있다. 2018.5.10

▲ 구자욱, 9회 재역전타 지난 5월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의 경기. 9회초 2사 2루 삼성 구자욱이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낸 뒤 팬들을 향해 세러모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정작 시즌이 개막하자 삼성은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톱니바퀴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작년 시즌 전 경기에 출전하며 3할20홈런100타점 시즌을 만들었던 간판타자 구자욱이 옆구리 부상으로 시즌 초반 한 달 동안 결장하며 초반 경쟁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전반기 타율 .270 14홈런에 그쳤던 강민호의 성적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

두 외국인 투수의 활약도 기대치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올해도 KBO리그는 여전히 세스 후랭코프와 조쉬 린드블럼(이상 두산), 헨리 소사, 타일러 윌슨(이상 LG트윈스), 키버스 샘슨(한화 이글스) 같은 외국인 투수들이 득세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삼성의 두 외국인 투수 아델만과 보니야는 전반기 각각 5승에 머물며 외국인 투수 열풍에 동참하지 못했다. 5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이어가던 윤성환의 갑작스런 추락도 예상 밖이었다.

물론 뜻 밖의 수확도 있었다. 작년 시즌 타율 .264 94안타를 기록했던 외야수 김헌곤은 전반기에만 타율 .313 106안타를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고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도 전반기 19홈런75타점으로 건재를 과시했다. 마무리 심창민의 부활과 셋업맨으로 전반기 10홀드를 기록한 최충연의 성장도 전반기 우울했던 삼성팬들을 흐뭇하게 만들었던 부분이다.

후반기 6경기 평균자책점 2.72로 연속 위닝시리즈, 박한이 이틀 연속 끝내기

삼성은 후반기 첫 경기에서 보니야가 5.1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음에도 장필준이 0.1이닝 3실점으로 무너지며 KIA에게 3-6으로 패했다. 하지만 삼성은 이후 2경기에서 양창섭(6.2이닝1실점)과 백정현(5이닝 2실점)의 호투, 그리고 이틀 연속 멀티히트를 기록한 구자욱의 맹타에 힘입어 쉽지 않은 광주 원정을 위닝시리즈로 만들었다. 첫 경기에서 4실점했던 불펜 투수들도 두,세 번째 경기에서는 6.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삼성의 상승세는 한화와의 홈3연전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금요일 경기에서 한화 투수 5명의 이어 던지기에 눌려 4안타 영봉패를 당한 삼성은 엄청난 폭염 속에 진행된 토~일요일 경기에서 연속 끝내기 승리를 거두면서 연속 위닝 시리즈를 완성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특히 22일 경기에서는 한화가 자랑하는 난공불락의 마무리 정우람을 무너트리면서 더욱 사기를 높혔다.

2경기 연속 끝내기 안타를 때린 주인공은 KBO리그 최고령 야수 박한이였다. 프로 데뷔 후 2016년까지 16년 연속 세 자리 수 안타를 기록하며 양준혁의 기록과 타이를 만들었던 박한이는 작년 시즌 68경기에서 31안타에 그치며 기록이 중단됐다. 하지만 박한이는 올 시즌 노익장을 과시하며 삼성의 주전 지명타자로 활약하고 있고 이틀 연속 끝내기 안타를 통해 여전히 건재한 클러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박한이 '이 기세 그대로'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의 경기. 7회초 삼성 박한이가 안타를 친 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2018.5.10

▲ 박한이 '이 기세 그대로' 지난 5월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의 경기. 7회초 삼성 박한이가 안타를 친 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후반기 들어 삼성이 맞은 가장 큰 변화는 선발진의 안정이다. 후반기 첫 6경기에 등판한 삼성의 선발 투수 5명(보니야 2회 등판)은 4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특히 시즌 초반 센세이션을 일으킨 후 쇄골 통증과 피로가 겹치며 성장통을 보인 루키 양창섭은 후반기 첫 경기에서 6.2이닝 1실점으로 시즌 3승째를 챙겼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 승리에 이어 후반기 첫 경기에서도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윤성환의 부활도 삼성에게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5위 넥센과의 승차를 3경기 차이로 줄인 삼성은 24일부터 잠실에서 LG와 원정 3연전을 치른다. 올 시즌 상대전적은 삼성이 3승6패로 뒤져 있지만 삼성이 2연속 끝내기 승리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반면에 LG는 두산에게 3연속 역전패를 당하며 팀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만약 삼성이 LG와의 3연전마저 위닝시리즈를 만들 수 있다면 시즌 후반 중위권 순위 싸움은 대혼전에 빠질 것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 윤성환 양창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